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혁신은 끝났나?"에서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의 "혁신은 이제 끝났다"는 TED강연을 소개했습니다. 2차산업혁명을 통해 도입된 전기 내연기관 등은 지구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3차 산업혁명(컴퓨터, WWW, 이동전화)은 2찬 산업혁명의 여파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TED는 로버트 고든의 강연의 반론에 해당하는 에릭 브린졸프슨(Erik Brynjolfsson)의 강연 "성장의 열쇠? 기계와의 협업(The key to growth? Race with the machine)"을 공개했습니다. 에릭 브린졸프슨(이 분의 이름을 이렇게 발음하는게 정확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은 미국 MIT경영대학의 교수이자, MIT디지털거래센터의 소장입니다.

브린졸프슨에 따르면 2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체하도록 한 반면, 현재 진행중인 3차 산업혁명(즉, 지식혁명)은 기계가 정신노동을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무입니다. 전통적으로 세무처리를 위해서는 세무사사무소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H&R블록이라는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더 이성 H&R블록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4만원이면 쓸수 있는 터보택스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합니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곧 벌어질겁니다. 요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더존비즈온이 선보인 클라우딩기반의 온라인세무서비스 때문입니다. 더존비즈온의 소프트웨어가 전통적으로 세무사무소 직원들이 하던 일을 온전하게 대신해 준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의 특징은 무한반복, 무한재생에 있습니다. 즉, 산출량을 2배 늘리기 위해서 투입량을 2배 들릴 필요가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카피 하나 더 깐다고 비용이 2배로 드는 것 아닙니다. 서버운용에 들어가는 전기요금이 있긴 하지만, 소프트웨어 카피를 2배로 늘렸다고 해서 데이터센터를 2배로 늘려야 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전기요금 "아주 조금만" 더 내면 됩니다.

그러니 생산성 향상의 속도는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입니다.

고든과 같은 전통적인 경제학자는 이러한 디지털 경제의 특징을 잘 잡아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무료서비스는 GDP에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혁명의 상징인 공유와 개방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고, 그 정보를 통해 산출되는 부가가치는 이루말할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지식혁명에 따른 또 하나의 혁신의 물결이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아래 표를 보면, 1997년 이후 노동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우상향이지만, 고용률은 제자리입니다. 기계가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대부분 전통적으로 전문직이라고 여기던 분야의 일입니다. 세무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까? 그 일을 단돈 4만원짜리 소프트웨어 해치웁니다. 세무뿐만이 아닙니다. 규칙성만 있으면, 모두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사람의 일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더 정확하고 더 빠르고, 더 값싸게 말입니다.

이런 일은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라고 해서,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퀴즈쇼에서 컴퓨터의 정확도가 처음에는 사람에 비해 형편없었지만, 소프트웨어가 학습에 학습을 거치면서 어느 인간보다도 더 정확한 답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규칙성만 있으면 그 어느 분야에서도 기계를 당해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3차산업혁명은 비관적인 미래를 여는 것일까요? 브린졸프슨은 아니라고 합니다. 기계에 대항해 경쟁(race against machine)하려 하지말고 기계와 협력(race with machine)하는 방법을 찾자고 합니다.

체스챔피언 카스파로프가 결국 IBM의 수퍼컴퓨터에서 체스왕좌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수퍼컴퓨터는 곧바로 왕좌를 내줘야 했습니다. 인간집단과 컴퓨터가 팀을 이뤘을 때 수퍼컴퓨터는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브린졸프슨의 강연을 보면 고든의 논리는 무색해집니다. 고든의 결정적인 오류는 육체노동의 대체라는 2차산업혁명 결과만 봤을 뿐, 3차산업혁명을 통해 기계가 지식노동을 대체하고 있는 현상은 보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3차산업혁명, 즉, 기계가 인간의 지식노동을 대체하는 혁신은 엄청산 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기계의 혁신이 진정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2차산업혁명초기에 산업시설에 전기동력을 도입했지만, 생산성은 30년간 제자리걸음이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증기동력을 전기동력으로 교체하는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생산성 향상은 생산과정 자체를 재설계했을 때입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지식혁명에 따른 본격적인 생산성의 향상 역시 전통적인 지식노동을 소프트웨어가 대체하는게 아니라, 일하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됐을 때 이뤄질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새로운 방식이 무엇일까요? 그 모델이 포천에서 제시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이 아닐까 합니다. 노동의 과정을 꼼꼼하게 통제하고, 가급적 회사에 긴 시간 묵어두고, 임금을 되도록 적게 주는 방식은 표준화된 생산방식에서는 통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기계(소프트웨어 포함)가 다 합니다. 소프트웨어는 망가지지도 않습니다. 기름칠도 필요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기업은 보다 나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경쟁에 돌입해 있습니다. 더 나은 소프트웨어는 훨씬 높은 생산성을 의미합니다. 더 나은 소프트웨어는 쥐어 짜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습니다. 일하는 사람 스스로 알아서 머리를 짜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들이 창의력과 열정을 발휘하도록 할까요? 최소한 휴일을 하루이틀 더 주는 것 아까워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