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F8 콘퍼런스 무대에 선 마크 저커버그 (출처: Cnet.com)

 

자본, 서비스, 기업 문화, 똑똑한 인재 등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중요한 여러 요소 중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모토’이다. 좋은 모토는 회사 내의 사람들을 정신적인 면에서 하나로 결집해주는 역할을 하며 더 나아가 건강한 기업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유능하고 열정적인 인재가 자연스럽게 기업에 모여들게 되고 이는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결국 좋은 모토를 가지는 것은 스타트업에 소속된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스타트업 중 하나인 페이스북 또한 “MOVE FAST AND BREAK THINGS”라는 회사를 대표하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이 모토는 완벽한 제품을 내놓기 위해 오랜 시간을 소비하며 한 자리에 머무르기보다는 완벽하지 않은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빠르게 발전해가고자 하는 정신을 의미한다. 이 모토는 2004년에 페이스북이 처음 설립된 후부터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뜻에 따라 회사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고 페이스북은 이와 함께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이 모토는 페이스북이 작성한 IPO(기업 상장) 관련 서류에서도 언급될 만큼 페이스북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매년 페이스북은 새로운 제품, 기능, 그리고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F8 콘퍼런스를 주최한다. 2014년의 콘퍼런스에서 약 10년 넘게 이용되었던 모토가 변경되는 사건이 있었다. 콘퍼런스 무대에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모토를 기존의 것에서 “MOVE FAST WITH STABLE INFRA”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안정된 인프라 안에서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며 발전해간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단 한 문장이 바뀌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토의 중요성을 생각해본다면, 저커버그가 모토의 변경을 발표한 것은 10년 넘게 지켜낸 회사의 뿌리 깊은 신념을 그가 바꾸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경된 모토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안정된 인프라"이다. 많은 사람은 작은 스타트업이 점점 대기업의 형태로 변화하면서 조직적으로는 안정화되지만, 거대화된 조직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회사의 서비스 개발 속도가 저하되고 궁극적으로 회사의 성장이 더뎌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욱더 안정된 인프라를 만들수록 더 빠른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안정된 인프라를 통해 더욱 빠르고 철저하게 프로그램을 테스팅 할 수 있고 이는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버그의 수를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페이스북이 2014년까지 표방한 모토가 제품의 개발 속도가 우선시했다면 변경된 모토는 안정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 약 10년 넘게 유지됐던 페이스북의 모토가 변경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점점 커지는 페이스북 시스템에 새로운 기능이 빠르게 추가될 때마다 더 많은 버그가 생성되었고 이는 궁극적으로 페이스북의 개발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 둘째, 2014년도에 페이스북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약 13억 명에 이르렀다. 속도를 최우선시하는 모토를 유지한다면 더 많은 버그가 지속해서 나타날 것이고 이는 13억이라는 엄청난 수의 사용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했다. 극단적인 예로 페이스북의 서비스가 1분만 접속 불통이어도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시간을 합산한다면 수십억 분에 이르기 때문에 버그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의 예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스타트업은 단계에 맞는 모토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 초반에는 지레 겁먹지 않고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에서는 제대로 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탄탄한 인프라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토는 단순히 문장이 아니고 이런 정신을 담을 수 있는 것으로써 회사 내의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모토를 상황에 맞게 변경한다는 것은 때론 큰 용기를 필요하지만, 스타트업의 궁극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선택이다. 당신의 스타트업의 모토는 무엇인가? 그 모토는 발전 단계에 부합하는 것인가? 이 두 질문에 제대로 직면해보는 것이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서 필수적일 것이다.

 

김경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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