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착한 기업이 있을까. 또 착한 경영자는 얼마나 될까.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착한 경영자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여기서 착함이란 내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지혜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착함은 ‘우주’라는 근본을 담고 있다. 그래서 착함이란 우주의 본질을 깨달고 몸소 실행하는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그러니 진짜 착하게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착함의 실천을 통해서 경영의 도를 깨닫고 성공을 이룬 경영자 두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벤처 대부인 미래산업 정문술 전 회장과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인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국내 유명회사의 생수에서 벌레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됐지만, 해당 업체 측에선 10여일이 지나도록 피해보상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몇 일전 뉴스의 한 토막이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전 회장은 지난 30여 년간 줄곧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그가 수돗물을 마시는 이유 중 하나는 믿지 않는 세태에 대한 나름대로의 오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믿고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안전하고 청결해진다고 믿고 있다. 수돗물을 허드렛물로만 사용한다면 그 내용을 잘 아는 당국자들이 어떻게 최선을 다해서 수질관리를 하겠느냐 라는 이유이다.




정문술 전 회장은 경영의 전환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집어든 것이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 녀석의 도덕교과서였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직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성실해야 한다, 솔선수범해야 한다,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철없는 사람이니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그는 이후로 초등학교 도덕교과서가 시키는 대로 회사를 경영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거리낌이 없었고 무슨 일이든 과감하게 추진했다.




이어서는 그는 말한다. “배신과 부도덕이 판치는 세상에서 정말 착한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악한 것이 상식이라면 그 상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는 것이다. 이 또한 아들의 도덕교과서에서 배운 바다.”




그는 대기업의 경영권 세습에 대해서도 한마디 던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재(私財)를 물려준다는 데 누가 뭐랄까 있는가. 하지만 그 경영권으로 관계사들의 자산까지 이리저리 돌려 사재로 만들고 상속까지 한다면 그건 옳지 않다. 대기업이라면 자신의 규모와 지위에 걸 맞는 배포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도덕적 책임감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것이다.” 부자는 부자다운 도량이 있어야 하며, 진정 큰 부자는 존경을 받는다고 강조한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과 철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기업을 막 시작한 사람으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고, 어떻게 하면 경영을 잘 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힘든 과정을 겪고 있던 나는 어쨌든 인간으로서 옳은 것을 올바르게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거짓말 하지 않기,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기, 정직하게 행동하기, 욕심 부리지 않기, 자기 것만 생각하지 않기 등 누구나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배운 단순한 규범들을 경영지침으로 그대로 적용하여 지켜야 할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그는 스스로 경영에 대해서 무지하기도 했거니와 보통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윤리나 도덕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하나라도 잘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원리에 따라서 경영을 해 나감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곧은길을 걸을 수 있었으며, 사업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업(業)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어보자. “교세라도 돈이 있으면 부동산에 투자해 보라고 유혹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나는 땅을 좌지우지하여 큰 이익을 얻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돈을 번다고 해도 그것은 위험한 돈이며, 헛된 이익이라고 믿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빠져 나가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믿음으로 투자하라는 권유들을 모두 뿌리쳤다. 땀 흘려 번 돈이 진짜 이익이다.” 또한 그는 고객과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는 이타심을 가질 때, 많은 욕망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도덕이나 윤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도덕은 인류가 성장해온 지혜의 결정체다. 이나모리 회장은 “인생은 마음이 그리는 대로 이루어지며, 강렬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세상을 위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은 우주가 원래 지니는 의지라고 말한다. 이런 우주의 법칙을 소중히 여길 것을 강조한다.




착한 기업은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개선되지 않고 십수년 동안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제점들이 너무 많다. 경영자들의 배임, 횡령 및 분식회계 관련 범죄를 비롯해서 아파트, 자동차, 금융상품의 원가거품문제, 이동통신사 및 인터넷서비스업체의 요금 및 품질문제, 식품 및 급식관련 품질위생문제, 대형마트 및 홈쇼핑 업체의 품질문제 등 어디 이뿐이랴. 이런 문제로 바라 볼 때 이에 해당되는 기업의 CEO들은 경영의 하수거나 반대로 철면피다. 올바른 길을 안다면 그 길을 따라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경우 현실을 올바로 볼 수 있는 혜안이 없거나, 알고도 무시한다는 얘기다.




사람의 미래는 1초, 1분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모두 나이가 들며 예외 없이 죽는다. 얼마 전 신문에 나온 구순에 가까운 은퇴 기업인의 얘기다. 어느 날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니 ‘돈이라는 것이 덧없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인생을 돌아보니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경영구루인 필립 코틀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착한 기업이 비즈니스에서도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