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부동산에 땅을 보러 갔다가 진풍경을 만났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부부가  땅을 사려고 들어오시더군요. 사연인 즉, 이랬습니다. 약 10여 년 전, 와이프되시는 분이 경기도 어느 지역에 농지를 사두셨는데, 그때 남편 되시는 분이  농사 지을 것도 아닌데 왜 농지를 샀냐고 그렇게나 타박을 했답니다. 그런데 최근 그 농지값이 많이 올라 재미를 좀 보시면서 남편 되시는 분이 요즘 와이프분을 업고 다니신다고 하셨습니다. 더욱이 또 다른 땅을 알아보러 다니는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역시 누가 맞는가 틀렸는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죠.

제가 아는 부동산 사장님 중 한 분도 땅을 무척이나 좋아하십니다. 어느 날은  경기도 어느 지역의  다쓰러져가는 오래된 아파트를  사시더군요. 아파트인데  1억도 채 안 하더라고요. 그쪽 땅을 너무 가지고 싶은데 돈이 별로 없으니까 아파트라도 산다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랬습니다. "당장 돈이 너무 급한 게 아니면 그냥 땅만 사는 게  훨씬 낫죠~" 그도 그럴 것이  같은 값이면 땅만 사는 게 더 많은 땅의 권리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심지어 아파트 투자에서도 지분의 크기는 굉장히 매력적인 어필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땅이라고 해서 아파트 같은 건물처럼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차가 엄청 많이 드나드는 곳  주변의 땅을 사서 주차장으로 활용을 하셔도 됩니다. 또는 창고나 비닐하우스를 지어 임대를 주고 월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장 매달 몇십만 원이라도 받게 되니 그냥 가만히 놓아두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불안함이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빈땅에 창고나 비닐하우스를 짓게 되면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혹은 주차장으로 쓸 땅이나 이미 창고나 비닐하우스가 있는 땅을 사려면  그만큼 현재가치가 추가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실제로 경기도 어느 지역, 드넓은 농지 가운데 자리잡은 창고 딸린 땅이 최근 매물로 나온 적이 있는데요. 같은 크기 기준으로  주위 농지들이 평당 80-90만원 수준이라면 매달 월세가 30만 원 정도 나온다는  창고 딸린 땅은 평당 240만 원. 거의 2-3배 비싼 금액으로  땅을 사는 셈이었습니다. 혹은  같은 돈으로 1/3 수준 크기의 땅을 사는 셈이었습니다. 한편, 이 땅을 매물로 가지고 있던  부동산 사장님도 제가 알고 있는 부동산 사장님과  비슷한 얘기를 하셨습니다. "에구. 투자용이라면 그냥 빈 땅을 가지고 있는게 훨씬 낫죠.  땅을 더 크게  가질 수 있으니까."

뭐가 맞고, 뭐가 틀리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모든 조건이 좋은 그런 선택은  세상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리스크를 피하는 방향으로 갈수록 그만큼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 내가 리스크를 감당하는 방향으로 갈수록 그만큼 수익은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시고 선택하시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박보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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