(101-11) 총무와 최소량 법칙

독일의 생물학자인 리비히는 1843년에 ‘최소량의 법칙 (Law of Minimum)’이라는 이론을 주장했다. 이는 ‘식물의 생산량이 가장 소량으로 존재하는 무기성분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법칙을 말한다. 다른 성분이 아무리 풍족해도 하나의 특정 성분이 부족하면 그 식물의 생육은 그 성분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즉, 식물에 있어 특정 성분이 아킬레스건과 같이 작용하는 것이다. 비슷한 논리를 물통에 적용하면 물통 안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가장 아래에 뚫려있는 공간에 영향을 받게 된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에서)

친구들과 자전거 모임을 몇 년째 하고 있다. 맑은 날 한강 주변으로 몰고 나가 친구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즐거움은 단체로 자전거를 즐기며 쌩하고 달려가며 열심히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 또한 자전거의 즐거움이다. 그런 모임을 보면 맨 앞에는 길을 잘 알고 자전거도 잘 타며 방해되거나 위험물을 미리 인지하고 경고 보내는 선두가 달려간다. 그리고 맨 뒤에는 체력이 좋고 말도 잘해서 뒤로 처지는 사람을 힘내게 하며 낙오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사람이 자리 잡는다. 아무리 빨리 달리고 싶어도 누군가가 힘을 못 내고 처지면 다른 사람들의 속도도 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등산에서도 그렇다. 후미대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역할이 그렇다. 누군가 힘을 못 내고 처지면 전체적인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하산 후 식사 시간이 늦어지고 심지어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

단체로 하는 운동이나 게임을 즐기는 모임에서는 늘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잘하는 것은 오래 했기 때문에 잘할 수도 있고, 원래 재능이 뛰어나서 잘할 수도 있다. 못하는 사람도 열심히 하지만 잘 안되는 사람이 있고, 새로 시작했기 때문에 잘 못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임 내에서의 의사 결정은 잘하는 사람 위주로 내려지기 십상이다. 우선 오래 다녀 모임을 잘 알기도 하겠지만, 잘하니까 다른 회원들이 따라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잘하는 사람 위주로 하는 모임은 발전하기가 어렵고, 또 새로운 성원이 늘지 않는다. 모임에서 잘하기 경쟁하다 보면 늘 앞선 사람과 뒤에 선 사람의 서열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럼 아무리 잘하더라도 뒤에선 사람은 그 모임에 흥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가입한 회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면 금방 탈퇴하게 마련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하여 총무는 늘 등산의 후미대장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아무리 앞서 가봐야 결국 마지막에 온 사람이 들어와야 끝이 난다. 총무는 모임에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을 다독이고 계속 참가하게 하여 소속감을 느끼게 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총무는 자기만 잘하면 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좀 못하더라도 나보다 더 못하는 사람과 같이 즐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모임에 흥미를 못 느끼고, 나오지만 잘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못 받고, 나오지만 방법을 몰라 발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름대로의 비법을 가르쳐 주며 같이 발전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가장 후미에 처진 사람의 수준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모임 전체의 수준이 높아진다. 회장은 모임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려는 사람이고, 총무는 모임의 최소치를 높이려는 사람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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