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집에는 방마다 TV가 있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원룸에 살았다. 그의 집은 방 하나에 조그마한 TV 하나가 있었다. 그의 말대로 그의 집에는 모든 방에 TV가 있었다.

 

- 싸워서 한번도 져본 적이 없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강한 상대를 보면 먼저 피하고 상황을 외면했다. 그는 웬만하면 싸움을 하지 않았다. 남과 싸워서 이기는 그의 승률은 항상 100%를 유지했다. 싸움을 하지 않아서.

 

- 토론과 논쟁에서는 한번도 상대에게 밀려본 적이 없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상대와 말을 할 때면 항상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하고 대화를 끝낸다. 그에게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 토론이란 없었다. 단지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할 뿐이다. 그는 말로 상대에게 밀리는 일이 없다.

 

- 시험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운 좋게 시험에 한번 붙은 다음에는 더 이상 시험이란 걸 보지 않는다. 완벽한 자신의 기록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기회를 포기하며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 자신이 유혹하여 넘어오지 않았던 여자가 없었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한번도 여자를 유혹해본 적이 없다. 그는 논리학을 이야기하면서 가정이 틀리면 명제가 언제나 참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 자신은 일을 하면서 한번도 뇌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뇌물을 받을 만한 자리에 올라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제대로 일을 해본 적도 없는 그에게 뇌물을 가져다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처자식을 제대로 돌보지도 않아서 자신의 부인과 자식들이 항상 고통스러운 고생을 하며 살게 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아버지와 부잣집에 좋은 환경으로 인격적으로 가족을 돌보며 행복을 주었던 성실한 아버지가 있었다. 어느 날 가족을 잘 돌보던 성실한 아버지가 한번의 실수로 바람을 피웠다. 성실한 아버지는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아버지는 성실한 아버지가 바람 핀 사실을 가족에게 지적하며 말한다. “나는 한번도 바람 피운 적이 없는 훌륭한 아버지다. 내가 좋은 아버지의 표본이다.”

 

- 대통령을 뽑기 위해 사람들은 후보를 검증했다. 그런데 그 검증이라는 것이 “누가 무슨 잘못을 하지는 않았나?”와 같이만 이루어졌다. 검증을 통해서 누가 어떤 성공을 했으며 누가 어떤 장점이 있는가는 논의되지 않는다. 다만 누가 과거에 무슨 잘못을 하지는 않았나? 만 논의됐다. 사람들은 후보 검증을 통하여 오점 없는 대통령을 뽑았다. 하지만, 그가 오점이 없었던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어리석고 무능한 대통령에게 시달려야 했다.

 

 

얼마 전 친구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다. 권위와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인생을 가르쳐주고 싶으셨던 선생님이 책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내가 왜 책상 위에 올라갔는지 알아?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어서야. 이 위에서 세상을 보면 세상이 무척 다르게 보여. 너희들도 한번 책상 위로 올라와봐.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할 때에는 다른 시각에서도 봐야 해. 바보 같고 틀린 일처럼 보여도 시도를 해봐야 해.”

 

오래 전에 봤던 영화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학생들이 모두 책상 위로 올라가는 장면이 생각난다. 하지만, 선생님이 처음 책상 위로 올라갔을 때 따라서 책상 위로 올라간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책상 위에 올라가서 주위를 한번 보고 내려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정관념이 강한 명문고등학교에서는 쉽게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들도 비슷하다. 그렇게 한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닌데,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일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망설임. 주저함. 우유부단함.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어떤 변화도 두려워하며 아무런 새로운 시도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잘못하다가 인생의 오점을 남길까 두려워서.

 

사람들은 인생의 오점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고 자신의 생각을 제한하고 활동을 제한하며 인생을 소극적으로 사는 것이 진짜 오점을 남기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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