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그 말은 정말이야. 예쁜 여자 애들은 똑똑한 남자를 좋아해.”

“그래도 그게 무슨 법칙처럼 들어맞는 건 아니지.”

“임마, 세상일에 무슨 법칙이 있냐? 그냥 대충 그렇다 그거지. 인생에 딱 들어맞는 법칙은 아무 것도 없어.”

“나도 그런 거 같은데. 사람들은 보통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 둘 다 가지려고 하지.”

“아, 그러니까, 예쁜 애들은 자신이 없는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지적인 남자를 좋아한다 이거지?”

“그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모두 가지려 한다고?”

“그래. 생각해봐. 보통 돈과 권력 중에 넌 뭘 선택하겠냐?”

“난 돈.”

“그래도 난 명예.”

“너희들이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이런 거지. 옛날 사람들은 권력을 선택했어. 왜냐하면, 권력이 있으면 돈이 따라오니까. 요즘 사람들은 돈을 선택하지 돈이 있으면 권력과 명예가 따라오니까”

“녀석, 그냥 돈을 선택하는 거네, 뭐.”

“그래도 일리가 있는데.”

 

“야, 그건 그렇고, 그러니까 똑똑한 모습을 강조해야 한다는 거지?”

“그래도 좀 그렇다. 그럼, 예쁜 여자 애들은 모두 멍청하냐?”

“맞아, 예쁜 애들은 모두 멍청하다는 가정이 들어가고 있네.”

“그런 게 아니고, 음, 이렇게 생각해봐. 외모에 신경 쓰는 애들은 보통 감성적인 애들이야. 감성적인 게 강하다는 건 이성과 감성 중에 감성을 선택한다는 거지. 그러니까, 이성보다는 감성을 좋아한다는 거야. 왜 그러지,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 그러니까, 감성적인 애들이 이성적인 남자에 호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지.”

“오, 분석적인데.”

“맞다. 그거 맞는 거 같아.”

“그럼, 이거 빨리 분석해보자. 내일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거 분석해와.”

“아주, 명령이구나.”

“좋아. 그래 보자. 그런데 누구한테 물어보나?”

 

 

친구들은 다음과 같이 생긴 예쁜 판의 그림을 종이에 옮겨 그렸다.

 

 

그들이 보고 있는 그림은 두개의 사각형안에 같은 모양의 A, B, C, D가 들어있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같은 A, B, C, D를 다르게 배열한 것뿐인데, 왼쪽의 사각형은 가로 8칸, 세로 8칸으로 총 64칸이고, 오른쪽의 사각형은 가로 5칸, 세로 13칸 총 65칸이다. 왼쪽의 사각형을 선을 따라 잘라선 다시 배열한 것이 오른쪽의 사각형인데, 전체 넓이의 차이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들이 다시 모일 때까지는 6일이 걸렸다. 한 친구는 내일 이 문제를 해결하여 최근에 만나기 시작한 여자 친구에게 과시해야 한다. 물론, 단지 과시하고 싶은 거다. 여자 친구는 관심도 없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그림은 꼬마의 계단 오르기랑 밀접한 연관이 있어”

“꼬마의 계단 오르기?”

“응. 그러니까, 어떤 꼬마가 있는데, 이 꼬마는 계단을 한번에 2계단까지 올라갈 수 있어. 이 꼬마가 계단을 올라가는 거랑, 이 그림은 강한 연결고리가 있는 거야.”

“야, 그게 무슨 말이야?”

“꼬마의 계단 오르기가 이상한 그림과 강한 연결고리가 있다? 무지 미스터리하다.”

“그래. 이해는 안가지만, 원래 미스터리라는 게 그런 거지.”

“좋아, 좋아. 미스터리는 충분하다. 그런데, 무슨 연결고리가 있다는 거야?”

 

 

친구는 문제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풀었다.

 

[질문]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는 방법은 한번에 1계단을 올라가거나 한번에 2계단을 올라갈 수 있다. 계단이 10개 있다. 맨 아래에서 맨 위까지 올라가는 모든 경우의 수는 몇 개일까?

 

 

[해설] 10번째 계단을 밟는 최종적인 상황만 생각해보자. 10번째 계단을 밟는 방법은 9번째 계단에서 1계단 올라가는 경우와 8번째 계단에서 동시에 2계단을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10번째 계단을 밟는 경우는 이렇게 2가지 경우가 있다. 이걸 식으로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0번째 계단을 올라가는 모든 경우의 수

= 9번째 계단을 올라가는 모든 경우의 수 + 8번째 계단을 올라가는 모든 경우의 수

 

이건 10번째 계단뿐만 아니라, 모든 계단에 적용된다. 그러니까, 계단을 올라가는 모든 방법의 수는 바로 앞 계단을 올라가는 모든 방법의 수에 두 번째 앞 계단을 올라가는 모든 방법의 수를 더하는 거다. 임의의 n번째 계단을 올라가는 모든 경우의 수를 A(n)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식을 얻는다.

 

A(n) = A(n-1) + A(n-2)

 

10번째 계단을 올라가는 모든 경우의 수는 위의 규칙으로 숫자를 10개 쓰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먼저 1번째 계단을 올라가는 방법은 1가지 방법이 있고, 2번째 계단을 올라가는 모든 경우의 수는 2가지 방법이다. 3번째 계단을 올라가는 모든 경우의 수는 위의 규칙대로 쓰면 된다. 다음과 같은 수열을 생각할 수 있다.

 

1, 2, 3, 5, 8, 13, 21, 34, 55, 89

 

이렇게 써보면 10번째 계단까지 올라가는 모든 경우의 수는 89가지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네”

“그런데, 무슨 연결고리가 있다는 거야?”

“앞의 두 사각형은 착시야.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속임수지. 인간의 눈이 정교하지 않다는 걸 이용하는 거야”

“어떻게?”

“그림을 보면 왼쪽 사각형의 A, B, C, D하고 오른쪽의 A, B, C, D하고는 약간 다른 거야. 눈으로 보기에는 같아 보이는데, 사실은 정교하게 약간씩 다른 거야.”

“그래?”

“그런데, 그게 꼬마가 계단을 올라가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이런 그림이 착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A, B, C, D 도형을 어떤 비율로 만드느냐가 중요한데, 꼬마가 계단을 올라가는 경우의 수들을 이용해야 착시가 생기는 거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삼각형 A하고 B는 한 변이 3칸, 5칸이고, 사각형 C하고 D는 변의 길이가 3칸, 5칸인 거야.”

“3하고 5가 무슨 특별한 숫자인 거야?”

“꼬마가 계단을 올라가는 경우의 수에 나오는 숫자지.”

“계단을 올라가는 경우의 수?”

“그래, 꼬마가 계단을 올라가는 경우의 수를 나열하면 1, 2, 3, 5, 8, 13, 21, 34, 55, 89, ..”

 

 

친구는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x, y의 길이에 꼬마가 계단을 올라가는 경우의 수에 나오는 숫자들을 넣으면 착시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큰 숫자를 넣을수록 착시가 더 정교해진다고 했다.

 

  

“야, 신기하다.”

“난 잘 모르겠다. 복잡하다.”

“뭐가 복잡해. 신기하지 않아?”

“난 숫자가 들어가는 거 아주 싫어. 특히, x, y가 나오면 조건반사로 골치가 아파.”

“사실, 무슨 새로운 이야기를 할 때에도 100% 새로운 이야기만 한다면 상대가 이해를 못하거나, 흥미를 못 가져.”

“그래?”

“맞아, 어디서 들은 거 같아. 새로운 이야기를 할 때에는 상대가 아는 이야기를 80%하고, 모르는 이야기를 20%해야 한데. 그래야 흥미를 느낀다는 거야.”

“오, 그런 거 같은데.”

“정말 그러네. 그럼, 이 이야기는 어떻게 하지?”

“그냥 분위기 보면서 해야지, 뭐.”

“그래, 분위기. 좋은 단어야. 분위기 가라앉으면 바로 다른 화제로 넘어가야 한다. 알았지?”

“그래도 이야기의 주제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나? 그냥 ‘나 잘났다’로 이야기가 끝나면 좀 그렇잖아.”

“그래?”

“음, 연결고리로 주제를 삼으면 어떨까?”

“연결고리.”

“그래, 세상 모른 것에는 연결고리가 있다. 이상한 그림과 꼬마가 계단을 오르는 것에서도 연결고리가 있는 거다. 어때?”

“넌 너무 목적 지향적이야. 그냥 재미있게 이야기하면 됐지 무슨 연결고리?”

“맞아, 나도 그래. 가령, 극장에서 무지 재미있는 영화보고 나오면서, 그런데 재미는 있지만 남는 게 없다. 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아주 질색이야.”

“그래? 좋아. 그럼, 미스터리만하자. 이상한 그림과 꼬마의 계단 오르기, 미스터리하다, 그렇지?”

“어유, 정말.”

 

오늘도 친구들은 시간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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