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한라산, 경쟁과 협조의 순례 관광지
(110-23)남북교역 : 백두산과 한라산



남북경협이 재개되고 인적 교류가 가능하게 된다면 국내외로 관심을 많이 받게 될 곳은 바로 백두산이 될 것이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같이 등반해서 세계적으로도 더욱 유명해졌다. 백두산은 한민족의 탄생 전설이 있는 곳이고, 그래서 한민족에게는 모태와 같은 산이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중국을 통해서 백두산 등정을 하고 있다. 중국으로 가는 다른 관광객들은 중국 구경이 목적이지만 백두산으로 가는 관광객들은 백두산 그 자체와 백두산이 우리 민족에게 가진 깊고 깊은 의미를 되씹어 보기 위하여 간다. 앞으로 중국을 경유하는 코스가 아닌 북한 육로, 해로 또는 항공로를 통해서 간다면 남한 주민들의 백두산 관광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북한에 백두산이 있다면 남한에는 한라산이 있다. 한반도 남쪽 끝에 있는 한반도에서 가장 큰 섬, 자연적으로나 지질학적으로 아름답고 특색있어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다. 온 섬 자체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북한 사람들도 통일을 말할 때는 한라산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김일성도 ‘한라산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의 최고 권력층이 김일성 일가를 백두산 혈통이라고 한다면, 남한으로 온 탈북자 가족을 ‘한라산 줄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남한의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덕분에 경제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생활을 해서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한다. 최근 한라산에는 해군기지가 생겼고, 이로써 대양 해군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중국의 이어도에 대한 침략을 막을 잠재적 기능을 한다고도 한다.

이처럼 백두산과 한라산은 우리 한민족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남북으로 중국과의 잠재적 경쟁에 최첨단에 있다. 중국의 동북아시아 역사 왜곡은 백두산에서 시작하고, 서해 도발은 새로운 영토 분쟁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한 남북한의 잠재적 협력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과 김정은의 공동 백두산 등정은 한반도 안에서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 새로운 정치. 경제의 시작이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백두산은 우리 한민족에게는 큰 의미가 있지만, 중국에게는, 특히 중국의 한(漢)민족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의미를 둔다면 중원을 정복하고 청을 세운 만주족에게 의미가 있을 뿐이다. 김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고 문대통령과 같이 한라산을 등정한다면 한반도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이어지는 평화의 기운이 이어짐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관광지로서 자연적 아름다움, 과거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현대사적인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 이제 두 관광지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백두산과 한라산이 관광지로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현재로 봐서는 윈-윈하기보다는 상호 경쟁지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한 주민들의 여행 우선지 선정에서 한라산이 백두산보다 후순위로 밀릴 것이다. 이미 제주도는 여러 번 가본 사람이 많을뿐더러 여행 비용이 비싸다. 하지만 백두산은 좀 불편하고 한라산보다 당분간 비쌀 수는 있지만, 미지의 여행지로서, 온 국민이 가보고 싶었던 성지순례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서 한라산도 가보고, 백두산도 가보는 코스를 만들기 쉽지 않다. 그러나 한라산과 백두산을 최종 목적지로 하는 남북한 종주 여행의 여러 코스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여행 상품을 남한, 북한 주민은 물론이고 세계의 보헤미안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듯하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