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위한 시

 

바람이 불어 꽃이 떨어져도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강물이 되면

그대의 꽃잎도 띄울게

 

나의 별들도 가을로 사라져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게

 

이 생명 이제 저물어요.

언제까지 그대를 생각해요.

노을 진 구름과 언덕으로

나를 데려가 줘요

 

 

내가 20살 때였던 거 같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학비를 내고 약간의 돈이 남아 작은 오디오를 하나 샀다. 당시 친구들 집에 있는 판(LP)을 돌리며 노래가 나오는 기계가 신기하고 부러웠던 나는 거금을 투자했다. 친한 친구가 내가 오디오를 산 것을 기념하여 이문세씨의 새로 나온 음반을 선물해줬다. 그 음반의 대표곡이 바로 ‘시를 위한 시’였다.

 

당시에는 대중가요를 많이 들었다. 가요 톱10이라는 프로에 나오는 대부분의 노래들을 듣고 따라 불렀다. 그런데, 이 노래 ‘시를 위한 시’는 뭔가 다른 노래들과 약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래는 분명 내가 기존에 들었던 노래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일까?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나는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죽어서 슬픈 노래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들었던 노래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서 슬프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슬픈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였다. 하지만,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내가 죽어서 슬픈 노래다. 나는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괜찮지만, 나를 떠나 보내고 남아서 슬퍼할 사람을 생각하니 죽는 내가 슬프다는 것이다.

 

이 노래는 나에게 생각의 전환 같은 것을 주었다. 한편으로는 반대편을 봐야 한다는 교훈도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던 거 같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상대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정말 부족하다.

 

가령, 부모에게 물려받을 재산이 없어서 투정하며 불평하는 사람은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어서 속상해하고 안타까워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너는 나를 사랑하니?’라고 상대의 사랑을 확인 받고 싶어하지만, 그것은 사랑 받기만을 원하는 이기적인 마음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사랑을 받아야만 내 사랑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주로 상대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아들과 딸에게 학교에서 1등 할 것을 기대하고 강요하는 부모는 과연 나는 몇 등일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에 자신이 학교 다닐 때의 등수가 아니라, 내가 현재 부모로써 대한민국의 성인으로서 과연 몇 등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자녀에게 1등을 강요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욕을 먹는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사람이 욕먹는 것과 비슷한 것을 나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받기만 하고 주는 것을 싫어한다는 비판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거지 근성이 있어서 그래’ 라는 욕을 누군가가 듣고 있다면 우리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거지 근성’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보고 주변을 보면서 얻는 인생의 지혜 중 하나가 받으려고 하면 오히려 별로 받지 못하고, 먼저 주려고 하면 항상 더 크게 되돌아 온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살려고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는 자는 살 것이다’라고 전쟁터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말이다. 묘하게 그런 것이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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