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기 2  -  불가능한 희망
매달기 2


난 겨울나무에 파란 낙엽을 매단 저 작품의 작가를 생각하면서
참 위대함을 느꼈다.
이 작품이 미술적으로 뛰어나건 아니건 상관없이
대단한 정열의 소유자임을 인정해야 한다.
예술작품 하나 만들려고 이 추운 강가에서
사다리를 타고 저 힘든 작업을 했을 생각을 하니
작품의 예술성 문제는 그만두고라도 그 정열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파란 낙엽 – 그것은 파란 장미처럼 불가능한 것을 도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희망이라는 말을 잘 쓴다.
희망은 물론 판도라의 상자 맨 밑에 있는 것처럼 인간의 불행 그 맨 밑에서
다시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인간만의 감정이고 생각이고 가치이다.
그런 희망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절대실현불가능한 희망이고
다른 하나는 상황에 따라 실현가능한 희망이다.
게놈지도가 완성이 되고 단백질지도를 만들고 있는 현실에서
엔트로피의 역행, 시간의 흐름의 역행, 무한동력의 발명 기타 등등은
절대실현 불가능한 희망이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
법앞에 만인의 평등이 완전실현되는 세상
이런 희망은 말하기 안타깝지만 실현불가능에 가까운 희망이다.
우리는 흔히 착각하기 쉬운 오류를 범하며 산다.
헌법이나 법률에 있어서 선언적 의미나 규정이다.
대한민국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적 규정을 한 헌법을 보고
왜 행복하지 않냐고 따지면 할말이 없어진다.
어느 시대나 어느 국가나 항상 지배계급은 있고
천 가지 만 가지로 등급이 나누어지는 불평등한 조건의 삶에서
국민들이 살아간다.

공산주의는 훌륭한 이론만의 이데올로기였다.
인간은 이데올로기만으로는 절대 살 수가 없다.
자본주의는 엄청난 해악요소를 갖고 있지만
혁명에 의해서는 절대실현불가능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숱한 목숨과 항의와 피와 원망을 원동력으로 부의 재분배와
기회의 평등만이 실천될 뿐이다.
인간은 이런 현실 속에서 다양하게 살아간다.
씨팔 좆팔 다 뒤집어 엎어야 해! 하며 씩씩대면서 사는 사람들
어떻게 해서든지 기회를 잡아 잘 살아보겠다는 사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죽어라고 순종하며 사는 사람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념을 따라 행동하며 사는 사람
기타등등 기타등등 아마 만 가지로 달리 살 것이다
워낙 세상은 넓고 인생은 다양하니까.

저 작가는 왜 겨울 앙상한 나무에 파란 낙엽을 달아맸을까?
희망이다.
당신의 희망은 무엇인가?
그 희망이 절대실현불가능한 희망이냐, 실현가능한 희망이냐?
선택은 물론 감상하는 당신이 스스로 할 것이다.
그 책임도 물론 당신이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