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슬램덩크’라는 농구만화가 있었다. 슬램덩크의 인기는 최고였다.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농구가 유행했을 정도였다. 슬램덩크에는 강백호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는 농구에 대해서는 풋내기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된 강백호는 농구부 주장의 여동생 채소연에게 잘 보이기 위해 농구를 시작한다. 강백호는 매우 무식한 녀석이다. 한마디로 그의 캐릭터는 단순 무식 과격이었다. 그런데, 그의 그런 무식함이 그에게는 최대의 무기였다. 그는 단순하고 무식했기 때문에, 농구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게 된다. 농구 외의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단순하게 선택하고 무식하게 집중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무한한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붇는다.

 

나는 스티브잡스를 보면서 강백호를 많이 떠올렸다. 둘의 공통점은 ‘무식함의 경쟁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스티브잡스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무시하고 고집대로 일을 밀어붙여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디자인의 컴퓨터는 불가능합니다”라는 기술자의 대답에 그는 타협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불가능할지는 몰라도 무조건 만드시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아이폰의 화면에 강화유리를 붙이기 위해 코닝에 갔을 때에는 3년 후에 납품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무조건 6개월 후에 납품하라고 몰아붙인 일화가 있다. 당시 코닝의 사람들이 난감해하며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자, 스티브잡스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상대를 설득하여, 결국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또는 새로운 컨셉을 탄생시키며 결과를 만들어내게 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그의 에너지는 ‘무식함의 경쟁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잘 배워야 한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잘 배운다는 것에는 때때로 단순해지고 무식해져야 한다는 것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령, 많은 경영자들이 MBA에서 마케팅을 배우고 시장조사를 배운다. 배운 방법으로 시장조사를 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한다. 그런데, 스티브잡스는 소비자 조사를 안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늘 '그레이엄 벨이 시장조사를 하고 전화기를 만들었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고, 알아도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수입차를 산 소비자에게 구입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엔진이 강하거나 디자인이 좋아서'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다. “폼 나서”, “남에게 과시를 할 수 있어서”, “여자를 꼬시기 쉽기 때문에” 이런 것이 진실이다. 따라서 소비자 조사 결과에만 근거해 상품을 만들면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망가지고 제품은 안 팔린다는 것이다.



무식함의 경쟁력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무식’은 무지하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무식’은 다른 사람들의 상식을 무시하는 거다. 통계적으로 생각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거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이고 자기 확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더 싶은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고 자신이 결정한 것을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거다. 그것이 바로 ‘무식함의 경쟁력’이다.

 

 

불가능 속에서 획기적인 성공을 이루고, 어려운 상황을 역전시키는 강력한 힘은 ‘무식함의 경쟁력’에서 출발한다. 혁신적인 많은 일들이 그렇게 이루어졌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의 전자회사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세계 1위 제품을 내놓은 것은 반도체다. 삼성 반도체의 출발은 1974년 한국반도체 지분을 50%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1974년은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북한보다 더 못살았던 때였다. 객관적인 상황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도 없었고, 돈도 없었고 기술자도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무리라고 지적했고, 안 되는 일이라고 말렸다. 하지만, 당시 이건희 동양방송 이사는 자신의 개인 돈을 털어서라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겠다며 ‘무식함의 경쟁력’을 발휘했다. 정주영 회장이 어촌마을을 보며 조선소를 건설하겠다고 뛰어든 것이 1972년이었다. 당시 세계의 어느 나라도 한국에서 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았다. 더욱이 배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할 나라는 더더욱 없었다. 가령, 지금 소말리아나 케냐의 어떤 사람이 우리를 찾아와 자신의 나라에 비행기 제조공장을 만들고 비행기를 만들어 팔겠다며 투자를 하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나? 하지만, 정주영 회장 역시 ‘무식함의 경쟁력’을 발휘하며 지금 세계 최대의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을 세웠다. 대단한 일들은 모두 ‘무식함의 경쟁력’을 요구한다. 우리도 ‘똑똑함의 경쟁력’만이 아닌, ‘무식함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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