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명예 중에서 뭐든지 가능하다고 하면 어떤 위치를 생각하고 계신지요. 농으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분이 있을 것이고, 대기업 총수를 언급하는 분도 있겠다. 필자의 경우 돈, 명예도 좋지만 골치 아프고, 스트레스 받는 일은 딱 질색이다. 만약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부여된다면 어떤 부류의 사람이 적임자인지요. 필자라면 통찰력과 직함에 어울리는 품격이 있는 분이면 좋겠다. 그런데 최근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전국토를 파헤치는 경부대운하 공사와 영어 학습에 대한 열풍은 필자 같은 범인이 보아도 국가경영 첫 걸음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세계 역사를 보아도 국력이 융성한 시기는 더불어 문화가 창궐했다. 경제를 살리는 것도 좋지만, 새 시대를 열어갈 대통령이라면 문화에 대한 포부도 언급했으면 좋겠다.




무엇인가 펼친다는 것의 자양분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서 파생된 것이다. 태어나서 펼치기 전까지의 학습과 경험의 총합이 의사결정의 바탕이 된다. 여러분의 꿈이 경영자라면 다양한 경험은 필수 요건이다. 지옥부터 천당까지의 폭 넓은 경험은 향후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권장할만하다. 그러나 경험과 결합되는 유연성이라는 덕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험이 찬란한 빛을 발할 수 도 있고, 반대로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숭례문 방화 사건에서 지도자의 경험과 유연성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명박 당선인의 별명은 불도저다. 그의 현대건설 사장 시절에는 불도저 정신이 미덕이었고, 그런 시대정신으로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다. 세월이 변해도 시대정신의 기저에 흐르는 본질은 동일하겠지만, 구체적 적용과 실천은 70년대와 현재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2003년 12월 서울시에 제출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숭례문에 대한 용역결과 보고서에는 도로정비, 보도시설에 대한 내용은 있으나, 화재 예방시설이나 재난, 경비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선자는 서울시장 재직시절 방화, 누전 등으로 숭례문 훼손이 우려된다는 문화재청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개방을 강행했다. 결국 그의 불도저식 개방정책이 이번 화마의 원인중 하나가 되었다.




아무리 탁월한 지도자라도 모든 것을 내다보는 전지전능한 사람은 없다. 잭 웰치 제너럴 일렉트릭(GE) 전 회장,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의 경우 일하는 시간의 70% 이상을 커뮤니케이션에 쓴다고 말한다. 경영자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해 다양한 견해와 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덕목은 경청이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과 판단력을 과신하여 주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경직된 태도는 조직에서 반드시 문제점으로 표출된다.




자신의 직·간접 경험은 평생을 따라 다닌다. 우리가 가정 또는 직장에서 얻고 배우는 경험은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하기 힘들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적인 직장은 세상에 없다. 대부분 적당하게 타협하면서 밥벌이에 충실하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경험 자체보다, 경험을 해석하고 받아드리는 정신적인 프레임이다. 필자가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고객클레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어떤 직원은 대충 시간만 때우려 하고, 다른 직원은 고객 불만을 자신의 업(業)과 연관해서 깊이 고민하기도 한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법이다. 그래서 경험 자체는 만능이 아니며, 해당 경험을 독선, 강권이 아닌 합리적 표출로 구현하는 통찰력과 더 나아가 그 바탕이 선한 목적이면 더욱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에게 경험을 선하게 활용하라고 인도한 분들이 있다. 올해 8살 된 딸이 있다. 결혼 적령기가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28세 정도를 결혼시기로 설정하면 필자는 앞으로 20년 이상을 더 경제전선에서 활동해야 된다. 샐러리맨 생활을 벗어나 나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때 약 30년 정도를 내다보고 첫 발을 디뎠다. 최초로 다짐한 것이 일상적으로 말하는 도덕률의 준수와 실천이다. 이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비즈니스 원칙이다. 순간의 대박을 원한다면 이런 가치들이 무의미 할 수 있지만, 인생 2막을 넘어 경제활동을 추구하자면 순간의 거짓말과 포장이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살다보니 동일한 가치를 언급하는 인생의 선배들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마쓰시타 그룹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과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은 어린 시절 배운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도덕률을 최고의 인생지침으로 삼았다고 한다. 한국 벤처기업의 대부 미래산업 정문술 전 회장도 저서 <아름다운 경영>에서 같은 말을 언급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도 최근 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의 대표 책’으로 <교과서>를 꼽았다. 경영의 영역에서도 시스템을 중시하는 서양 경영은 너무 차갑게 느껴졌다. 오히려 직원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인간에 대한 뜨거운 신뢰를 보여준 주켄공업의 마츠우라 모토오 사장과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아키오 사장의 리더십에 숭고함을 느꼈다.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비즈니스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진정성이 가장 큰 덕목이자 경쟁력의 최고 원천이라고 믿는다.




상반기에 그동안 준비한 것을 펼치려고 한다. 시작의 원천은 선한 마음이다. 대한민국 샐러리맨은 직장을 벗어나는 순간 사회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때 회사는 호황이었지만 당시 분위기를 밑천으로 날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어느 날 직속 상사인 A부장의 책상이 치워졌다. 그 때 직장인의 눈물을 보았고, 아버지의 아픔을 절절하게 느꼈다. 대한민국 직장인은 자기계발을 통해서 스스로를 무장하고 방어하지 않으면 2막 인생은 보장되지 않는다. 필자가 가진 역량만큼 직장인들의 꿈을 위해 작은 보탬을 더하고자 한다. 십시일반이라 많은 분들이 더하고 성원해 주면 좋겠다.




* 본 칼럼은 <머니투데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