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제가 골프를 처음 접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골프를 제대로 알기 전, 골프를 스포츠라기보다는 어르신들이 건강하기 위해 하는 취미라고 생각했었다. 뛰어서 땀이 나는 운동도 아니고, 신체적으로 큰 근육을 사용하는 움직임도 없고, 다른 사람들과 팀이 되어서 경쟁하는 구조도 아니었으며, 막대기를 반복적인 휘두르는 단순한 운동으로 보였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골프는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고 신체움직임이 둔화되어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없을 때 건강을 위해 하는 “어르신 운동”이라고 생각했었다.

프로골퍼였던 친구는 자신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면, 자기는 나에게 골프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였다. 친구는 나에게 골프가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운동이 아니라 엄청 어려운 운동이고 배우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나는 ‘골프가 운동이냐. 할아버지들이나 하는 운동이지’라고 하면서 친구가 하는 골프를 무시했다. 내가 생각하는 골프는 그저 쉬워 보이는 운동이었기에 내기를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골프장으로 갔다. 골프장에 있는 천연잔디연습장(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나이가 지극히 들어 보이는 노부부가 연습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어르신들이 하는 골프’, ‘노인네 운동’이라는 생각을 점점 굳혀갔다.
쉽게 봤던 골프의 역습 - '인생의 터닝포인트'
나에게 있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결정적 내기가 시작되었다. 골프공 5개와 골프클럽 7번 아이언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우선 내기는 정해진 방식도 없고 시간도 상관없이 골프공을 정면에 있던 막대기를 향해 똑바로 100야드를 보내면 되는 것으로 정했다. 골프는 쉽게 생각한 나는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하지만 내기가 시작되고, 나는 스스로 운동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는 그야말로 최고의 몸치였다. 첫 번째 공은 건들지도 못하고 보기 좋게 헛스윙하며 몸은 비틀어져 넘어지기 직전이었다. 움직이는 축구공을 내 맘대로 차서 골도 넣는 수준을 가진 능력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공을 치지도 못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선 내기를 위해 주어진 골프공은 5개이지만 헛스윙하여 공은 날아가지 않았으니 여전히 5개가 남아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의 많은 운동경험에서 잘 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더하며 골프공을 잘 보내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처음에 세운 전략은 사격에 비유하면 0점 조절을 하는 것과 같은 전략을 세웠다. 골프공을 조금이라도 날아가게 치고 그 다음에 영점 조절을 하여 100야드를 보내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두 번째 스윙은 골프공이 오른쪽으로 엄청 휘어져 갔다. 마치 부메랑이 빙글 돌아서 휘어지듯 날아갔다. ‘와! 공이 저렇게도 휘어지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당황한 내 자신을 보게 되었다. 영점조절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능한 것인데, 과녁을 벗어난 총알로는 영점조절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냥 치면 될 줄 알았던 골프가 아니었다. 골프공을 치는 것이 좀처럼 해결되지도 않고 뭔가 감을 잡을 수도 없었다. 내가 가진 운동지식을 생각해보고, 직접 연습스윙을 하면서 몸으로 느껴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로 들어온 느낌처럼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래! 생각 없이 무조건 세게 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날아가겠지’라는 생각으로 힘껏 내리쳤다. 내려친 땅은 민망할 정도로 크게 패였고, 목과 어깨는 엄청 아팠다. 천연잔디에서 내기를 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골프용어로 뒤땅! 아마 지구 반대편에 지진이 났다면 내가 뒤땅을 쳐서 생겼을 것이다. 그 만큼 나에게 되돌아 온 충격은 엄청나게 컸다. 몸은 뒤땅으로 인한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은 또 못 친 것에 대한 충격을 경험했다. ‘골프공이 이렇게도 안 날아갈 수 있구나!’ 3m 앞에 굴러가고 있었다. 휘어지는 공에 이어 날아가지 않은 공까지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
쉽게 봤던 골프의 역습 - '인생의 터닝포인트'
나름 운동을 할 줄 안다는 나에게 세 번째 공은 골프클럽의 블레이드(날)에 맞아서 땅볼로 지면을 튕기면서 앞으로 날아갔다. ‘어떻게 저런 샷이 나오지. 옆에 있는 노부부는 가볍게 쳐도 하늘 높이 잘 날아가는데, 힘도 있고 운동도 곧 잘 하는 나는 왜 골프공을 날려 보내지 못하지.’ 라고 생각하였다. 내기에 시간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옆에서 연습하던 노부부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골프 스윙하는 모습을 보았다. ‘노부부처럼 힘없이 치면 되는 건가? 또 다른 뭔가가 있을까?’ 등을 생각하며 공의 위치와 다른 요소들을 유심히 보고 또 보았다.

네 번째 공을 쳐야 할 때 나는 스스로 생각했다. 힘껏 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있는 노부부처럼 힘없이 쳐보자’라고 생각을 하고 골프공 2개 중에 한개만 보내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노부부처럼 가볍게 공만 맞춘다는 생각으로 골프스윙을 했지만, 결과는 당연히 잘 날아가지 않았다. 두 번째 공처럼 휘어진 정도는 아니지만, 골프공은 오른쪽으로 휘어졌다.

골프공의 휘어진 것과는 상관이 없이 골프채를 잡은 두 손에 무엇인가 달라붙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가? 살짝 쳐야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금 노부부를 보면서 골프스윙에 대한 분석을 했다. 분석을 하고 생각을 해봐도 쉽사리 정리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 골프공은 안타깝게도 내 생각과는 달리 멀리가지도 않았고 똑바로 날아가지도 않았다. 거리는 70야드 정도였고 방향은 오른쪽이었다.

나는 내가 쉽게 생각했던 골프 내기에서 졌다. 나는 내기에서 지면서 골프가 쉽지 않은 운동이라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게 되었다. 다른 운동을 하면서 어렵다고 느낀 운동이 없었지만, 골프라는 운동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다. 골프를 ‘어르신이 하는 운동’이라는 편협한 생각에서 어렵고 복잡한 운동이라는 생각으로 인식이 전환되었다. 또한 골프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골프를 잘 하기 위해 연습과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자신은 인식 전환을 하는 체험의 과정을 통해 내가 가진 선입견으로 다른 것들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보게 되었다.

골프를 쉽게 생각했던 나는 어려운 골프를 쉽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였다.  골프를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수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골프 라운딩을 즐기기 좋은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즐거운 라운딩하시면서 골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는 한 주가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