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



               김종태






   뼈대있는 가문만 찾을 건가요

   너무 힘겨워 남을 휘감고

   정말 외로울 때는

   나마저도 감는다오



   제게서 하고픈 것

   모두 하세요

   향기 색깔 달콤함 또 모든 것

   남과 같다구요?

   아직도 당신은 근시이구려



   하지만 기대는 마세요

   저는 결코 결혼할 수는 없어요

   울어도 또는

   숨어 웃으며 떠나셔도

   저는 원망 안 해요



   서러운 것은 다만

   당신만이라도 저의

   숨겨진 뿌리를

   몰라주신 것입니다















  식물이름: 메꽃  /  과이름: 메꽃과

  학    명: Calystegia  japonica  (THUNB.)  CHOIS.

  생약이름: 선화 /   생약성분:  kaempferol을  agiycone으로 하는 배당체, 사포닌

  약    효: 이뇨, 혈압강하, 당뇨

  사촌식물: 갯메꽃, 애기메꽃, 큰메꽃, 선메꽃

  생 육 상: 여러해살이/   자라는 곳: 들

  특    징: 덩굴성이고 뿌리는 굵은 국수 같고 사방으로 뻗으면서

           군데군데 새싹이 난다. 줄기는 다른 물체를 감기도 한다.

  잎 모 양: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삼각상 난형이다

  꽃 모 양: 깔대기 모양으로 지름 5cm 이고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꽃피는 때: 6-7월 /  씨    앗 : 보통 맺지 않는다

  남다른 점: 나팔꽃처럼 생겼다. 나팔꽃은 메꽃과이다. 시골집 울타리에 흔히 핀다.

             나팔꽃보다 여리다.

  쓰 임 새: 식용(뿌리)  약용

  꽃     말: 속박, 충성, 수줍음

  문학작품:

산과 강과/ 길들이 어우러진 그 곳에/ 주름살 착한 사람들/ 마을을 부리고/

들메꽃처럼 살아간다네

  곽재구  꽃은 피고 새는 울고  <참 맑은 물살> 54쪽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흙담을 타고 올라가 메꽃 한 송이 피어 있는 게,

그날 따라 아프게 눈에 띄었다. 밤 사이 우리 울음을 몰래몰래 훔쳐먹고

우리 눈물을 가만가만 받아먹고, 꺼질듯한 한숨으로 발가벗은 황토흙담 위에

피어서 바람에 날리는 메꽃 그러고 보니 아내의 얼굴 또한 누르띵띵하니

부은 게 메꽃같이 보였다.

  나태주  메꽃  <추억의 묶음>  56쪽



보리잠자리/ 밀잠자리 날개/ 옷 입고/ 풀줄기에/ 말려/ 늪가에/ 앉은/ 꽃의/

그림자/ 같은 메꽃

  박용래   할매  <저녁 눈> 112쪽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송이 피어날 것이다

  곽재구  봄  <받들어 꽃> 111쪽



세월 모르고 놀다가 퍼뜩/ 건너편 밭두렁 쫙 깔린 갯메꽃 보면 눈물 났지요

  심호택  엿마지기  <하늘밥도둑> 28쪽



풀씨 풀풀 날리는 메꽃다발 들고 님의 모습 보고는 서녘에서 오는 노을이

조금만 더 늦게 드리워지기를 바랐습니다

  하종오  배추벌레  <님 시편>  58쪽

  

나는 쇠붙이가 묻히고 갯메꽃이 차게 핀 바다의 모랫살을 돌아

  고형렬  1980년대에 살았는가  <대청봉 수박밭>  54쪽



그대와 내가 못내 그리던, 짙푸른 가을 하늘 청메아리 끝 간 데, 마침내

들메꽃으로 태어나 재로 져버린 많은 사연들을 기억해내지 않았던가

  임동확   유배지에서 보낸 내 마음의 편지 2  <매장시편> 66쪽



나팔은 나팔인데/ 명기 속에 들지 못해/ 울 밖에서 서성이는/ 등급 낮은

서글픔이/ 들풀에 가리운 채로/ 감아 도는 작은 손

  신순애   메꽃  <술패랭이꽃> 30쪽






동요  햇볕은 쨍쨍  최옥란 작사  홍난파 작곡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떡 해놓고  

조약돌로 소반 지어

언니 누나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호미 들고 괭이 메고

뻗어가는 메를 캐어

엄마 아빠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메꽃 앞에서

                                                                                           임 승 열




 메꽃, 오랜만에 불러보는 꽃 이름이다. 먼 기억의 저편에서 무엇을 되찾는 듯한 꽃이다.

여러해살이 풀인 메꽃은 하얗고 가냘픈 뿌리가 동강이 나도 흙 속에 묻히면 다시 싹이 돋는다. 비탈 밭이나 언덕빼기, 호박 덩굴이 올라간 울타리 어디서나 자생하는 풀꽃이다. 서울 아파트 마당이라고 해서 피지 못할 것은 없다. 그러나 엊그제 중부지방을 스쳐간 광풍(狂風)으로 아름드리 나무가 뽑히고 자빠진 다음 날 피어난 메꽃이 유난히 곱게 보이는 것은, 바람 잘 날 없는 세상살이에서 그나마 위안을 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녀린 줄기로 모진 바람을 이겨내고 일찍이 꽃잎을 터트린 메꽃은 삶의 지혜를 보여 준 것이다. 힘이 없으면 무엇이든 버팀목을 의지하고 조용히 살아가면 큰 바람도 피할수 있다는 것을 메꽃 앞에서 배운다.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가이다. 개나리를 감고 올라간 줄기에 피어난 여린 메꽃 두 송이는 어제의 풍세(風勢)를 벗어난 기쁨으로 나팔을 부는 것일까. 그러나 점심때가 되기 전에 오므라지는 메꽃은 아침 나절에만 볼 수 있다. 사루비아와 베고니아, 꽃 잔디처럼 한번 피면 며칠씩 가는 외래종의 오색 빛깔로 꾸며놓은 아파트 마당에 핀 메꽃은 꽃말만큼이나 󰡐소박, 수줍음󰡑이 역력하다. 시골티를 벗지 못하고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메꽃은 할미꽃과 같이, 허리 굽고 등 굽은 할머니가 눈 속에 묻힌, 전설의 꽃이 아니다. 도라지와 더덕같이 식용으로 쓰이지도 않는 메꽃 뿌리지만 단맛이 있다. 먹을 것이 궁하던 시절 시골 아이의 배를 채워주는 군것질감으로 좋았다. 코밑으로 허옇게 말라 붙은 두 가닥 신작로 길이 난 개구쟁이가 메꽃 뿌리를 캐러 다니던 것은 아주 옛날 일이 아닌데 까맣게 잊어간다. 󰡐우물가에 나팔꽃 곱기도 하지…󰡑 노래하는 어린이는 메꽃을 나팔꽃으로 보게 되었다.

차를 많이 타기 때문에 길가에 꽃이 피어도 볼 수 없는 도시 사람이다. 모두가 본체 만체 지나치는 메꽃 앞에서 나는 김소월의 󰡐가는 길󰡑을 읊어 본다.




그립다 / 말을 할까 / 하니 / 그리워 / 그냥 갈까 / 그래도 더 한 번…

나의 토요 시장 가는 길을 멈추게 한 뒤, 󰡐가는 길󰡑을 상기시킨 메꽃 하나를 꺾는다. 남은 하나가 외로워 보인다. 마저 꺾어 입에 대고 강아지를 부를 때처럼 󰡒오요요, 오요요󰡓 불러 본다. 꽃 심방 안쪽에서 두세 마리의 작은 벌레가 기어나온다. 개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검정 벌레를 강아지로 여긴 고향에서는 메꽃을 강아지꽃이라 했다. 메 뿌리를 캐고 나면 누구의 꽃에서 강아지가 많이 나오나 내기를 한다. 이상의 󰡐권태󰡑에 나오는 아이들이 길 가운데 똥을 눈 것처럼 우리는 강아지를 부르며 심심풀이를 했다.

길가의 두 송이 메꽃이 눈길을 끈 것은 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다. 메꽃은 무명 천에 물감을 들인 것같이 단조로운 분홍 빛깔이 조금씩 엷어진 나팔 모양을 한 통꽃인데다 향기도 없으니까.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호화로운 것에 식상한 현대인에게 있어야 할 것은 메꽃처럼 순수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꾸밀수록 정이 아니 간다던가. 순수한 것은 보는 이의 마음밭을 투명하게 할 것이다.

메꽃 앞에서 나는 하루가 맑아진다. 꽃잎을 입에 댄다. 󰡒오요요, 오요요󰡓 강아지를 부르는 입가에 꽃물이 묻는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