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산에 둘러싸인 논산의 작고 조용한 마을, 양촌에는 양조장이 있다. 건물 외관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정겨움이 막걸리에 진득하게 배어 있을 것 같았던 양촌 양조장. 알고 보니 1923년 2월 이종진 대표의 가내 주조로 문을 열었고, 이동중 대표가 3대째 계승하고 있는 100년 전통의 술도가란다.

양촌양조장,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문화공간

양촌양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있다. 건물을 지탱하는 서까래에 적혀진 상량문인데, 쇼와 昭和 6년(1931년)이라는 건립연도가 적혀있다. 동시대에 지어진 양조장 대부분은 일본식 건물 구조를 취하지만, 양촌양조장은 한옥식과 일본식을 결합해 놓았다는 점이 독특하다.



상량문에 건립연도가 적혀있다. 1931년  6월  21일.

술을 발효하는 공간도 타 양조장과 다르다. 막걸리 양조만을 위해 설계되었기 때문에 발효실이 있는 ‘아래층’과 고두밥을 식히는 ‘위층’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바닥에 작은 정사각형의 구멍이 나 있는데, 술밥을 구멍을 통해 받아 내렸던 것으로 이 건물에 본디 있었다고 한다. 최근 주류문화체험관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아래층의 발효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바닥에 유리막을 설치했고, 발효 향을 맡을 수 있도록 통풍구를 세워놓았다.


통풍구를 통해 발효향을 맡을 수 있다.양촌양조장은 자체 우물을 가지고 있다. 우물에다가 관정을 박아 지하수(대둔산 자락 천연암반수)를 사용하여 술을 빚는다. 대표님께서 권하셔서 한 모금 마셔보니 물맛이 달다. 양촌양조장의 술이 맛있는 비법 중 하나라고 한다. 매년 2회씩 수질검사를 받으며 수질을 엄격하게 관리 중이다.



과거에는 작은 창구를 통해 막걸리를 사고 돈을 건네받았다.

양조장에는 동네 주민들이 막걸리를 샀던 작은 창구가 남아있다. 술 중에서도 막걸리가 최고였던 시절, 사람들은 이 창구를 통해 돈을 내고 막걸리를 받았다.“할아버지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 막걸리를 이렇게 샀었어.” 빛바랜 사진첩을 꺼내보듯 추억을 회상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과거 송광소주를 생산했을 당시 술을 보관했던 항아리(술춘), 입국을 뿌렸던 누룩 틀, 철심을 박아서 사용하던 발효 항아리, 술을 빚던 양조 도구 등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전시해놨다. 과거 막걸리 판매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은 막걸리를 판매, 체험할 수 있는 카페로 탈바꿈했다.

지역 쌀로 빚어 동네 주민들에게 더 사랑받는 막걸리

양촌양조장에서는 막걸리 4종과 청주 1종을 생산하고 있으며, 논산에서 생산한 햅쌀을 사용해 술을 빚는다. 대부분 양조장은 백국균을 사용하지만, 양촌양조장은 백국균과 황국균을 같이 사용한다. 산미를 내는 백국균과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의 황국균의 장점이 어우러지며 양촌 막걸리의 고유한 맛이 만들어진다.



양촌양조장에서 출시되는 막걸리,동동주,청주

양촌 막걸리의 스테디셀러인 <양촌 생 막걸리>는 밀과 쌀을 섞어 빚었다. 장기간 저온숙성해서 감칠맛이 나며 끝 맛이 깔끔한 게 특징이다. <우렁이쌀 손 막걸리>는 친환경인 우렁이농법으로 무농약 재배한 쌀로 빚은 프리미엄 막걸리다. 알코올도수가 무려 7.5%나 되지만, 일반 막걸리보다 3배 이상 저온 숙성해 부드러운 맛을 지녔다.






양촌양조장에는 과거 술을 빚던 도구와 항아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양촌양조장에 방문하니 술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고 적어 내려가는 ‘역사’의 일부란 생각이 들었다. 소시민들의 진정한 벗이 되어 주던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해지는 하루다.



양촌양조장 : 충남 논산시 양촌면 매죽헌로1665번길 14-9

김선주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