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도  그때만 해도
야생화를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사람들이 먹고살기 바쁜 때라서인지 다른 것이 더 좋아서인지
야생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고작 생물학과 학생들이나 야생화를 탐사하고
식물학박사들이 야생화사진을 찍을 뿐이었다

1988년부터 야생화에 일생을 건 나는 벌써 20년 가까이 된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으나 지금의 생각은 하나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들은 야생화에게 방해가 된다
사진 찍으러 다닐 때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힘쓴다

사진 찍으러 혼자 다니다 보면  무서운 게 많다
뱀이 무섭고  후다닥  튀는 동물들이 무섭고
깊은 산속에서 느닷없이 마주 대하는 사람이 무섭다
제일 무서운 건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산 속
바위비탈에서 잘못  뒹굴러 다쳤을 때
그냥  고스란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는 것이다

야생화 사진을 찍다 보면  별 사람이 다 있다
화면정리를 한다고 주변 다른 풀들을 모조리 뽑아버리는 사람
구도를 잘 맞추기 위하여 꽃을 꺾어 구도를 맞추는 사람
귀한 꽃일수록 자기만 찍고 다른 사람이 못 찍게 꽃을 꺾어버리는 사람
귀한 꽃을 아예 집에서 키우려고 캐가는 사람(조건이 달라 절대 살지 못한다)
푸대를 들러메고 야생화를 싹쓸이하여 시장에 파는 사람

야생화를 찍으며 배운 것이 참 많다
모든 야생화들은 자기나름대로 환경에 최대한 적응하면서 살고 있다
어디에서 피는 어떤 꽃도 잘 살펴보면 기막힌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모든 생물은 자연의 하나이며 또 그 하나가 모여 큰 자연을 이룬다
내가 모를 뿐이지 이 세상 어디서고 홀로 아름답게 피는 꽃들이 있다
하찮은 야생화들도 적자생존을 하려고 온힘을 다하고 있다

야생화는 애인과 같다
잘 찍으려면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
그들처럼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찍기 전에 이리저리 관찰하고 대화하고 그 야생화와 통해야 한다
모든 야생화는 자기 이름을 불러주기를 원한다
세상 만물과 함께 어우러지고 같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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