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푸른 다뉴브강의 물결 (사의찬미) 하모니카 Em



돌아온 세월은 아쉽고 잘못이고 후회투성이이다.
돌이킬 수 없는 그 세월을 잡고 한탄해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무엇을 하면서 소진해야 할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그러나 현실은 더 아득하기만 하다.

몸은 이미 많이 부서져 반쪽씩만 남았다.
젊어서는 그 반쪽만으로도 뚝심이 있어서 버텼지만 갈수록 힘들다.
남들은 다 잘나가는데 나 혼자만 늪에 빠진 것 같다.
세상이 다 헛되고 헛될 뿐이다.
이런 나를 가족에게 설명하기도 차마 못할 짓이고
곁에 있던 사람조차 이렇게 변해가는 나를 싫어하고 이해 못하고 핀잔만 줄 뿐이다.
다 야속하기만 하다.
그저 나 하나 어디로 훌쩍 숨어버리면 그만일 것 같다.

툭하면 눈물만 흐른다.
처음에는 내가 시를 쓰고 감성이 예민해서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는 꽃이 시드는 것만 보아도 눈물이 난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더란 유행가 가사처럼
다 부질없는 짓이다.

아, 사방팔방 어디를 보아도 내가 설 곳이 없다.
내가 여태껏 살아왔던 것은 다 거짓이고 무의미하고 한낱 쓰레기만도 못하다.
글이라고 끄적거린 것이나 책이라고 펴냈던 것 따지고 보면
혼자만의 자위이고 사치이고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잡동사니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속만 더 뒤집는 사랑은 뭐말라빠진 것이더냐.

때로는 싸구려 몇천 원짜리 국산양주를 들고 노래방에 가서
혼자 서너 시간씩 노래를 부른다.
때로는 술집에 처박혀 이차 삼차까지 술에 취한다.
그때만큼은 기분이 풀린다.
그런데 그것도 언발에 오줌누기이다.

깨고 나면 도로 허무해지는 죽음 같은 이 절망은 어쩌란 말인가.
잡아도 잡아도 잡히지 않는 하나님은 어디 계시고
나를 사랑한다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저 혼자 바쁠고.
가리라. 가리라. 가리라.
나 혼자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