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오늘 새벽 5시에 잠을 자고 있는 내 침대 앞에서 나지막이 나를 불렀다.

“아빠, 농구하러 안 갈래?”

 

평소 7시, 8시까지 미련 없이 잠을 자는 나에게 5시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각이었다. 나는 못들은 척하며 몸을 뒤척였다. 하지만, 아들은 집요하게 나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빠, 농구하러 가기로 했잖아.”

 

어제 저녁에 내일 아침 일찍 농구하자고 말하기에, 별 생각 없이 그러자고 했던 말을 집요하게 물고 들어지는 아들 덕에 오늘은 새벽에 동네 고등학교에 가서 아들과 농구를 했다. 얼마 전,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농구만화 ‘슬램덩크’를 보여줬더니, 그 영향으로 농구공도 사달라고 하고, 틈만 나면 농구를 하자고 한다. 드리블도, 슛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면서도 녀석은 농구가 그렇게 재미있나 보다.

 

농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를 보며 아내는 ‘공부를 그렇게 좀 열심히 하지’라는 얼굴로 쳐다본다. 그런 부인의 표정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은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해야 하는 일에는 그만한 열정이 나올 수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오늘 어떤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농구를 위해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알람 시계도 없는 그에게 어떻게 5시에 일어났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5시에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으로 잤는데, 5시에 눈이 떠졌어”

 

그 어린이는 평소에 공부하라는 엄마의 말에 억지로 공부한다. 그 어린이는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1등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1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평소에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하는 것이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공하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열정, 리더십, 창의성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한다. 의무감으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성실하고 의무감이 투철한 사람이어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다면 거기에는 열정도 창의성도 리더십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리더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는 내적인 동기를 일깨워줘야 한다.

 

재미있고, 하고 싶고, 그 일을 하는 과정이 즐겁고, 나름대로 결과를 상상하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더 많은 성과를 이루는 삶이다.

 

최근 뉴스에서 한국의 직장인들은 생계를 위해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일의 보람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만족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생계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몇 개국의 직장인들의 생각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한국인의 수준은 러시아나 동유럽의 국가들과 비슷한 정도였다. 일의 흥미나 만족도는 없고 단지 생계를 위해서만 나 자신이 일을 하고 있다면 그건 너무 우울한 일이다. 나의 일과 나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레너드 블로디노프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는 물리학을 전공하여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촉망 받는 젊은 과학자였다. 그의 연구 결과는 꽤 유명한 저널에 소개되며 많은 유명 과학자들에게 인용되었다. 그는 칼텍(Caltech)에서 연구 교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 대학에는 최고의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이 있었는데, 젊은 과학자로서 파인만과 같은 학교에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를 가슴 벅차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파인만과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듣는다.

“잊지 말게, 재미가 있어야 하네.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어야 해”

리차드 파인만(Richard Feynman)과 레너드 믈로디노프(Leonard Mlodinow)
 

그는 파인만의 한마디를 가벼이 넘기지 않았다. 그는 성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애정이 없는 길을 가는 것은 매우 허망한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재미있는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내면의 고민을 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는 물리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었지만, 시나리오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파인만의 말을 가슴에 세기며 과학자의 길을 떠나서, 헐리우드에 가서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내가 그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그가 썼던 ‘유클리드의 창문’이라는 과학책이었지만, 그는 스타트렉과 같은 TV 드라마 작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파인만의 말에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며 다른 사람들의 가치기준이 아닌,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블로디노프의 삶이 나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의 삶이 여러분에게도 좋은 영감과 올바른 안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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