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부 가나가와현에서 940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미야지 유스케(31) 사장은 농업으로 성공한 사업가다.그는 부친의 양돈 농가를 물려받은 뒤 2006년 주식회사를 세우고 ‘미야지 돼지’ 브랜드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다.명품 돼지고기만을 취급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명문 게이오대를 졸업한 미야지 사장은 학생때만해도 냄새나고 지저분한 축산 농가를 이어받을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졸업후 샐러리맨 생활에 회의를 갖게 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게 됐다.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에 축산 관련 책을 읽고,학원에 다니면서 귀향 준비를 했다.
축산업에서 생산자는 고생만하고 중간 유통업자들이 이윤을 챙겨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직접해보기로 욕심을 냈다.미야지 사장은 농·수·축산물 브랜드로 성공하려면 △우선 맛이 있어야 하고 △생산지를 전국에 알리고 △제품명에 스토리를 담아내야 하며 △판매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알리기 위해 월1회 바베큐 파티를 개최하고 있다.회비 4000엔(약 6만원)을 받고 고객들을 초청하는 행사다.친구 등 950명을 대상으로 초청 메일을 보내고 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파티 참석자는 평균 200명을 넘는다.
파티가 끝나면 현장에서 직접 돼지고기를 판매한다.주식회사로 전환한 첫해인 2007년 매출 4000만엔 중 ‘미야지 돼지’ 브랜드로 판매한 양은 약 600만엔어치였다.하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6800만엔 가운데 2200만엔이 브랜드육 상품이 차지했다.
요즘 일본에서는 불황 속에 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농업 비즈니스 기회가 늘고 있으며,유망한 취업대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브랜드 제품 판매,농작물의 컴퓨터 관리,외국으로의 수출 등 지금까지 생각지 못한 발상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농업 경영자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해외로 고급 농수산물을 수출해 성공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북부 야마가타현에서 쌀농사를 짓는 사토 쇼이치씨는 농협을 거치지 않고 호주로 직접 쌀을 수출해 결실을 맺고 있다.지난해 수확한 쌀을 시험적으로 수출한 결과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엔 대량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농업은 고용 창출 업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일본 각지에선 농촌 취업 설명회가 성황이다.
정부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완화 조치를 실시하면서 대규모 농업생산법인이 늘어나면서 이들 회사에 신규 일자리가 늘고 있다.전국의 신규 농업관련 취업자는 1990년 1만5000명 선에서 지난해 1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도 제도적으로 농업을 지원하고 있다.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퍼스날 챌린지 팜’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제도 개혁으로 농업생산법인 이외의 일반 법인들도 전국 어디서나 농지를 빌려 대규모 영농이 가능해 졌다.이들 회사들은 사업을 확대하면서 도시의 젊은이들을 대겨 채용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신규 사업으로 농업 비즈니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형 식품업체인 ‘카고메’는 1997년부터 농업에 본격 진출,각지에서 유기농 제품 등을 생산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지금까지 농업 부문에 총 145억엔을 투자해 전국 8개소에 농원을보유하고 있다.고용 인원도 850명에 달한다.
대형 할인점 이토요카도도 지난해 8월 농업생산법인을 별도로 설립하고 직영농장을 운영중이다.이밖에 큐피,칼비,기린맥주,H2O리테일링,도큐스토아,펄시스템,오이식스,와타미,모스푸드서비스,사이제리아,몬테로자 등도 농업비즈니스에 신규 진출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창업과 마찬가지로 농업비즈니스도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도쿄대학의 혼마 마사요시 교수(축산학부)는 “기술 습득과 자금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하며,명확한 경영비전을 가져야 한다”“도시 샐러리맨의 경우 3∼5년 정도 준비한 뒤 귀농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