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사장은 비가 오는 창 밖을 보며 상념에 젖어 있다.
"내 인생은 성공한 것일까?"

여자의 몸으로 악착같이 살아온 덕에 상장회사의 사장이 됐지만 50이 다 된 나이에 아직 미혼인 자신의 삶에 대해 때때로 뒤돌아보곤 한다.

결혼 얘기가 나올때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잘 포장돼 있었다.
대개는 미국 명문대학 출신이거나 고시합격자, 의사 등이었다.
더러는 정치가들도 있어서 사업하는데 울타리역할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산을 탐내고 달려드는 늑대들일뿐" J사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는데에는 자신의 처절하고 불쾌한(?) 과거도 섞여 있었다.

그녀의 결혼에 태클을 거는 요인은 또 있었다.
기술개발연구소 C소장과 "절대 결혼하지 않고 살겠다"고 한 약속 때문이었다.
C소장은 초창기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늘날이 있기 까지는 그의 공적은 절대적이라고 할만했다.
그런 그가 J사장에게 "사랑한다"며 청혼을 한 적이 있었다.
C소장은 그녀보다 5살 어렸고 가난에 찌들어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그녀의 출신과 너무나 닮은꼴인게 사랑을 받아줄 수 없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J사장은 여상(女商)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새끼줄에 꿴 연탄 1장, 좁디좁은 오르막 골목길, 봉지쌀, 판자촌, 밀린 사글세 등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지만 내세워 자랑할건 없는 지난 세월이었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父가 누군지 몰랐다.
母가 부잣집 가정부로 들어가 그녀를 임신해 쫓겨났다는 소문이 있었다.
딸이 5명인 주인 남자가 아들 낳으면 집도 사주고 한밑천 준다고 했고 주인 여자도 아들만 낳아주면 「형님, 아우」하면서 한집에 살자고 해, 말하자면 계획된 임신끝에 그녀가 태어났던 것이다.
아들이 아닌 딸이 태어나자 냉대, 구박끝에 한밑천은 커녕 거의 빈털털이로 쫓겨난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맺힌 인생, 그 한을 풀어줄 것은 오로지 돈밖에 없었다.

J사장은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다.
전교학생회장 출신으로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다.
졸업후 대기업의 비서실에 취직, 생활이 차츰 안정돼 갔다.
그러던 중 그 대기업의 자금을 빌려 벤처기업을 차린 젊은 사장과 회사의 심부름때문에 자주 만나게 됐다.
벤처기업가는 아주 특별한 기술을 개발했지만 그 기술을 탐내는 대기업에게 기술만 빼앗기는 결과에 도달했다.

벤처기업이 부도를 낼 즈음, J사장은 그 기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벤처기업가는 부도를 냈고 J사장은 자금과 기술만 뽑아 네이밍해서 출발했다.
댓가는 몸으로 떼웠다.
감옥에서 나온 다음에는 회장으로 모실것을 약속하고...
J사장은 훗날 벤처기업가가 찾아와도 만나주지도 않았고 철저하게 모른척 했다.
잠을 잔 사실이나 회장으로 모시기로 한적도 없었다고 잡아 떼었다.

J사장의 命은 갑진(甲辰)년, 무진(戊辰)월, 임진(壬辰)일, 갑진(甲辰)시, 대운 3.
이러한 명은 양팔통(陽八通) 사주라하여 남자중의 남자, 큰 인물등에서 볼 수 있다.
소위 상관견관(傷官見官)하니 결혼이 불리하고 남의 집 자식을 돌보는 특성이 있다.

특이한 것은 지지(地支)가 4辰이니 신왕관왕(身旺官旺)하고 재(財)는 없다.
여자면서 양팔통의 命이니 사장으로서 큰소리치고 잘났고 얼핏 객관적 부러움을 사기는 하나 火와 金이 없으니 父의 얼굴을 모르고 공부가 짧을수 밖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時) 갑진을 잘 해석할일인즉 식신처리를 잘해야 한다.
이럴경우 고아원, 양로원 사업을 하고 불우이웃돕기에 성의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 있는 것이다.

팽(烹)만 일삼고 돈 없었던 과거에만 집착, 돈의 노예처럼 산다면 父를 모르고 힘들게 살았던 과거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미래가 그녀의 말년이 될 것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