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2) 남북교역 : 노동시장 구조조정 불러온다

남북교역이 제대로 시작되면 남한의 노동자들의 삶은 어떨까?

현재의 문재인 정부는 친노동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삶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남북교역 재개는 남한의 노동시장, 특히 단순노동이나 제조업분야에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한의 노동시장도 개혁과 개방의 속도 및 방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국영 기업의 체질 변화와 민영 기업의 증가는 평생 고용이라는 개념은 옅어지게 될 것이다.

 

남북경협의 기본적 구조

구조적으로 보면 남한 기업들의 대북투자가 주를 이루는 협력이지, 북한 자본이 남한으로 내려와서 새로운 공장이나 유통시설을 지을 리는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있었던 남북경협에 관한 주된 내용의 전부는 남한이 북한에 투자한다는 내용뿐이다. 그로서 남한이 얻는 이익은 ‘평화’이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져 왔던 남북 경협의 전반적인 형태를 보면 남한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이 토지와 자연자원, 노동을 제공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북한은 그 대가로 현금을 수취해가는 구조였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 기업들은 재무적 이익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남한의 고용 창출에 기여하지 못했다. 오히려 남한 기업들이 남한을 벗어나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빌미만 제공한 셈이었다. KIEP의 연구자료인 ‘남북한 경제통합 분석 모형 구축과 성장효과 분석(2017년)’에 따르면 노동의 경우 남한에서 북한으로 기술지원 인력이나 관리직(주로 숙련노동인력)이 파견되나, 북한에서 남한으로는 주로 단순 노동 인력이 파견된다. 그러면 이들의 질적인 격차(숙련인력과 미숙련인력)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상이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남북한에서 양측으로 노동인력이 파견되면 해당국의 노동력 수요는 파견된 수만큼 줄고, 상대국의 고용된 노동력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이런 일은 자본은 남한에서 북한으로 일방적으로 투자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는 북한이 남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며, 2000년대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도 북한이 남한에 비용을 지불할 때는 대개 현물이나 자원 형태로 하였던 점을 고려한 것이다. 남한의 북한지역 투자는 경협 형태에 따라 자본에 대한 투자와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나뉜다. 북한에 대한 남한의 자본투자가 이루어지면 북한의 자본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해당하는 만큼 늘어나며, 남한의 자본투자는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현재와 같이 일방적인 대북투자 계획과 평화에 대한 욕심만으로 남북경협을 추진한다면 남한 내 자본투자는 줄어들고, 고용 또한 악화되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개성공단의 사례

실제로 개성공단을 2004년 이래로 운영하면서 북한 근로자 5만 5천 명을 고용했다. 남한 근로자는 개성공단 직접 고용 노동자 수는 약 800여 명을 안팎에 불과한 숫자만 고용했다. 물론 북한이나 남한은 개성공단을 지원하기 위한 각각의 지역 내 추가적인 인원과 협력업체들이 있었겠지만, 이는 제외하였다. 이러한 수자를 비교하면 개성공단이 북한의 근로자 취업에 큰 도움을 주었겠지만, 남한의 근로자 취업률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없었다. 남한에서는 매출과 설비투자 등 직접적 내수 진작 효과와 더불어 인건비 절감, 고용 유발 등 간접적 기대효과를 보았을 뿐이다. 실제로 2016년 개성공단을 폐쇄했을 때 조차도 개성공단이 우리 경제, 특히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우리 정부가 수치적으로 공식 자료를 내놓은 적은 없다. 남북한 경제통합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것이 통합 비용 분담자와 수혜자가 일치하지 않아 통합의 경제성장효과가 한 측으로 편중되는 경우이다. 앞서 언급한 KIEP의 보고서에서도 경제통합에 따른 성장효과의 배분 문제와 관련하여 남한의 성장효과보다 북한의 성장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과정에서 북한의 성장효과가 남한의 성장 효과보다 큰 것은 북한의 경제 규모가 남한의 경제 규모보다 작아 남북한 경제통합 과정에서 남한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므로 생산성 개선과 자본·인프라 축적 확대로 인한 경제성장 증진 폭이 남한의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남북경협을 ‘북한 퍼주기’로 지칭하는 것이 성장효과보다는 비용 측면만 부각시키는 해석에 가까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앞서 대부분의 경협사업에서 남북한 총 성장효과 중 남한의 성장효과 비중이 적어 경제성장효과의 균형 측면에서 ‘퍼주기’라는 우려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남한의 경제적 이익을 제고할 수 있는 경협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막대한 대북투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남한의 고용이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남한 노동시장의 구조조정 가능성

 

- 남북경협의 긍정적 효과가 남북이 불균등하게 되고, 남한의 자본 유출은 지속

- 남한의 일자리 감속 속도가 인구 감속 속도보다 빠름

 

남한 노동시장으로 보아서는 수요는 줄거나 그대로인 것에 비하여, 공급은 2500만 명이라는 남한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새로운 노동력 공급이 50% 이상이 늘어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나 공학 부분의 노동력은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물론 북한은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라 기본적인 노동력의 질은 높지만, 사회주의 마인드로 인하여 적극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며 업무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남한에서 고용하게 될 북한의 노동력은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이 주를 이루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남한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은 높아지지만, 그 결과가 남한의 노동력 고용 증대로 이어질지는 심히 의심스럽고 오히려 남한 노동력의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남한 기업의 북한으로의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남한의 기업들은 반기업 정서와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기업규제로 인하여 재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그런 기업에 대한 제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보다 더 남한기업에 호의적이라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남한의 대표적 첨단 기업들의 북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북한에 진출한 기업들은 북한 노동자들을 자사의 업무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각종 복지와 교육을 감당하게 된다.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마저도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남한 노동자들이 양질의 일자리에서 좋은 교육과 복리후생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 남북경협으로 인한 취업률 저하와 일자리 창출 가능성의 감소는 온전히 남한의 노동자들이 짊어지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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