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나이를 먹는다. 인간이 무병장수를 바라는 것처럼 기업 역시 오랫동안 살아남아 번영하기를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분석 결과를 보면 기업의 수명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의 상위 500대 기업처럼 크고 건실한 기업의 평균 수명도 40년에 지나지 않으며,메이지 유신 이후 100 여 년 동안 일본 100대 기업에 오른 회사들의 평균 수명 역시 대략 30년 정도라고 한다. 유럽의 한 컨설팅 회사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일반 기업을 포함한 평균 수명은 고작 12년 6개월에 불과하다. 특히 IT 관련 기업의 평균 수명은 10년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 50년간 포천 500에 올라간 기업은 1,877개사였지만 이중 2004년의 500대 기업에 남아 있는 기업은 단 4%인 71사에 불과하다. 이중에서 백년 이상 포천 500의 명맥을 이은 기업은 GE와 P&G 등 두개뿐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경제에서조차 기업이 50년 이상 살아남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기업의 평균 나이도 그리 많지 않다. 2005년 4월 말 현재,1584개 국내 전체 상장 기업을 분석한 결과,설립일 기준으로 우리 기업의 평균 연령은 23.9세에 불과하다.




백년기업에 대한 연구




 1982년 톰 피터스는 1960~1970년대 미국을 주름잡은 기업들의 특성을 분석한 책으로 '초우량기업의 조건'을 펴냈다. 또한 1994년 짐 콜린스는 평균설립연도가 1897년인, 그리고 시련의 시기를 거쳐온 기업들을 선정해서 연구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란 책을 펴냈다.

 

  톰 피터스가 언급하는 초우량 기업의 개념은 경영의 본질을 언급하고 있다. ‘초우량 기업’이란 평범한 기업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평범한 기업에서도 하고 있는 활동을 전혀 다르게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즉, 모두가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경영의 원칙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실행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짐 콜린스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훌륭한 기업들은 오랜 시간 변화지 않는 명확한 핵심이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훌륭한 기업들의 핵심이념이 ‘핵심가치(core values)’와 ‘핵심목적(core purpose)’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핵심가치는 ‘우리는 무엇을 지향 하는가’, 핵심목적은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P&G는 ‘초일류제품’이란 핵심가치를 150년 이상 지켜오고 있다.




 또한 장수기업의 공통적인 조건으로 윤리경영을 거론한다. 미국의 기업전문지 <비즈니스 2.0>의 창립 편집자로서 기술 및 기업 윤리에 관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뱃스톤은 ‘영혼이 있는 기업’이라는 저서에서 "100년 이상 장수하며 존경받는 기업들에는 이익을 내는 기술이나 브랜드 이외에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윤리적인 기반이 있다"고 강조한다.

 



 블루오션 전략의 창시자인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는 18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활동한 30개 산업군 1백 50여개 기업들을 분석했다. 그들은  “영원히 위대한 기업, 영원히 호황을 누리는 산업은 없다. 다만 영원히 뛰어난 ‘전략적 움직임(strategic move)’만 존재할 뿐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략적 움직임'이란 시장창출을 위해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와 관련된 경영진의 실행과 결정들을 말한다.






백년기업 사례




 대부분의 장수기업들은 전통적인 산업인 농업, 숙박업, 건축업 등의 산업 분야를 갖고 있다. 비교적 오래된 산업 가운데 최근까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은행업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래된 은행중 영국의 로이드 TSB은행은 1765년, 씨티그룹은 1812년 설립됐다.




 1910년대에 200여개에 달하던 미국의 자동사회사들은 1930년대 20여개사로 줄었고 현재는 3개사만이 남아 있다. 반면 P&G(1837년), GE(1892년), 3M(1902년) 같은 회사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전세계 초우량 기업의 반열에서 당당하게 선도해 나가고 있다. 무엇이 이들 기업을 불사조와 같은 초우량 기업으로 만들었을까.

 

 우선 이들 기업은 끊임없는 혁신을 하되 혁신의 목적이 매출증대나 비용절감 같은 조직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조직 구성원의 발전과 역량 강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중성자탄 잭’으로 알려진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1983년 GE의 차세대 핵심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크로톤빌 연수원에 500억원을 투자하면서 투자회수 기간란에 ‘무한’(Infinite)이라고 적었다. 세계 최대기업 GE의 핵심 경쟁력은 ‘크로톤빌 연수원’으로 상징되는 특유의 인재양성 시스템에서 나온다.




 잭 웰치는 매너리즘과 관료주의에 빠져있던 거대 기업 GE를 재건하기 위해 취임 초기에 ‘우리가 속한 모든 시장에서 1위 혹은 2위의 기업이 되고, 대규모 기업의 강점과 소규모 기업의 날씬함과 민첩함이 결합된 회사로 변화 시킨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그는 GE의 내부에 ‘식스 시그마’로 대표되는 끊임없는 개선 정신과 ‘벽이 없는 조직’으로 상징되는 실행 중심의 문화를 정착시켰다.

 

 경영학자들이 가장 이상적인 회사로 손에 꼽는 3M은 창업 첫 해에 광산업에서 실패하고 두 번째 사장에게 11년 동안이나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3M의 성공신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실패를 오히려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3M의 독특한 기술문화를 꼽을 수 있다.




 3M은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성과 평가 기준(각 부서는 매출의 30% 이상을 지난 4년간 출시된 신제품으로 달성해야 한다)을 세우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여유자원(모든 직원들은 근무시간의 15%는 현재 업무 외의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이나 실험, 학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을 제공함으로써 혁신의 뿌리가 튼튼해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P&G는 169년의 생명력을 갖고 있다. 장수비결은 ‘고객과 혁신’이다. P&G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종이기저귀, 섬유탈취제, 비듬샴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왔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P&G에는 화려한 학벌과 경력을 자랑할 만한 스타들은 없다. 대신에 더 나은 경영시스템과 마케팅 기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또한 P&G는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한 적이 없다. 백년기업은 자신들의 직원들을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내부의 직원들에게 먼저 승진의 기회를 준다.




 지난해 말 세계 음료시장의 패권이 100년 아성을 지키던 코카콜라에서 드디어 펩시로 넘어갔다. 펩시는 작년 12월 사상 최초로 코카콜라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음료업계 맹주자리에 올랐다.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회사 덩치에서도 펩시가 코카콜라를 누른 것이다.




 펩시가 고객의 요구와 시장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 반면, 코카콜라는 최고의 자리에 안주해 오다 펩시에 추월당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코카콜라는 90년대에 세계 각지로 사업을 넓히면서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거꾸로 이런 성공이 신규 사업과 고객지향 마케팅에 둔감하게 만들었다. 탄산음료가 소비자들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는데도 새로운 변신을 하지 못한 것이다.




백년기업의 성공요인




 경영학자들은 장수기업들이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신속한 대응, 강한 일체성과 응집성,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관대함, 재정적 보수성 등의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각각 이에 대해서 학자들 먼저 장수기업들은 세상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변화관리’가 탁월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부(富)의 창출이 자연에서 노동으로, 자본으로, 정보로 변화할 때마다 가장 신속하게 변화한 기업만이 장수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 기업 구성원이 혼연일체가 돼 기업목표를 자신의 일처럼 추구하는 일체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다각화되고 대형화된 기업일지라도 조직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와 일치시키는 힘이 바로 기업의 생명력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관용을 베푸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아이디어까지도 귀중하게 받아들이는 풍토가 장수의 또 다른 비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100년이 넘은 기업 모두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미련 없이 바꿔나가며 성공했다. 사업변신의 원천은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보수적인 자본조달이다. 위험한 곳에 투자하지 않고, 저축한 예금의 유용성을 알며, 경쟁자가 허덕일 때 자기 돈으로 기회를 거머쥐게 된다. 따로 남겨둔 자금의 여유, 그것이 바로 위기의 기업을 구하는 묘약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영속하는 기업을 위하여




 ‘영속하는 기업’에 대한 전문 연구가인 짐 콜린스는 백년기업들은 한편으로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해왔다고 말한다. 또한 장수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전략이나 기술, 비전이 아닌 ‘사람’을 꼽고 있다.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의 전환에 불을 붙인 경영자들은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지 먼저 생각하고 난 다음에 버스에 사람들을 태우지 않았다. 반대로 버스에다 적합한 사람들을 먼저 태우고(부적합한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리게 하고) 난 다음에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지 생각했다.”




 1999년 갤럽은 25년간 100만 명의 직원과 8만 명에 이르는 관리자들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재능’(talent)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직원이 많은 기업일수록 ‘고객 만족도’와 ‘수익성’ 그리고 ‘생산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사랑’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세계적 광고대행사인 사치&사치의 CEO인 케빈 로버츠는 제품, 서비스에서 경쟁 우위에 서고 싶다면 단지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속에 강한 인상과 각인을 남기는 '러브마크(lovemark)'가 되라고 주장한다.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제조사에서 소비자로 넘어간 현시점에서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사랑’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모든 기업이 영속적인 성장과 안정을 기원한다. 블루오션 전략이나 기타 거대 담론의 경영혁신 방법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전에 고객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지, 고객에게 진실된 가치를 전달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내적 성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고객을 사랑하고 고객의 가슴에 ‘러브마크’를 만들 수 있다면 경영의 논리와 기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백년기업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오래 살아남는 것을 넘어 다른 기업들이 부러워하는 탁월한 성과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사랑의 힘과 책임감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많은 기업들이 최고의 기업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를 바란다. 성공은 순간이다. 오늘의 승자는 내일의 패자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기업들은 오래 살아남는 것 자체가 더 큰 도전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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