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의 글로벌 경쟁력

나는 수시로 외신을 찾아보고 자세히 읽는다. 국내 방송이나 신문의 보도 범위가 좁고, 더 넓은 세상의 소식을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다. 외신을 골고루 찾아서 살펴보면 의외의 수준 높은 글도 있고, 상상할 수 없는 지구촌의 일상을 발견하면서 즐거울 때가 많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흥미와 관심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 뉴욕타임즈와 CNN, 영국 BBC, 중동 카타르의 알 자지라, 일본 NHK 등의 인터넷을 자주 들어가 보면서 해외 소식을 살피고, 세계적인 석학들의 칼럼이나 논평을 읽어 본다. 그 과정에서 생각의 틀을 깰 수 있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나 미래를 상상하는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외신 중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언론도 있고 지나친 혹평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서 더욱 다양한 외신을 살펴보는 것이다.

일본 공공방송 NHK는 18개 외국어로 인터넷 방송을 한다. 스페인어 러시아어는 물론, 포르투갈, 베트남 등 다양한 언어로 일본 소식을 알 수 있다. 중국 관영 방송 CCTV는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등 11개 언어로 인터넷 방송을 하는데, 한자(漢字)도 두 가지로 구분해서 내보낸다. 영국 BBC는 28개 외국어로 인터넷 방송을 한다. 네팔,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지구촌의 웬만한 언어는 다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영국 BBC 방송에 한국어는 없다.

어찌하여 세계 경제 13위이며 G20에 속하는 한국이 영국 BBC 방송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비교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네팔과 베트남, 포르투갈 등의 언어가 별도로 있는데, 한글이 없으니 얼마나 서운한지 모르겠다. 영국 BBC 방송에 한국어(Korean)가 없는 게 누구 책임일까?

반면, 한국 공영방송인 KBS 인터넷에는 외국어가 영어밖에 없다. 일본어나 중국어 정도는 있으려니 했으나 없다. 적어도 중국어나 스페인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NHK, BBC, CCTV 등의 방송에는 사설이나 논평(opinion) 등이 별도로 있으나 국내 방송은 대부분 오락과 드라마,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떠는 개그와 연예계 소식들로 가득하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찌 글로벌 경쟁을 하겠는가? 국내용으로 만족할 때가 아니다. K-Pop, K-Drama, K-Sports 등으로 세계를 제패하는 시대에 언론, 특히 방송은 “우리끼리”에 머물고 있다. 정치와 경제, 문화를 이끌어 가는 언론, 그중에서도 방송의 역할이 지대할진대, 편협하고 게으른 방송인들이 글로벌 경쟁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모양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노력하고 애쓸 필요가 없으니까 그럴 테지만.

홍석기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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