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약칭 CES)가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났다. 매년 뜨거운 관심을 받는 행사이지만, 올해에는 그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그것은 바로 전자기기에 국한될 것만 같은 스마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스마트 홈을 벗어나, 이제는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스마트 도시가 바로 올해의 주제였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도시들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첨단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스마트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세계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정의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인간이 도시에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s), 빅 데이터 솔루션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여 도시를 기획하고, 운영해나가는 것은 우리 세대가 처음일 테니 말이다. 단순히 스마트한 기술적인 요소가 결합된 도시라는 개념보다는 2014년 스마트 도시를 넘어 스마트 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운 싱가포르 총리 리센룽(Lee Hsien Loong)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기술을 사용하며, 모두를 위한 흥미진진한 기회가 제공되어 사람들이 의미있고, 충만한 삶을 영위하는 스마트 국가” 결국 스마트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도시, 국가는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국가 비전이다. 싱가포르의 도심 계획자이며 건축가인 청쿤헨(Cheong Koon Hean)는 스마트 시티를 말하면서 TED강의에서 강조한다. 이것은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임을.

2018년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스마트 시티. 사실 세계적으로 ICT 강국으로 통하는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유비쿼터스시티’(U-시티)를 내세웠다. 스마트 시티의 원조격으로 세계 다른 어느 도시에 비교하여도 스마트 기술들이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아주 간단한 예로 교통카드로 버스, 지하철, 택시를 이용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뉴욕, 파리, 런던 등의 대도시 출신들도 서울에서 ‘띡’소리와 함께 지갑을, 심지어 스마트폰을 어디엔가 대기만 하고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이 신기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내가 2007년 뉴욕에 가기 전,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TV방송을 보는 것이 가능했던 서울이었다. 그 때 뉴욕은 지하철 안에서 TV는커녕 전화도 터지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 중에 지하철 역 계단을 내려갈 때면 상대방에게 전철타러 내려간다며 전화를 끊겠다고 말하고는 했다. 그게 버릇이 되어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지하철타러 내려갈때 전화를 끊어서 상대방이 놀라고는 했었다. 유비쿼터스시티는 친숙하지 않은 단어로 일반인들에게 확장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고, 스마트홈이라는 개념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익숙해지는 지금 스마트 시티라는 개념은 이제 더 많은 이들이 수용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그 단어를 선점하기 위해서, 스마트 시티하면 자신들의 도시가 앞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도시들이 그리고 국가가 지금 앞장서고 있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을 위해 스마트 시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글이 올라가는 시점에는 국내의 어떤 도시가 스마트 도시로 선정될지 발표가 된 이후일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스마트 시티는 국가 기범도시, 기존도시의 스마트화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스마트 기술이 도시와 어떤 연관을 갖는지 사람들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간편하게 말하자면 이제는 서울에서는 일상이 된 버스 도착시간, 여유·보통·혼잡의 버스 안의 여유 정도 등의 정보를 버스 정류장의 게시판에서 그리고 개인이 지닌 스마트폰에 다운받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미리 알고 생활하는 것 역시 스마트 시티의 단면이다. 조금 큰 그림에서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3D 맵을 활용하여 윈드플로 모델링을 통해 바람의 흐름을 파악하여, 도시를 시원하게 해줄 바람의 흐름을 시물레이션을 통해 살펴보고 도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바람의 흐름을 고려한 도시설계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도시 전체에 시원한 바람이 자유롭게 오고 들게 만드는 것이다. 어반 타이드(Urban Tide)에 따르면, 도시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교통 정체의 40%는 운전자가 주차 공간을 찾는 것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주차 공간에 센서를 부착하여 정보를 공유하여 주차 공간 정보를 운전자와 공유하여 교통 체증은 물론 불필요한 자동차 휘발유 낭비와 소음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미지출처: www.iamsterdam.com


스마트 시티 사례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도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다. 암스테르담은 이미 전세계 도시들 중에서 스마트 시티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데에 성공한 셈이다. 태양광 자전거 도로, 스마트 루프로 만든 녹색정원에서의 빗물관리 실험 등 80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고 있다. 성과보다는 2009년부터 쌓아나가고 있는 그들의 자체적인 시도가 만들어낸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되어가고 있다. 이는 빅데이터를 비롯한 기술을 컨텐츠가 아닌 맥락적으로 이해하여 자신들을 위해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를 도출해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기존의 도시만이 아닌 신도시를 건설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은 기획단계이지만, 빌 게이츠 투자 그룹은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투자그룹 중 한 회사는 8천억달러(한화 약 854억원) 투자를 하겠다고 이미 확약을 했다. 파리에 해당되는 거대한 면적에 자율주행차, 하이-테크 공장 설비, 초고속 공공 와이파이 등을 가진 스마트 도시가 세워질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은 없으나 거대한 태양 에너지 잠재력과 자율주행에 친숙한 정책과 기존 도시에 가까운 거리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토지 가격은 향후 이 곳에 거주할 주민들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신도시 건설, 어디에서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인천시의 송도국제도시. 약 40조원의 민간 자본 조달로 지어진 송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도시 개발 사례이다. 한국에서 유럽의 도시 사례를 이야기하듯이 해외의 도시 전문가들은 송도를 사례로 자주 거론한다. 공동주택 최초로 에너지 효율등급 1++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공동 주택, 전기자동차 충전소가 아파트 단지 안에 존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최대의 규모로 진행된 스마트 도시로서 송도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알고 있다. 기술이 접목된 하드웨어인 거대한 건물들 안을 채우는 소프트웨어가 부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2017년 5월 신문기사에 따르면 송도의 공실률은 40%가 넘는다. 송도가 외국 자본, 외국 기업 유치보다 단기적 수익률이 좋은 아파트 분양에 치중하게 된 점을 아쉽게 들고 있다. 외국 기업 유치에 대한 맞춤형 설계가 부족한 법규와 규제 제도 개선에 대한 점, 토지 소유권과 건물 소유권이 다른 점 등의 문제에 직면했고 그 결과를 직면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 기획을 추진하고 완성시킨 송도에서의 실수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다음 도시를, 더욱 다양해지고 정교한 기술과 통합연계된 스마트 시티를 기획할 때에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스마트 시티란 단순히 기술을 접목시켜 건물을 짓고, 교통 체증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스마트 시티란 그 곳에서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삶이 스마트해지는 것을 뜻한다. 스마트해지는 것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충만한 하루를 보내고 그 곳에서의 삶을 만족하게 여기는 것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른 도시들이 스마트 시티를 표방하여 어떤 정보기술을 아이템으로 잡아 도시에 결합시켰느냐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하나의 컨텐츠, 요소들이 어떻게 큰 맥락을 이루어나가는지를 설계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도시를 스마트 시티로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어떤 삶을 누리기를 그리는 지에 대한 비전, 그리고 그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어떻게 조직을 운영하는 지, 자금 조달 방식과 예산 운영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가 선행되기를 바란다. 정보통신강국으로서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좋은 지금의 대한민국에 지혜로운 도시 계획으로 탄생한 스마트 시티들과 그 안에서 만족스러운 오늘을 살면서 더욱 나아질 내일의 희망을 가지고 사는 스마트 시민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스마트 시티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임을 잊지 않고 도시 기획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오하니(Hani Oh)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향수 프로듀서
현) 한국법제정책연구회 도시정책컨설팅센터장
현) 한국향문화연구소 대표
현) 뷰티, 패션, F&B, 도시 등 다수의 브랜딩 및 컨설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 인큐 브랜드 이사
< 여우야, 뉴욕가자> 저자
뉴욕 패션스쿨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패션 머천다이징 매니지먼트 전공
뉴욕 F.I.T. 이미지 컨설팅 수료
프랑스 파리 퍼퓨머리 향수 제작 워크샵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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