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백씨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오늘 박팀장과 했던 말을 되짚어 보았다.

자신의 직속선배인 한대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박팀장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대리만 같아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한대리는 남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박팀장에겐 많은 신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대리는 어려서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장역할을 하게 된 사람만큼 책임감이 두터운 사람이고, 한가지 일에 몰입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강기백씨는 평소 열심히 일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을 존경해 왔는데 그걸 어려서부터 해왔다고 하니 더욱 놀라웠다. 어쨌든 그는 아주 절박한 상황에서 삶을 살아왔고 수없이 아파하고 상처받았기 때문에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해서 똑똑하다는 말을 도맡아서 들어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강기백씨는 나름대로 자신의 롤 모델(Role Model)을 한대리로 정했다.


그 다음날 우연히 강기백씨는 한대리와 같이 술을 마시게 됐다. 그는 약간 취해서 말했다.

“기백씨 내가 머리가 좋은걸루 알구 있죠. 남들이 그렇게 얘기들 하더라구요…근데 사실 제 아이큐는 100 조금 넘어요. 그리구 학벌도 별루 좋진 않죠. 그래서 열심히 한거예요. 내가 가진 칼이 남들보다 더 짧은 걸 아는데 내가 한발 앞서는 방법밖에 없잖아요”


“전 매일 매일을 외줄타기 식으로 살고 있어요. 위험하긴 하지만 이젠 그걸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강기백씨는 순간 한대리를 주시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본 모습과는 다른 모습, 다른 행동을 보았고, 심중의 말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정말 똑똑한 것 같아요. 한번 보기만 해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되죠. 그런데 열정이 부족한 것 같아요. 조금만 어려워도 금방 난색을 표하고, 회사사정으로 지방 출장 또는 전근을 가게 되면 사표라도 쓰려는 기색이죠.”

한대리는 쉽게 도전하고, 쉽게 포기하는 요즘 후배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내 던지며, 자신이 입사하던 때와 비교했다.

그는 입사동기 중에서 맨 꼴찌로 들어 온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걸 알고 난 후 그는 한동안 의기소침해서 다녔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팀내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은 이랬다…

“조금 힘들다고 포기해선 안돼요. 시련은 마음의 보약이죠. 고생도 해봤고 쓴맛도 봐야 인생의 시야가 깊어지고 넓어지듯 사람도 시련으로 인하여 분명히 크게 발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당신은 무엇인가에 미쳐본 적이 있는가?



한번만 봤는데도 불구하고 다 아는 천재도 있지만, 죽도록 애써도 발전이 없는 사람도 있다. 안 될것 같으면 미리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될 때까지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미치지 않고는 미칠 수 없다, 미칠 수 없으면 다다를 수 없다’는 의미다.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목표에 대한 의지와 노력의 문제다. 끝이 뭉툭해서 구멍뚫기가 힘들뿐 여러 번 하면 결국 ‘큰 구멍’을 만든다. 낙수물이 바위를 뚫어버리듯 계속성은 ‘기적’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인생중에서 언제 미쳐본 적이 있는가?



역사적으로 엽기적인 독서광이 있었다 둔재 중의 둔재로 알려진 김득신(1604~1684)은 어머니가 꿈에 노자를 보고 낳아 아버지가 대성할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글을 겨우 아홉 살에 배우기 시작했고 처음 시를 지은 때가 스무살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 글을 받아보고 크게 감격했다. 그것은 그가 글을 잘써서가 아니라 둔재임이도 불구하고 노력이란 것을 통해 글을 지었다는 감동이었다. 그의 둔재성을 이기는 방법은 끊임없는 노력밖에 없었다. 그래서 김득신은 가장 무식한 방법을 썼는데 그것은 ‘무조건 외우자’ 였다. 이런 작업이 얼마나 처절했는지는 ‘독수기’ 즉 책을 읽는 횟수를 스스로 남기기도 했는데 이 책을 보면 ‘백이전’ 이라는 글은 1억 1만 3천 번을 읽었고 ‘노자전’과 ‘벽려금’은 2만번, ‘장군묘갈명’은 1만 3천번을 읽었으며 1만번 이상 읽은 것이 모두 36편이었다고 한다.

지금 당신은 무엇에 미쳐 있는가? 그리고 무엇에 미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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