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외국계 기업 모 임원이 코칭 대화 중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제 상사인 외국인 사장, 그룹 본사의 경영진과 제가 상대하는 임직원, 국내 판매 대리점 사장님들 사이에서 소통하는 데 고충이 많습니다. 특히 회사 조직문화와 국가문화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중간에서 힘이 듭니다”. 그가 이야기한 사례 중 일부는 이런 것이다.


  ▪국내 대리점 사장님들이 과거 영업이익이 좋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요즘 상황이 어려워지니 공정거래 관련하여 제소하거나 사법기관에 고소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그룹 본사에서는 비즈니스 관계를 끊으려고 이러는 것이냐? 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한편, 대리점 사장님들은 일단 고소, 고발부터 해놓고 비즈니스는 계속 이어가겠다고 합니다.

  ▪제 산하에 부본부장을 영입하였는데 6개월이 지나서 스스로 나갔습니다. 그는 소비재 사업 분야 마케팅 경험은 많은데 내구재 사업 분야 마케팅과는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한편 그는 어렸을 때 캐나다에 가서 유학하였고. 직장 경험도 대부분 그곳에서 하였습니다. 채용한지 6개월 만에 퇴직을 하니 회사 차원에 손해가 많습니다.

 ▪ 소속 직원이나 국내 고객 등과 소통할 때는 큰 줄거리만 이야기해도 서로 이해하는데, 서양의 상사와 이야기할 때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직원들 보고를 듣고 제가 상사에게 보고해야 할 때는 상사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에드워드 홀이 이야기한 “커뮤니케이션은 문화이고,  문화가 커뮤니케이션이다‘는 데 공감한다. 필자는 글로벌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효과적으로 소통하려면 조직문화 관련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공감 능력으로 자사의 조직문화를 이해하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혼을 되찾은 사티아 나델라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Hit Refresh>에서 공감이라는 가치를 강조했다. CEO가 되고 나서 “내 첫 번째 사명은 10만 명의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 영감을 얻고 더욱 휼륭한 미래를 설계하도록 회사문화를 준비하는 일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존재 이유 무엇인가? CEO라는 새로운 역할 속에서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를 생각하고 이것은 모든 조직에서 모든 이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이라고 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사회든 스스로 새로고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관료화된 조직문화의 틀을 깨고 관성에 물든 조직원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특히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어느 한 리더도, 어느 한 조직도, 어느 한 CEO도 마이크로소프트를 부활시킬 수는 없었다. 회사를 재탄생시키려면 우리 모두와 우리의 모든 능력들이 필요하다. 회사문화를 쇄신하는 작업은 열매를 맺기까지 더디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가 강조한 것처럼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구성원 각자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국가 간 문화 차이를 이해해라

 홉스테드는 국가 간 문화 차이를 연구했다. 그는 전 세계 70개 국가에 퍼져있는 IBM지사의 현지 직원 11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국가별 문화를 분석하였다. 그는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권력격차 ▪불확실성 회피성향▪남성적 성향 대 여성적 성향 네 차원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예를 들면 한국 멕시코 등은 집단주의가 강하고 권력 격차가 큰 반면, 미국 영국 등은 개인주의가 강하고 권력 격차가 약하다. 반면 프랑스, 스페인는 개인주의 성향이 다소 강하고, 격력격차도 다소 큰 편이다. 이러한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다국적 기업에서는 소통하는 데 필수적이다

   위 네 가지 차원이 다 중요하지만  권력 격차가 조직경영에 주는 의미를 살펴보자. 권력 격차는 사회에 존재하는 힘(권력)의 불균형에 대해서 구성원이 받아들이는 정도를 의미한다. 즉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지위를 인정하는 정도로써 권력격차가 크면 권한의 상부 집중화나 독단적 리더십의 사용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다. 다만 본 내용이 1983년도 발표된 것이라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한가? 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각 나라의 문화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문화적 배경과 커뮤니케이션의 관계를 이해하라

우리는 배경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중국 등은 고배경국가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소통하거나 세상을 이해할 때 주변 상황이나 비언어적 단서를 중시하는 성향이 있다. 상사가 지시할 때도 <알아서 하라> <거시기 있잖아?>등 좀 애매하다.  반면, 미국 영국 등은 저배경국가이다. 여기서는 소통을 할 때 명확하고 문서, 메세지 자체를 중요시한다. 상사가 지시할 때도 구체적이고 자세히 지시한다. 따라서 보고 등 소통할 때  6하 원칙(5W1H)에 따라 해야 효과적이다. 이는 고배경국가에서도 올바른 소통을 위해서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넷째, 자신이 속해있는 업종(業種)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라

소통을 잘하려면 업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요즘은 이(異) 업종에 대한 벤치마킹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많이 한다. 그러나 실행에 있어서는 파일럿 시행 등을 통해 자사의 조직문화에 적합한지 검증해보고 확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회사가 속해 있는 산업에서 업(業)의 본질은 무엇인가? 를 먼저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이 업(業)으로 사회에 무엇을 공헌할 것인가? 어떻게 지속 성장 가능한 회사를 만들어 갈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이어서 4차 산업혁명시대 융합에 의한 산업의 재편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조직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조직문화는 구성원 모두가 만드는 것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는 우리 속담처럼 실행으로 이루어진다. 글로벌 시대 자사와 상대방의 조직문화를 공감 능력으로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러한 소통은 비즈니스 거래와 협상에서도 역시 중요하다. 소통! 리더가 꼭 풀어야 할 과제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