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제(聖誕祭)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설어운 설흔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1955년>

 

 

워킹파더(working father): IMF 때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또 한번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고난의 아버지를 뜻하는 영어 hard working father를 줄여서 워킹파더라고 부른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워킹맘과 달리 워킹파더의 느낌은 어둡고 무겁다. 그리고 진지하다.

 

힘든 아버지인 워킹파더의 모습을 생각하다,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운 김종길님의 성탄제라는 시가 생각났다. 이 시가 생각났던 것은 중간에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라는 구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버지라는 단어는 늙고 고단한 나의 아버지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아버지라는 것을 우리는 깨닫는다.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가 아니라, 내가 바로 아버지다. 내가 바로 우리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다. 그것이 현실이다.

 

2009년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30대, 40대는 IMF 시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이제 조금 자리를 잡으려고 하니, 또 한번의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감상에만 빠지지 않고 오늘도 활기차게 생활하는 이 땅의 워킹파더들에게 김종길님의 성탄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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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분들과 새롭게 출판사를 만들었습니다. 3명이 모여서 만들었는데, 출판사 이름은 위너스 북(winners book)입니다. 저희 출판사에서 첫 책이 나왔습니다. 책 제목은 ‘워킹파더(working father)’입니다. 2009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현직 기자가 사회적 경제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책입니다. IMF에 어렵게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지금 또 한번의 경제위기에 맞서고 있는 대한민국의 30대, 40대를 위한 책입니다.

 

어려운 시절에는 힘든 아버지의 모습이 감성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이 책도 힘든 아버지에 관한 책인데, 감성적인 접근이 아닌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접근으로 이 시대를 이해하고, 행복하고 성공하는 올바른 아버지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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