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도 닦는 것보다 현실은 더 어렵다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산에서 도를 닦거나 또는 연구실에서 어떤 철학을 연구하는 것보다 현실에서 올바르게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 분명 더 어려운 일인 거 같다. 더욱이 책임을 지는 리더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상적이고 개념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언제나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교과서에 있는 정답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얼마 전 뉴스를 본적이 있다. 필리핀의 한 인기방송 프로그램의 쇼를 구경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누군가 “폭탄이 있다”고 외치자 놀라서 급하게 대피하다 88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하는 참극이 벌어졌다고 한다. 같은 날 한국에서는 국내 최대의 리조트에서 천정의 석고보드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리조트의 관리실에서는 사내방송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고를 수습했다고 한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사고 즉시 안내방송을 하게 되면 손님들이 출구로 한꺼번에 몰려 압사사고 등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 대피방송을 늦췄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폭탄으로 의심이 가는 물건이 있다면 당연히 신고를 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건물 안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다면 당연히 사고를 알리는 사내방송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피해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소식을 알림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교과서적인 이야기이다. 현실에서는 때때로 진실을 밝히지 않아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행복을 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책임을 지는 리더는 교과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생각을 해야 하는 거다. 때로는 현실을 고려하고 진실을 알리지 않은 사람에게 규정을 위반했다고 책임이 부과되기도 한다. 심지어 그는 감옥에 갈 수도 있다. 너무나 억울하지만 말이다.

 

 

또,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어떤 깨끗한 U라는 회사가 있다. 그 회사는 창업자의 올바른 신념으로 정말로 사회에 존경 받는 회사가 되었다. 투명한 경영과 조금의 부정부패도 용납하지 않는 기업문화로 사회에 존경을 받고 있다. 특히 창업자는 자식에게 재산도 물려주지 않고, 기업도 물려주지 않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여 우리사회에서 가장 존경 받는 회사가 되었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던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약간 아쉬워요. 나는 그 회사가 너무 좋고 사람들은 모두 그 회사를 존경하죠. 하지만, 그렇게 청렴결백 하게 기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그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중견기업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어요. 만약, 창업자나 전문 경영인이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그 기업은 충분히 대기업이 됐을 겁니다. 그렇게 그 회사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면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더 많은 종업원들에게 월급을 주며 우리 사회의 발전에 더 크게 기여했을 거예요.”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지키며 사는 삶은 정말로 아름다운 삶이다. 그런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우리 사회의 자랑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그런 회사나 개인을 존경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것의 범위를 약간 확대하여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더 왕성한 기업 활동을 하고, 수출도 많이 해서 세금도 많이 내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현실적인 기업일 수도 있다. 특히, 어렵고 힘든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충고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교과서에서 정답으로 이야기하는 도 닦는 수준의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을 현실에서 올바르게 적용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현실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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