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날이 더워서인지 사람들의 얼굴에 짜증이 배어져 나오는 날이었다. 상가 회장님이 급하게 찾아왔다. 급하고 비밀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자기 가게로 살짝 오라고 하셨다. 무슨 일일까?

 

“박 사장. 상가 1층에 빵집 말이야. 빵집에서 우리 상가의 공용수도를 자기네 집 수도 쓰듯이 쓴다고 하더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공용수도를 개인용으로 쓰고 있데요.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우리 동네 상가에는 항상 넉넉하게 웃으시며 누구를 만나도 반가워 하시는 빵집 아저씨가 있다. 사람 좋고, 누구를 만나도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분이다. 빵을 사도 같은 상가 형제라며 넉넉하게 더 주신다. 우리 상가에 그 아저씨가 온 이후로 우리 집에서는 빵을 더 많이 사먹게 된 거 같다. 그런데, 그렇게 사람 좋은 아저씨가 상가의 공용수도를 개인적으로 사용한다니. 세상은 정말 모르는 거다.

 

 

우리 상가에는 총 20개의 가게가 있어서 20개의 수도 계량기가 있고, 공용수도가 하나 있다. 그런데, 빵집에서 공용수도의 파이프에 빵집으로 새로운 파이프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 몰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가 회장님은 이런 상황에 대하여 대책을 마련하시려고 상가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 보니, 별로 사용하지도 않는 공용 수도의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모인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흥분한 어떤 사람은 빵집 아저씨를 경찰에 신고하자는 말까지 했다.

 

빵집으로 모두 달려가기 전에 일단 사실 확인부터 하기로 했다. 공용수도의 계량기와 파이프 연결을 관찰해서 증거를 확보하기로 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지하의 수도 계량기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공용수도 파이프에서 빵집으로 연결된 파이프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냉면집 아주머니는 빵집에서 길가로 물을 뿌리는 호스가 공용수도로 연결된 것을 확인해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모두 빵집으로 갔고, 빵집에서 길가로 물을 뿌리는 호스가 연결된 파이프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그 파이프는 빵집의 계량기에 연결되어있었다.

 

 

상가의 회장님은 빵집 아저씨에게 미안하다며 정중히 사과를 했고, 모인 사람들도 모두 빵집 아저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돌아갔다. 어처구니 없었던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먼지까지 많이 날렸던 이번 여름, 빵집 아저씨는 빵집 앞을 하루에 몇 번씩 물을 뿌리며 청소를 했다. 빵집 앞에 물을 뿌리던 아저씨는 상가 입구까지 매번 물을 뿌렸다. 그렇게 항상 웃으며 물청소를 하시는 아저씨를 본 냉면집 아주머니는 빵집 아저씨가 공용수도를 이용하여 물청소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거다. 아무리 자기 집 앞이라도 남들이 다니는 길거리를 자기 돈으로 청소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자기 집 앞뿐만 아니라 거리가 꽤 되는 상가 입구까지 자기 물을 뿌리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이렇게 의심한 냉면집 아주머니는 빵집 아저씨가 공용수도로 동네 청소도 하고 자기 집에 필요한 물도 쓰고 있다고 생각한 거다. 착한 빵집 아저씨의 착한 행동을 의심하고 오해했던 거다.

 

 

“내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달라지는 거야. 박사장은 아직 젊으니까, 내 말 잘 새겨들어.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전쟁터에 살고,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세상에 사는 거라고. 옛날에는 하루 3끼만 굶지 않으면 걱정이 없었어. 요즘처럼 냉장고, 에어컨이 어디 있어. 그래도 밥 굶지 않아서 감사하다고 기도했지.”

 

상가 회장님은 빵집 아저씨를 의심했던 것을 무척 미안해 하며 엄한 나에게 계속 설교를 했다. 무더운 여름날의 해프닝은 그렇게 나쁘지 않게 마무리 되었다.

 

 

 

- 한 페이지 소설(one page stor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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