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 새 건물이 논란입니다. 보기에 불편하다고 합니다. 한 일간지의 작가는 새 청사를 흉물이라며 그림에 가위표를 그어놓고, 한껏 찌푸린 얼굴로 본인의 연재물을 갈음하기도 했습니다. 건물의 모양이 옛 서울시청 건물을 덮치는 해일을 닮았다, 옛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게 대체적인 불만의 이유인듯합니다. 이런 불만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건축가는 신구청사의 조화를 추구하기 보다, 다른 건물의 긴장을 만들어 내는게 좋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새 청사가 도시의 풍경에 대해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있지만, 서울시의 지형을 고려하면 근거없는 비난입니다. 새 청사의 설계를 한 유건 건축가는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은 평지에 들어선 외국 도시들과 다르다. 산이 랜드마크가 되는 도시이므로 굳이 수직적 랜드마크는 필요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새 청사에 대한 불만이라면 옛 시청 건물과의 부조화일뿐입니다.

그렇다면 새 건물은 옛 건물과 반드시 조화를 이뤄, 무난해야 할까요? 아래 무난한 설계안을 보시죠. 무난합니다. 평범하고요. 과연 이런 평범한 설계가 지금의 튀는 청사보다 낫다고 할수 있을지요? 수직으로 쭉 뻗은 또 하나의 건물을 추가했을 뿐 새로움은 전혀 없습니다.

새로움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결코 편할 수 없습니다. 새롭게 익숙해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움이 없었으면 들이지 않아도 되는 인지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힘들다는 겁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불편하고 힘들다고 해서 새로움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창의적 사고에는 수렴적(convergent)사고와 확산적(divergent)사고 두가지가 있습니다. 수렴적 사고는 문제해결에 필요한 단일의 최적해법을 추구하는 방식인 반면, 확산적 사고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대안을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창의성에는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가 모두 필요하지만, 우선은 확산적 사고에서 출발합니다. 다양한 대안이 수렴적 사고를 통해 최적의 해법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틀을 깨는 문제해결은 확산적 사고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확산적 사고를 해야지"라고 의식적으로 마음먹는다고 틀을 깨는 문제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고정관념이란게 무의식적 수준에서 자동적으로 형성된 것이 때문입니다.

심리학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예정인 "체화된 비유와 창의적 행동(Embodied metaphors and creative acts)"이란 연구에 따르면 틀을 깨는 간단한 행동만으로 창의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옛 청사와의 조화를 거부한 새 청사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식의 틀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이 안될 때,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어려울 때,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할 때, 서울 시청 새건물 주변을 걸어보는게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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