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 '이그 노벨'(Ig Nobel)상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기지가 번뜩이는 10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어른들은 들을 수 없지만 청소년에게는 고막을 찢는 듯한 고주파를 흘려 가게 앞을 어슬렁거리는 10대들을 쫓아내는 초음파기 발명가와 직장(直腸)에 손가락을 넣어 난치성 딸꾹질을 치료한 의사 등이 그들이다. 이중 8명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시상식에 자비를 들여 참석, 상을 받았다.

 

이그 노벨상은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과학과 의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북돋우자'는 취지로 과학 유머잡지 '엽기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1991년 제정한 상이다. 매년 분야별로 저명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성과를 토대로 주어지며 상금은 없다.

 

 

10월 9일 뉴스에 올해의 이그 노벨상에 관한 기사가 발표됐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나는 이런 뉴스를 좋아한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준다는 취지의 이그 노벨상. 재미있지 않나?

 

올해 이그 노벨상 명단에서 나의 눈에 띈 수상자는 영국의 하워드 스테이플턴로 그는 불량청소년 퇴치 고주파기를 발명하여 쇼핑몰에 평화를 가져온 공로로 이그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의 발명품의 원리는 대략 이렇다. 20대 이후의 성인들은 청력이 떨어져서 주파수가 8000Hz 이상으로 올라가면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1만7000Hz의 주파수의 소리를 발생하면 10대는 듣지만 30대, 40대의 어른들은 듣지 못한다고 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10대에는 들리지만 30대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는 거다. 그는 쇼핑몰이나 고급 레스토랑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문제 아이들에게 이런 고주파의 소리를 아주 시끄럽게 틀어서 10대의 청소년들을 쫓아내는 기계를 발명했다. 물론, 자신들이 원하는 30대 이상의 고객에게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고객관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최근에 한 통신회사의 신사업과 관련된 워크숍에서 강의를 하다가 그 회사 사람들에게 10대는 들리지만 30대 40대는 듣지 못하는 벨 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틴벨(Teenage-Bell)’이라는 이 벨 소리 서비스는 이그 노벨 평화상을 받은 제품의 아이디어와 같이 10대는 듣지만 30대는 듣지 못하는 소리를 이용하여 휴대폰의 벨 소리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이미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는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장면을 상상해보라. 학교 교실에서 수업 중에 누군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린다. 교실의 학생들은 모두 낄낄거리며 웃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듣는 이 휴대폰 벨 소리를 선생님은 듣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은 학생은 선생님 몰래 살짝 통화를 한다. 이런 상상이 실제로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10대들이 그 벨 소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이렇게 10대는 듣지만 30대는 듣지 못하는 소리의 아이디어는 사실, 모기 퇴치기에서 왔다고 한다. 모기 퇴치기라는 제품은 모기는 듣지만 인간은 듣지 못하는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발생시켜 모기를 내쫓는 제품이다. 모기 퇴치기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조용한 상점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10대를 내쫓는 엉뚱한 발명품이 나오고, 그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10대를 위한 휴대폰 벨 소리 서비스까지 나온 것이다. 이렇게 아이디어라는 것은 변형되고 진화한다.

 

 

나의 일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이나, 내가 하는 일의 영역과 전혀 다른 곳에 발생하는 일들도 내가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어떻게 기회를 포착할 것인가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하고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되기도 한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디에선가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사람에게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려고만 한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없다. 남다른 획기적인 성과는 다른 영역의 사람들에게서 아이디어를 가져올 때 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일들을 열린 시각으로 보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선을 긋는 것보다 항상 기회를 포착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도 배워야 하지만,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배워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다른 일을 하는 사람에게 배우지 않고서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오히려 다른 일을 하는 사람에게 배울 때 더 큰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순수한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성을 쌓고 자신들의 분야에서만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10대를 내쫓는 기계’와 ‘10대를 위한 벨 소리’를 보면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두 제품은 모두 모기 퇴치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 왔지만, 영국의 엉뚱한 발명가는 퇴치하고 싶은 모기의 자리에 10대들을 놓았고, 10대들은 모기를 따돌리듯 어른들을 따돌릴 수 있는 벨 소리에 열광하고 있다. 당신도 10대를 위한 벨 소리를 검색하여 소리를 한번 들어보라.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벨 소리가 들린다고 주장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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