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성장하면 그에 따라 조직과 체계가 복잡해진다. 이 복잡성은 기업이 성장하는 데 기여하지만 어느 시기에 이르면 소리 없이 성장을 죽이는 요인이 된다. 이것을 <성장의 역설>이라고 한다. 크리스 주크는 성장의 역설 관련 나타나는 세 가지 위기를 제시했다. 그것은 ▪사업규모 확장에 따른 과부하 ▪기업 사명이 흐릿해지며 나타나는 속도저하 ▪성공원인이었던 사업 모델의 경쟁력 자유낙하다. 그는 이 모두는 예측 가능한 위기인데 <창업자 정신>으로 회복되어야 한다고 한다.


    <창업자 정신>은  반역적 사명의식,  현장중시,  주인의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창업자 정신하면 떠오르는 이가 있다. 바로 포스코 창업자 박태준 회장이다. 창업 당시 자본도 기술도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박태준 회장은  <제철보국>이라는 경영이념 아래  오늘의 포스코를 만드는 데 기반을 만들었다. <제철보국>이란 “철강은 산업의 쌀이다. 싸고 품질 좋은 철을 만들어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다” 이다.

  오는 4월1일은 포스코 창립 50주년이다.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포스코창업정신과 창업자 박태준회장 리더십이다. 50년 전 철강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철강은 국력” 이란  의지를 갖고 출범했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자금을 공급하기로 한 대한국제제철차관단(KISA)은  “한국 종합제철소 프로젝트는 경제적 타당성이 희박하다.” 는 IBRD보고서에 따라 자금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박태준 회장은  소위 <하와이 구상> 으로 알려진 대일 청구권자금으로 자본금을 마련하고  ▪사명감 ▪도전의식 ▪협동정신 등   3대정신으로 초기 어려움을 극복했다.

  첫째, 사명감이다.  <우향우정신>이란 유명한 말이 있다.  조상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야 하는 제철소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우향우해  영일만에 빠져 죽을 각오로 열과 성을 다하자는 것이다. 둘째, 도전의식이다. 지금도 포항제철소 정문에 있는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이라는 표현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셋째, 협동정신이다.  이는 자주와 공동체 의식이다. 가령 70년대 추석휴가를 반납하고 합동 차례를 지낸 후 곧 건설과 조업을 한 것들이다.

   1977년 4월 24일 새벽 포스코 사상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제1제강 공장에서 크레인 기사가 졸다가 그만 쇳물을 바닥에 엎질렀다. 용암처럼 펄펄 끓는 쇳물 44톤을 잘 못 쏟아버린 사고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가장 심각한 피해는 공장의 신경계라 할 수 있는 제강공장 지하에 매설된 케이블이 70%나 훼손 된 것이다. 긴급 파견된 일본인 기술자들이 완전복구에는 3개월 내지 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포스코인들은 완전 복구 1개월이란 비상목표를 내걸고 이를 사명감으로 달성했다. 창업자 정신이 강조하는 <사명의식>과 <인간존중> 사례다.

  사고 당시 해외 출장 중에서 급거 귀국한 박태준 회장은 가장 먼저 사고를 낸 크레인 운전공의 집을 찾아갔다. 크레인 운전공이 혼자 힘으로 대가족을 부양하기 힘들어 잠을 자야하는 교대시간에도 다른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사연을 듣게 됐다. 결국 사고 원인은 수면부족이었다. 그것이 박태준 회장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일은 내가 책임진다. 너는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 라고 직원을 위로했다. 바로 창업자 정신의 하나인 <현장중시>도 <인간존중>이 기본중의 기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네 기업들의 성장이 절실할 때다. 이럴 때일수록  <창업자 정신>으로 재도약을 위한 실마리를 찾았으면 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20년째 주주에게 보낸 편지에  “오늘을 첫날처럼 살았다. 아마존에 '둘째 날' 은 없다”  고 한 말을 음미 해보았으면 한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전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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