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 : 북한의 저자 발굴


남북교역이 재개되면 북한 저자 책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를 내볼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에서 좋은 컨텐츠를 발굴해야 하고, 좋은 저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북한 책이 남한에 소개된 책이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남한에 소개할 만한 책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의 주체사상에 바탕으로 한 사상검열은 자유로운 생각의 발상을 막을 뿐만 아니라, 출판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북한의 출판 업계가 어떻게 굴러간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다. 북한의 출판은 분명 공산당이 장악하고 공산당의 입맛에 맞는 책만 낼 것이다. 그러니 남한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책이 나오기가 어렵다. 책의 수준은 그 나라 경제와 정치 발전의 수준을 따라간다. 정치가 발전하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자기가 쓰고 싶은 내용을 써도 구속의 위협을 받지 않는다. 경제가 발전하면 출판했을 때 글을 쓴 노력이 금전적으로 보상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책을 쓰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 그런데 북한은 둘 다 미흡하다. 아니 많이 부족하다. 좋은 저자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에서도 환영받을 만한 내용의 책을 낼 만한 좋은 저자나 작가를 찾으려면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까?

북한 서점가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책을 내본 사람이 다른 내용의 책을 낼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 잘 쓴 책의 저자와 같이 협의하면서 쓰는 것도 좋고, 과제를 주고 알아서 쓰라고 해도 된다. 어차피 책을 쓴다고 그 내용을 다 알고 쓰는 것은 아니다.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알려고 쓰는 경우도 많다. 내가 그렇다. 다 알면 굳이 새로울 게 없으니 그런 내용의 책을 쓸 필요가 없다. 쓰는 사람도 다 아는 내용을 정리하고, 글로 쓴다는 것은 지루하다. 새로운 책을 쓸 때 모르는 것을 찾아가면 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즐거우니 쓴다. 북한 저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남한에서 팔아야 하는 책도 수령님 어쩌고저쩌고, 위대한 장군님 어쩌고저쩌고 하지는 않겠지? 정말 그래야 한다면 남한에서는 웃음거리 밖에 안될 텐데. 그렇다고 북한 저자가 북한의 체제를 수호하지 않는다면 당장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남북교역 재개 초창기에는 남북한 사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를 고르는 것이 좋겠다. 인문학은 어떨까? 인문학이야말로 사상의 기초가 되는 것이니 좌빨이니 우빨이니 하는 비평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여행기는 어떨까? 괜찮겠다. 북한의 주요 명소를 찾아다니며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의미를 찾아, 북한을 찾는 관광객에게 좋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면 된다. 그런데 북한의 주요 명소라는 것이 김일성 수령 아바이, 정일 장군님하면서 뭐라 뭐라 하는 곳이 많다던데, 그런데도 소개해야 하나? 뭐 그것도 북한의 명소고, 역사라면 소개해도 되지 않나? 평가는 여행객들에게 맡기면 될 것도 같다. 그래도 그런 장소는 아무래도 체제 선동도 포함될 듯하다. 순수 문학은 어떨까? 시나 소설 같은 것. 아주 없지는 않겠지. 시는 사회성보다는 언어의 조탁을 세심하게 하고자 한 작가의 시가 좋겠다. 소설은 아무래도 사회와 밀접할 수밖에 없다. 그럼 또 주체사상이니 뭐니 할 수 있다. 재미없다. 추리소설은 어떨까? 장르소설도. 아마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며 공산당이 출간 허락할 리가 없다. 기술서적은 괜찮을까? 북한의 소프트웨어, 코딩, 해킹이 세계적인 수준이니 기대할 만할지도 모르겠다. 미사일, 무기 관련 책도 좋겠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관한 책을 쓸 저자는 어떨까? 너무 슬퍼서 눈물 날 것 같다. 70여 년 동안 북한은 남한에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이었다. 미국은 잘 알아도 북한은 몰랐다. 많은 책이 나올 수 있다. 북한의 저자가 쓰고, 남한에서 편집자가 수정하면 될 듯도 하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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