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에 눈꼬리는 사납게 찢어졌다.
눈에 힘을 주면 독사 머리처럼 삼각형이 된다.
턱은 각지고 어깨는 떡 벌어졌다.
깡패? 행동대원?
바바리 코트를 걸치고 심한 사투리를 쓰는데 형사나 기관원쯤 돼 보이기도 한다.

그의 命은 경인(庚寅)년, 무인(戊寅)월, 갑신(甲申)일, 병인(丙寅)시, 대운은 5.
인성(印星)이 없어도 신왕(身旺)하다.
식신생재격에 월상편재가 지지의 도움을 받아 확실한 부자임을 알 수 있다.

"재산이 1000억쯤 되세요?"
"아직은 그렇게 안됩니다"
"500억은 넘었겠군요"
"예 간신히 넘겼습니다"

월상편재는 원래 부모유산을 받게 돼 있으나 본명처럼 月과 日이 천극지충이면 자수성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월지(月支)가 인성(印星)이 아닌데 신왕하고 신왕재왕의 국면이 되면 그러하다.

"학교는 고졸(高卒)이십니까?"
"예, 그런데 경영대학원 졸업장도 있습니다"

고향인 산골에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도청이 있는 도시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고교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막노동판과 싸움판을 밤낮 가리지 않고 드나들었다.
싸름, 유도, 검도등 운동도 닥치는대로 했고 수학, 영어만 빼고 무엇이든지 1등을 하고 싶었다.
야간대학을 10년만에 졸업했고 그 사이에 시멘트 가공(벽돌, 블록찍기 등) 회사를 차렸다.

먹고 살만해지자 장가를 들었고 아들을 둘 낳았다.
도지사, 시장 선거때에는 1급참모가 돼 정보수집, 악역, 밥사는 일, 밤에 일어나는 못된 일, 마타도어, 싸움등 주로 궂은 일을 담당했다.
드디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일이 생겼다.

참모 일을 봐준 후보자들이 시장, 도지사에 당선됐다.
어느날 도지사의 부름을 받고 가니 지도가 벽에 걸렸고 도지사는 지휘봉으로 산자락을 가리켰다.
그는 그 지역을 사들였고 개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점검했다.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공장을 차렸고 빚을 내 레미콘 차도 몇대 샀다.
도내(道內) 큰 공사에 그가 빠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도청(道廳) 근처의 요지에 큰 빌딩을 샀다.
무척 타고 싶었던 벤츠 600도 샀다.
잘생긴 대졸출신의 전용기사도 뒀다.

씨름협회회장, 유도협회회장 등의 단체장도 맡았고 그가 졸업한 중.고교에 장학재단 설립, 도서관 건립 등으로 부와 명예를 키워갔다.
시장.도지사가 부럽지 않은 명예, 웬만큼 써도 줄지 않을 재산, 하는 일마다 잘 됐다.
행운과 행복의 한 가운데에 있는 듯 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끔씩 찾아 와 무얼하면 좋은지, 재산은 어느정도 불어날지를 물었다.
"정경유착이 지나치면 다칠 가능성이 큽니다.
군.경.의.법은 조심하시고, 철(鐵), 자동차 등 금기(金氣)의 사업은 하지 않는게 좋을 것입니다"

물론 金氣의 사업이라 할지라도 계수(癸水)의 기운이 있다면 오히려 발전할 수도 있다.
즉 기술집약적인 것을 말함이니 지혜는 부족하고 투지가 강한 그와는 거리가 멀다 할 것이므로 하지 않음이 유리한 것이다.
특히 그의 장점은 지지(地支)의 3寅에 있으므로 申이 많아져 寅申상충의 국면이 되지 않도록 함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자산이 700억원을 돌파할 무렵, 건설호황의 바람이 불었다.
철근공장을 하면 재벌의 반열에 오를 것 같았다.
이미 그는 아파트 사업에도 뛰어들었으므로, 또 너무나 승승장구하고 있었으므로, 또 국회의원등 정치가들이 뒤를 봐줄 것이라고 했으므로 '찬스'라고 생각, 철근공장을 차렸다.

700억은 申이다.
철근공장도 申이다.
갑신(甲申)년, 임신(壬申)월에 사건이 터졌다.
그가 키운(?) 도지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보좌관이 보궐선거에 출마해야 겠다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고인(故人)의 가족들도 재산분배를 요구했다.
그는 그들을 단칼에 내쳤다.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고 갑자기 돈쓰는게 아깝고 쓸데없는 짓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인정사정없이 팽(烹)을 시작한 것이다.

인성(印星)이 없으면 측은지심도 없다.
무자비함이 지나쳐 야비함과 잔인함이 나올 수 있음도 인성부족탓이다.

인.신.충(寅, 申, 沖)이 몰고온 대격돌의 현장인데...
결국 기축(己丑)년 부도를 내고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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