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패러다임 전환에 앞서 생각해야 할것은?
 지난번  <진정한 웨라밸이란?>  칼럼에서  “활사봉공(活私奉公) 즉 자신을 활성화하여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더불어 상생하는 시대가 되어야 진정한 워라밸이다”고 했다. 이 칼럼을 본 모 임원이 코칭 대화에서 이렇게 질문했다. “워라밸과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요? 그리고 워라밸을 직원들 삶의 목표와 행복에 어떻게 일치 시키면 좋은지요?”


  <일과 삶의 균형> 나아가 <일과 삶의 조화>에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할까. 결국 워라밸을 보는 관점 전환 즉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패러다임(Paradigm)이란 미국의 과학사학자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제시된 과학용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모델, 이론, 가정 즉 준거의 틀을 의미하는 용어로 자주 쓰이고 있다.

   필자는 패러다임하면 안경이 떠오르고 안경하면 핑크대왕 퍼시가 생각난다. 최인철 서울대교수의 <프레임>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핑크대왕 퍼시는 서양 동화에 나오는 임금으로 핑크색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입고 있는 옷부터 궁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핑크색으로 칠하라고 했다. 그리고 궁 밖에 나가서도 권력을 이용해서 백성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마다 핑크색으로 바꾸라고 명령했다. 주위에 모든 것이 핑크색으로 바뀌자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그런데 푸른 하늘만은 핑크색으로 바꿀 수 없었다. 그는 푸른 하늘만 보면 화가 났다.어떻게 하면 하늘도 핑크색으로 바꿀 수 있을까?그는 스승을 찾아갔다. 스승은 어떤 해결책을 주었을까? 스승의 처방은 바로 핑크색 안경을 쓰는 것이었다. 그가 핑크색 안경을 쓰고 보니 하늘도 핑크색이 되었고 모든 것이 다 핑크색이 되었다.동화속 퍼시대왕에게 핑크색 안경은 무슨 의미 이었을까?

   최근에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줄리엔 샘선 한국지사장의 안경을 비유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는 “한국은 오래된 안경을 쓴 채 이전에 없었던 혁신기술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마치 13년 된 안경을 쓰고 혁신을 평가하는 상황에선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신약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고 했다. 내용의 진위는 책임 있는 기관에서 발표하겠지만 안경이라는 용어는 패러다임 전환에 자주 등장한다.

  어떤 관점에서 사물을 보느냐, 즉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 질 수 있다.이제 우리는 어떤 안경을 쓸 것인가? 리더 각자의 몫이다. 필자는 워라밸 패러다임 관점 전환을 위한 안경을 쓰기 전에 적어도 다음 세 가지를 미리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과거와 미래의 관점이다.

 이는 과거의 틀에 갇혀 있지 말고 자기만의 장기적인 꿈과 비전을 먼저 세우고 현재에 준비하라는 뜻이다. 자신이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는 것을 도전하는 역사가 아름답지 않겠는가?자기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삶이 곧 자신의 진정한 가치이다.

  둘째, 개인과 조직 전체의 관점이다.

 개인도 즐거움 속에서 성장하고 직장인으로서 조직 전체의 성과에 기여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조직 내에서 원하는 것과 조직이 추구하는 것을 한 방향 정렬 (Alignment)되도록 리더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일치시키는데 리더의 어려움이 있다. 리더는 구성원이 진정 원하는 것을 개별 질문을 통해 파악하고 회사 가치와 공통점을 찾아가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 개인별 성과의 합보다 조직의 성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조직이 성장 발전하는 길이다.

  셋째,배움과 나눔의 관점이다.

 평생학습 차원에서 배우고 연구하지만 배운 내용을 필요할 때 적극 활용해야 한다.배운 것을 기억 속에만 계속 남겨두는 것은 비유하자면 예금통장에 잔고가 늘어나지만 정작 필요할 때 쓰지 않은 격이다. 필요할 때 쓰는 것이 돈이든 지식이든 올바른 인출이다. 배운 지식을 활용하지 않고 학교만을 계속 다니는 사람을 일컬어 <만년 학생 증후군(The eternal student syndrom)>환자라고 한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나누고 기여할 수 있을까? 배운 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행복하고 자신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이때 요구되는 것이 자신감과 겸손이다. 자신감은 용기를 주고 용기가 실천으로 이어진다. 겸손하고 덕을 베풀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이 찾아 온다. 공자도 덕을 베푸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고 했듯이. 자신감과 겸손으로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면 자신에게 이롭고 타인에게도 이롭다.

  필자 책상위에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이 있다. “신이시여, 제가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음을 주시고 / 제가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 그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주시고 / 또한,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내려 주소서.”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 서양 격언에 <과거는 신조차 바꿀 수 없다>고 했다.우리가 4차 산업혁명시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미래에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자. 패러다임을 바꾸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퍼시 대왕의 핑크색 안경과 같은 당신만의 안경은 어떤 것인가 생각해 볼 시간이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