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반에서 4등 했어요. 잘했죠”

“너희 반 몇 명인데?”

“32명이요”

“그럼, 상위 10%도 안 되는 거잖아. 더 열심히 해야 돼.”

 

 

귀여운 여학생이 나에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본 시험에서 자기 생각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나에게 자랑한 거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나는 그 학생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괜한 충고를 하면서 말이다. 말하고 돌아서서 ‘왜 그렇게 말했을까?’하는 자책이 들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도, 먼저 잘했다고 칭찬해줄걸. 먼저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그리고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고 말할걸.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고, 지나간 상황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여학생의 기분을 망친 것이 계속 아쉬웠다. 그러면서 2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나는 ‘문제아’들을 잘 다루는 학원 강사인 친구가 언젠가 했던 이야기다. 학원이나 학교에는 문제를 일으키고 잘 통솔이 되지 않는 학생들이 있는데, 학원 강사인 내 친구는 그런 ‘문제아’들을 잘 다룬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그 비결이 뭐냐고 언제가 물은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인간적으로 친해지면 나한테 잘해. 나랑 친하게 되면 내 수업시간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 거지.”

 

또 하나의 이야기는 PC 방을 운영하는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다.

“여기 막가는 녀석들도 나에게는 모두 90도로 깍듯하게 인사해. 내가 먼저 그 녀석들을 인정해주거든. 15살에 담배 피워도,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잘하고 인정받을 만한 것이 하나는 있거든. 내가 그걸 먼저 인정해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주니까, 내 앞에서는 피우던 담배도 끄고 깍듯하게 인사하더라고. “

 

 

리더십의 첫 번째 조건은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거다. 내가 자신과 같은 편이고, 내가 하는 말은 자신을 위한 말이기 때문에 내 말을 듣는 것이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는 믿음을 먼저 주는 것에서 리더십은 시작돼야 한다. 내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내 주장이 아무리 합리적이라 해도, 나와 인간적인 친밀도가 없는 사람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거다.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15살밖에 안된 녀석이 담배 피며 어슬렁거리는 걸 보며 그 녀석을 애정을 갖고 인간적으로 대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 녀석을 보면 몽둥이를 먼저 들고 때려주고 싶은 마음만 생길 거다. 하지만, 내가 그 녀석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면, 인생에 좋은 충고를 해주고 싶다면, 먼저 애정을 갖고 인간적인 친밀함을 만들어야 한다. 충고는 그 다음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 말이 상대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막상 리더가 되면 사람들은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을 상대가 잘 듣게 하기 위해서는 너무 가깝게 지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가까우면 권위가 서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아랫것이 맞먹는 사태’을 경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부모들이 첫째에게는 매우 엄하고 무섭게 한다. 그렇게 해야 아이를 통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들과 친구처럼 지내면, 아들이 내 말을 잘 안 들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며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가 되곤 한다. 하지만, 친밀감 없지 지시하는 것을 따르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리더십의 첫 번째 조건은 내 말을 듣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십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먼저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갖는다. 강의를 할 때, 사람들은 처음 5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다. 처음 5분을 잘 시작하면 2시간을 이야기해도 이야기하는 내내 재미있고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처음 5분을 잘 시작하지 못하면 무겁고 재미없는 강의가 되곤 한다. 그런데, 처음 5분 동안은 사람들과 친해지는 시간이다. 말하는 사람과 말 듣는 사람의 친밀도가 처음 5분에 만들어진다. 그런 시간을 갖지 않으면 강의는 겉돌곤 한다.

 

인간적인 상호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서로 친해지는 것이다. 아주 당연한 이것이 바로 리더십의 필요 조건이다.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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