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이란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안과 밖을 나눈 것으로 밖의 무언가로부터 안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담은 본래 폐쇄적이다.

과거의 ‘담’은 지금처럼 시멘트로 높게 탄탄하게 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땅을 파고 남은 돌이나 길거리의 돌을 얼기설기 모아서 쌓아 올린 뒤에 그 사이를 작은 돌로 채우고 난 후 진흙과 지푸라기를 섞어 만든 흙을 발라 채웠다. 그렇게 만든 돌담은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져 의외로 생각보다 탄탄한 것들이 많다.



똑같은 벽돌로 쌓아 올리고 시멘트로 그 빈틈을 메우고 겉을 평평하게 만드는 현재의 담이 아니라 제 각각 생긴모습을 변형시키지 않고 그대로 쌓아 올린 돌담은 우리네 조직과 닮았다. 서로 다른 모양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탄탄한 구조물을 만들고 시간이 지날 수록 그 탄탄한 구조로 물의 빈틈은 더 메워져 간다. 아주 튼튼한 돌담이 형성되듯 조직은 그렇게 만들어져 간다.



어느 절에 스님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싸움의 이유는 네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하는 것이었다. 내가 옳다, 네가 옳다 하는 것이었다. 싸움이 깊어지니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인신 공격을 하기도 했다. 주지 스님이 한참 보다가 스님들을 다 데리고 절 주위에 있는 돌담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말했다.

“저 돌담을 잘 들여다보시오.”



“스님들, 저 돌담의 돌들을 보면 서로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서로가 모두 다른데 저렇게 튼튼하게 담을 이루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저 돌들이 모두 같은 모양이라면 어찌 담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서로 다르니까 맞물려 들어가고 나오고 담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십시오. 그리고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제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십시오.”



돌담의 돌들은 큰 돌과 작은 돌이 제 자리를 찾아가면서 위치한다. 제각기 생긴게 다른 돌은 불필요한게 없다. 생긴 그대로 적절한 위치와 몫이 전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담은 단절이라기 보다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짜 맞추려 해도 빈틈이 있기에 바람이 쉽게 지나가고 빛이 들어오고 물도 흐른다. 비록 서로의 간격이 떨어져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런 간격때문에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어서 따뜻함이 다가온다.



제주의 돌담은 특히 현무암으로 만들어져 있고 그 틈도 크다. 숭숭 뚫려 있지만 육지보다 강한 바다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건 틈 사이로 바람을 보내기 때문이다. 빠른 바람은 틈구멍을 향해 빠르게 흐르면서 오히려 그 쪽으로 돌을 당기는 역할을 한다. 구멍은 바람이 강하면 강할 수록 더욱 강하게 돌담을 잡아준다. 허술하기 그지없어 발로만 차도 넘어질것 같은 돌담은 오히려 거센 바람을 견뎌내 준 것이다. 일정한 간경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졌다면 강한 바람에 무너지거나 균열이 갔을텐데 말이다.


세상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하나같이 남다른 존재다. 만약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면 그것도 큰 일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다른 존재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로는 아주 큰 전체의 일부로서 서로에게 속해 있다. 독특한 하나면서 전체의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로의 다른점을 장점화해서 어려움을 극복한다. 돌담의 모양이 그 안에 어떤 돌들이 섞여 있는가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지는 건 아마도 그 안에 간직한 돌들은 존경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