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다. 우리 가족들은 TV 앞에 모여 오디션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300만 명이 넘는 지원자로 시작해서 최종 10명 정도가 추려지고, 매주 탈락자가 나오며 생존을 위한 본격적인 서바이벌을 벌이는 프로그램은 정말 흥미롭다. 서로 다른 사람을 응원하며 누가 생존할 것인지 관심 있게 본다.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즐기면서도, 누가 1등을 할 것인지에 자연스럽게 모든 관심이 쏠린다. 왜냐하면, 1등의 혜택은 2등, 3등과 비교해서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1등 현금 5억 원, 자동차, 앨범 발매라는 혜택을 받지만, 2등부터는 돌아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70세가 넘으신 우리 어머니는 1등에게 모든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못 마땅하시다. “그냥 2등이나 3등에게도 좀 골고루 나눠주면 안되나? 비슷비슷한 실력의 아이들인데?”라고 말씀하신다. 어머니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별로 재미가 없을 거 같다. 거대한 상금을 누가 거머쥐느냐? 하는 것을 스릴감 있게 보는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시청자가 느끼는 재미와 다르게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들은 피를 말리겠지만 말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많은 경쟁시스템은 1등에게 대부분이 돌아간다. 한마디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인 것이다. 쉽게 검색을 해보라. 골프 대회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총상금의 절반은 1등의 몫이다. 1등이 절반을 가져가면 나머지 절반의 상금을 가지고 대략 10등 정도까지의 사람들이 나눠가진다. 예를 들어, 총 상금이 3억 원인 대회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1등이 1억 5,000만원의 상금을 받고 2등은 7,0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을 3등부터 10등까지 차등적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1등을 2명이나 3명이 경쟁할 때, 맨 마지막의 퍼팅 하나를 성공시키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8,000만원이 왔다갔다하게 된다. 그래서 골프는 실력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배짱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골프대회의 1등 상금과 2등 상금이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은 흥행을 위해서다. 한마디로, 대회를 구경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퍼팅 하나로 누군가 1억 원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그런 상황이 더 스릴 넘치는 거다. 그런데, 만약 경쟁이 싫어서 또는 1등에게 너무 큰 것이 돌아간다는 이유로 1등과 2등의 상금을 공평하게 똑같이 주기로 한다면 경기는 재미없어질 거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상황은 유쾌하지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것이 주는 재미와 흥미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경쟁하지 않고 공평하게 나눌 수 없는 상황도 많다. 예를 들어, TV에 1시간 동안 아이돌 가수가 나와서 춤추며 노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방송시간 상 10명의 아이돌 가수가 출연할 수 있는데, 대한민국의 많은 아이돌 가수 중에 누가 나와서 노래하면 좋을까? 당연히 가장 인기 있는, 한마디로 경쟁에서 앞서있는 1등부터 10등까지의 아이돌이 방송에 출연할 거다. 공평하게 가수협회에 등록이 되어있는 아이돌 가수들을 ‘가나다’순으로 출연하게 한다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만족스러울 거다. 그것은 오히려 공평하지 못한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무엇이 공평한 것인가? 경쟁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우리 상황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경쟁을 매우 싫어하고 경쟁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경쟁이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방법이고, 더 큰 시장을 창출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경쟁을 없앤다면 즐거움이나 풍요나 발전이 같이 없어지는 것이다. 경쟁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면 앞에서 본 것처럼 1등에게 더 많은 상금이 돌아가고 기회가 돌아가는 시스템 때문에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차이가 더욱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선수는 1년에 10억~20억도 버는데, 어떤 선수는 1,000만원도 못 버는 것이다. 가령, 가수가 100명이 있다면 2명~3명은 몇 십억이 넘는 집에서 외제차를 타고 살게 되고, 70명~80명은 생계가 어려워서 대리운전까지 해가면서 살게 된다. 이런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경쟁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공평하게 나누자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다.

 

 

꼴등을 위로하는 따뜻한 세상

사람들이 경쟁 시스템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경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다. 1등이 대우 받아서 세상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꼴등을 무시하면 세상이 더러운 것이다. 따라서 1등을 없애는 것이 따뜻한 세상이 아니라, 꼴등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는 것이 따뜻한 세상이다. 누군가 부자가 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어렵고 소외 받고 있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부자가 되는 것을 가로막는 시스템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과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올바른 것이다. 우리는 더 따뜻하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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