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임원의 스케줄엔 빈칸이 필요하다
  한 임원이 코칭세션에서 물었다. 그는 서울과 지방 동시에 사무실을 갖고 있고 업무상 해외 출장이 많다. “저의 스케줄은 언제나 꽉 채워져 있습니다.  빈칸이 없습니다. 새벽 열차를 타고 다닙니다. 이게 옳은 방법이 인가요?”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편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임원에게 보고하려면 늘 대기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보고가 밀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원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필자 사례다.  김만제 회장께서 포스코에 부임해 팀제 조직 개편을 주문했다. 당시 필자가 실무를 맡았다. 제철소를 제외한 스텝부서 <임원-부-과> 단위 조직을 <임원-팀> 단위 조직으로 조직구조를 수평화했다. 팀제 개편 전에는 임원 직속인 부단위에 3-4명의 부장이 있었고, 각 부 산하에 3-5개 과 단위가 있었지만 임원은 주로 부장들과 소통했다. 그러나 팀제 이후 부서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개 이상 팀 단위를 직접 상대하게 됐다.

  그렇다면 어느 계층에 업무로드가 더 많아졌을까?  김만제 회장은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이제 직접 관장해야 하는 팀 단위가 많아졌으니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가능한 업무의 권한을 과감히 팀장에게 위임하고, 그들을 전문가로 육성하여야 합니다. 임원들은 그동안 보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못 본 책도 읽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내고, 평소 못 만났던 사내외 인사들과 교류도 하시기 바랍니다.”

  <무엇이 임원의 성패를 결정하는가?> 저자 스콧 에블린 말이다. 임원이 되면 당신의 책상위에 떨어지는 예기치 않은 일들을 처리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일들을 다루려면 과로하거나 좌절하거나 절박한 느낌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면 새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냉철히 파악하는 능력이 발휘 될 수 없다. 늘 일정이 빡빡하거나 출장을 다니거나 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그런 예기치 않았던 일을 처리할 수 없다. 과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그런 일을 하다보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필요이상의 위기를 만들어 내게 된다.

   짐 로허와 토니 스워츠는 저서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 에서 마라톤 선수와 단거리 달리기 선수를 비교한다. 이들은 리더들에게 흔히 “인생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데 동의하느냐고 묻는다. 그 둘 차이점은 무엇일까? 마라톤 선수 표준 훈련 프로그램은 장거리를 계속해서 달리는 것이다. 반면에 단거리 달리기 선수는 에너지 소모가 심한 ‘질주’와 회복을 위한 ‘휴식’의 사이클을 바탕으로 훈련한다.

  그러면 자신의 최상상태를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는 ‘플로(flow)상태가 최적이라고 한다. 뇌 활동이 지루하지도 않고 스트레스가 과다하지도 않은 중간에서 성과가 가장 높고, 이 지점이 플로이다. 스콧 에블린은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서 누구든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일할 수 있다고 한다.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란 테니스 라켓, 골프채 등으로 공을 칠 때 많은 힘이 들지도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빠르게 날아가게 하는 최적 지점을 말한다.

  스케줄이 바쁜 임원에게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아무리 바쁘더라도 스케줄에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3-4시간을 빈칸으로 남기고 한 주를 시작하라. 이는 10-30분 정도 <자투리 시간>이 아니라  <연속된 시간>이어야 한다. 둘째, 비워 놓은 일정을 잘 활용하라. 그 때 예기치 못한 업무처리나 평소 못했던 독서, 교류 등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이전 칼럼에서 제안한 <일주에 한번은 안락의자에 앉으라>   또는   <오피스 아워를 실행하라>등도 유익하다.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전력 질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주기적으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관점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임원 자신과 조직을 위한 일이다. 물론 당신 선택에 달렸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전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