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재벌총수 외아들의 결혼식날 예물교환이 생략된 것이다.
10캐럿의 다이아반지, 보석으로 장식된 시계등 쉽게보기 힘든 장면이었을, 평생 자랑거리(?)였을 수도 있는 현장이 그냥 사라져 버렸다.

결혼식의 절정을 이뤘을 대목이 생략된데 대해 양가, 특히 신랑측의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회장님은 물론, 딸들은 귀한 외동아들의 결혼식을 망쳐놓은 것에 노발대발했다.

이 사건을 주도한 그룹 비서실의 K차장은 「죽일놈」이 돼 당장 쫒겨나게 생겼다.
그렇지만 K차장은 의연했다.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했으니...

K차장은 좋은말로는 회장님과 가족들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 일을 저질러 놓고 본 것이다.
"이 방법밖에 없어, 이게 최선이야"

이 일은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을때, 호화사치 결혼을 하는 재벌을 본보기로 손볼 것(?)을 결정한 직후에 일어났다.
K차장은 장교출신으로 군부실세와 맥이 닿아 있었다.
청와대, 보안사, 안기부의 요직에 있는 친구들이 많아 술자리에 자주 어울리곤 했던 것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회장가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회장님은 K차장을 불러 사연을 물어보고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혼자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어"
결국 사표를 내라고 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K차장이 말했다.
"저는 회장님을 아버님으로 생각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훗날 K차장은 그룹의 사장을 거쳐 외아들이 회장이 됐을 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K차장이 기로에 섰던 당시, 회장가에서는 좋은 모양세로 쫒아내려했다.
「하버드대학」에 보내줄테니 다녀오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영어도 짧고하니 견뎌내기 힘들것이라는 판단하에서.
그렇지만 K차장은 하버드를 무사히 마치고 나와 그룹유일의 하버드대학 출신이 됐다.
"그래? 이번에도 견디나 보자"
승진을 명분삼아 공장장으로 발령냈다.
이공계 출신도 힘들어하는 공장장이다.
줄곧 서울공대 출신들이 맡아하던 자리다. (그는 Y대 철학과 출신)
사표를 내거나 딴얘기가 나올줄 알았지만 아무말없이 공장으로 내려갔다.
노사분규, 공장에 불이 꺼지는일 등 악재가 심심찮게 불거졌지만 다 이겨냈다.
역대 최고의 수율, 노사분규가 없는, 누구나 꽃심고 나무심는, 함부로 뱉는 침이나 껌이 없어진, 웃으며 인사하는, 그런공장으로 만들어 내놨다.
그야말로 동상이 섰어도 이상할게 없을 만큼의 혁신을 이뤄냈다.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공직으로 진출, 지금은 차관급의 정부요직에서 근무하는 K씨.
성실성과 바른자세, 당당함, 일에 대한 열정과 능력 등은 대통령을 했으면 싶은 친구다.

그의 命은 병술(丙戌)년, 신축(辛丑)월, 임인(壬寅)일, 갑진(甲辰)시. 대운 4.

썩좋은 命으로 보기 힘들다.
오행(金,水,木,火,土)의 기운이 다 있기는 하지만 일주가 겨울물인데다, 관성이 지지에 묻혀있고 난잡하다.
그럼에도 취직걱정없이 한평생 좋은 직장생활 했고 크게 아픈데 없이 좋은 가정 꾸려가고 있다.
왜일까?
대운의 흐름이 좋은 때문이다.
특히 34세이후, 30년간의 火運이 절묘하다.

이제는 정리할 때다.
무신대운에 들어가니 일주와 천극지충이요, 뿌리가 식신ㆍ상관의 운으로 접어드니 자식의 뒷바라지를 할때라는 뜻이다.

자신이든, 배우자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할때임을 아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스스로를 추스리고 물러날때를 알아 마땅히 물러나는 것이 정말 잘하는 것이다.
이를 잊고 언제까지나 잘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산다면 잘살아온 세월도 헛됨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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