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문제 하나를 소개한다.
[질문 1] 다음 각각 (E, K, 4, 7)이라고 쓰여진 4장의 카드가 있다. 이 카드들은 한 쪽 면에는 알파벳이, 반대쪽에는 숫자가 쓰여져 있다. 이 카드들이 <만약 한쪽이 모음이면 반대쪽은 짝수가 쓰여져 있다>는 규칙을 모두 만족하는지를 알아보려면 최소 몇 장의 카드를 뒤집어보아야 할까? 그 카드는 어떤 카드들일까?
뒤집어봐야 할 카드 2장을 골라보라. 쉽게 문제에 접근되나? 단순한 이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10%도 안 된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일단 문제를 풀어보라.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조사가 있다.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바꿔보자.
[질문 2] 다음 각각 (부산, 대전, 비행기, KTX)라고 쓰여진 4장의 카드가 있다. 이 카드들은 한 쪽 면에는 도시가, 반대쪽에는 그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이 쓰여져 있다. <나는 부산에 갈 때에는 항상 KTX를 타고 간다>는 규칙을 모두 만족하는지를 알아보려면 최소 몇 장의 카드를 뒤집어보아야 할까? 그 카드는 어떤 카드들일까?
이 문제도 한번 풀어보자. 뒤집어봐야 할 카드 2장이 쉽게 골라지나?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한 정답률은 80% 가까이 된다고 한다. [질문 1]과 [질문 2]는 어쩌면 똑 같은 문제다. 차이가 있다면, [질문 1]은 (모음, 자음, 홀수, 짝수)라는 상징을 이용했고, [질문 2]는 (부산, 대전, 비행기, KTX)라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이용한 것뿐이다. 같은 난이도의 문제도 이렇게 언어를 바꿨을 때 정답률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면 다른 언어로 말해보고, 때로는 다르게 표현해보고, 다른 방식으로 말해보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숫자나 개념적인 상징은 우리 두뇌의 좌뇌에서 처리하고, 구체적인 언어와 같은 것은 우뇌에서 처리한다. 머리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은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상징과 일상 언어가 연결되고 의미가 부여될 때 생각의 폭은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래서 [질문 1]보다는 [질문 2]가 더 쉽게 풀리는 것이다. 추상적인 것을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언어로 바꿔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것을 더 오래 기억하고 비슷한 다른 문제에 적용하여 풀기 위해서는 그것을 추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의 두 질문의 해답은 다음과 같다.
[질문 1]은 <만약 한쪽이 모음이면 반대쪽은 짝수가 쓰여져 있다>라고 했다. 따라서, 모음인 E의 뒷면이 짝수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홀수인 7의 뒷면이 모음이며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홀수인 7의 뒷면이 자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2개의 카드만 확인하면 된다. 나머지 카드는 그 뒷면이 무엇이든 문제의 조건과는 상관이 없다. 이것은 <모음 à 짝수>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고, 논리학의 대우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홀수 à 자음>과 같은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질문 2]는 <나는 부산에 갈 때에는 항상 KTX를 타고 간다>고 했기 때문에 부산의 뒷면이 KTX임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부산에 가면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은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의 뒷면이 부산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대전을 갈 때에는 무엇을 타고 갔는지, KTX를 타고 다른 곳을 가는지는 조건과 상관이 없는 것이다.
박종하
mathian@daum.net
[질문 1] 다음 각각 (E, K, 4, 7)이라고 쓰여진 4장의 카드가 있다. 이 카드들은 한 쪽 면에는 알파벳이, 반대쪽에는 숫자가 쓰여져 있다. 이 카드들이 <만약 한쪽이 모음이면 반대쪽은 짝수가 쓰여져 있다>는 규칙을 모두 만족하는지를 알아보려면 최소 몇 장의 카드를 뒤집어보아야 할까? 그 카드는 어떤 카드들일까?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조사가 있다.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바꿔보자.
[질문 2] 다음 각각 (부산, 대전, 비행기, KTX)라고 쓰여진 4장의 카드가 있다. 이 카드들은 한 쪽 면에는 도시가, 반대쪽에는 그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이 쓰여져 있다. <나는 부산에 갈 때에는 항상 KTX를 타고 간다>는 규칙을 모두 만족하는지를 알아보려면 최소 몇 장의 카드를 뒤집어보아야 할까? 그 카드는 어떤 카드들일까?
일반적으로 숫자나 개념적인 상징은 우리 두뇌의 좌뇌에서 처리하고, 구체적인 언어와 같은 것은 우뇌에서 처리한다. 머리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은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상징과 일상 언어가 연결되고 의미가 부여될 때 생각의 폭은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래서 [질문 1]보다는 [질문 2]가 더 쉽게 풀리는 것이다. 추상적인 것을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언어로 바꿔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것을 더 오래 기억하고 비슷한 다른 문제에 적용하여 풀기 위해서는 그것을 추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의 두 질문의 해답은 다음과 같다.
[질문 1]은 <만약 한쪽이 모음이면 반대쪽은 짝수가 쓰여져 있다>라고 했다. 따라서, 모음인 E의 뒷면이 짝수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홀수인 7의 뒷면이 모음이며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홀수인 7의 뒷면이 자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2개의 카드만 확인하면 된다. 나머지 카드는 그 뒷면이 무엇이든 문제의 조건과는 상관이 없다. 이것은 <모음 à 짝수>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고, 논리학의 대우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홀수 à 자음>과 같은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질문 2]는 <나는 부산에 갈 때에는 항상 KTX를 타고 간다>고 했기 때문에 부산의 뒷면이 KTX임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부산에 가면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은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의 뒷면이 부산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대전을 갈 때에는 무엇을 타고 갔는지, KTX를 타고 다른 곳을 가는지는 조건과 상관이 없는 것이다.
박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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