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는 5년전 캐나다로 이민간 친구가 잠시 귀국했다고 해서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 자신의 직장과 일에서 이젠 어느정도 한가닥(?)을 하고 있는 때인지라 이런 계기라도 마련되야 겨우 모이게 되는것 같다.

몇 사람이 먼저 모였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시작됐다.

우리가 서로를 알게된건 초등학교부터였다.
그때는 서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거나 뛰어놀면서 친해지는 시절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우리는 이젠 축구경기를 보면서 열광하고 있었다.
그때는 "우리가 언제 커서 어른이 되지?" 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때가 좋았어" 라고 말한다. 그때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기네 아이들 이야기가 한창이다. 그때는 최고의 음식이 자장면집에 가야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야할지 먼지 고민해야 한다. 그때는 '학교 성적'에 그리 신경쓰지 않고 다녔지만, 지금은 '사회성적'에 신경쓰고 다닌다.
그때와 다른것은 '이야기의 화제'뿐만은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머리 숱들도 많이 빠졌다. 한 친구는 인슐린 주사까지 맞아가면서 당뇨로 고생하고 있었다. 혈압에 간경화에... 한명에 한가지 이상의 병치례를 하고 있는것 같다.
한 친구는 요즘 영업파트로 빠져서 한창 '골프'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가족과 한달에 2~3번은 꼭 가족들과 '캠프'를 간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고, '마라톤'을 하는 친구도 있다. 이사를 하면서 재테크를 하겠다고 벼르는 친구도 있다.

"아~ 역시 변하지 않았구나. 그런데..." 
"그래 벌써 우리의 나이가 그렇게 되어버린거구나"
생각하다가 얼굴을 들어보니, 얼굴에는 예전 호기심 많고 장난끼 서려있는 모습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한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는 체질들이 아니었기에 술을 먹고, 식사를 하고, 노래방에도 갔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도 이젠 중년의 나이를 실감하는 노래들 뿐이다. 노래의 시작은 나훈아의 '영영', 그리고 '고향역'...
우리의 전통가요로 시작된 노래들은 그렇게 2시간동안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맨 처음엔 가기 싫어했던 녀석들이 이젠 마이크를 잡고 놓치를 않는다. 그동안 사회에서 갈고 닦은 몸놀림(?)과 꺽는 소리가 일품인 친구도 있다. 그러나 요즘 신곡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예전같으면 누가 신곡을 먼저 하는지, 많이 알고 있는지를 약간은 경쟁하듯이 불렀던 친구들 이었는데...

달라진것 같은데, 예전과 다름없는 말투들...
달라진것 같지 않은데, 예전과는 다른 생각과 행동들...
그곳에는 나도 있고,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함께한 시간도 있었다

돌아오면서 생각해 봤다. 내 과거를 알고 있었던 친구들을 만나서 나도 내 과거의 모습으로 한동안 돌아갈 수 있었다고.... 쎈(?) 발음이 간혹 들리기도 했지만 그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회상의 '신호'였을 뿐이었다고...  "그래도 너희들을 만나니까 삶의 활력소가 되는것 같았다."고 생각을 정리해 봤다.

"그래도 너희들이 있었지..."
우리는 일생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날까? 그러나 그 중에서 내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가족과 옛친구외에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그 친구들은 앞으로도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살아 갈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삶의 무게를 한번씩은 다 짊어질테고, 한숨 섞인 말을 하기도 하고, 아련함으로 가슴저미는 일도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힘들고 어려울때... 기쁠때...는 다시 그 때의 친구들을 부를 것이다.

지금 일을 하다가 지치고,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과거부터 나를 알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 보자.
아마도 그 녀석은 나에게 보이든, 보이지 않든지 간에 분명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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