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좀 주소

 

 

               한대수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마르요 물좀 주소
물은 사랑이여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아 가겠소 난 가겠소
저 언덕위로 넘어 가겠소
여행 도중에 처녀 만나 본다면
난 살겠소 같이살겠소


아아아..................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마르요 물좀 주이소
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오네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마르요 물좀 주소
물은 사랑이여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쌍팔년도 시절 그러면 사람들은 1988년을 생각하지만
실은 훨씬 그 이전이다
나보다 더 선배들이 쌍팔년도를 이야기 하는걸 보면
1988년이라는 말은 신세대들이 지어낸 이야기이고
혹설에 의하면 단기 4288년  즉 1955년도 이야기란다
그 시절  얼마나 힘든 시절이었으랴
쉽게 말하면 쌍팔년도는 옛날 아주 옛날을 말하는 것인데

 

지금으로 보면 쌍팔년도인 아주 옛날에
나도 제대를 했었다
의정부로 나와 다방에 들어갔다
겨울인데도 목이 말라 다방레지(그때는 그렇게 불렀다)에게
메모지에다가 <냉수한대접> 이렇게 적어 주었다
나는 목이 말라 시원한 물 한 사발 달라는 것이었는데
한참을 지나도 레지는 냉수를 주지 않았다
그때 음악이 이 <물좀 주소>가 나왔는데
알고보니 다방레지는 내가 냉수를 달라는 것을
한대수의 음악  <물좀주소>를 신청하는 줄 알고
그 종이쪽지를 뮤직박스 안으로 넣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때 유행했던 이 <물좀 주소>를 알게 되었다
그 얼마 전에는 한동안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의
미인이 유행하던 쌍팔년도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또 갑자기 목이 마르디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말라요 물좀 주소
내 목은 타는데  물을 달라고 애타게 부르짖는데
물은 어디에도 없다
목이 타서 숨이 꼴깍거리는 수레바퀴자국 속의 붕어에게
동해의 용왕을 만나러 가는데 가서 이야기를 잘 해서
큰물을 주겠다던 장자의 비유도 있다
내가 필요한 것은 당장 마른 목을 축일 작은 물잔 하나면 족하거늘
나 죽고 나면 아마 양동이로 하나 가득 물을  주려나 보다

 

농사꾼에게 필요한 것은 늘 자주 오는 작은 비다
소나기도 아니고 홍수도 아니다
벼가 필요로 하는 것은 자주 내려주는 아주 간단한 작은 비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늘 졸졸졸 흐르는
아주 작은 옹달샘이다
가뭄이 들어도 홍수가 나도 늘 변함없는 작은 옹달샘
늘 언제나 가까이에서 필요하면 즉시
한모금 목을 축일 수 있는 옹달샘
거기 샘가에 꽃한송이가 있으면 더욱 좋다
사람 산다는 거 뭐 별거인가

 

목이 마르다
목이 탄다
물좀 달라고 애원을 한다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말라요 물좀 주소
졸졸졸 쉬임없이 흐르는 옹달샘이 그리운
내 마음 아직도  한겨울인 이 벌판에서 나는 외친다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물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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