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살려서 쓰려는 자에 대한 배려를 반드시 하는 법이다. 인간이 이를 깨닫지 못할뿐.

초등학교때는 웬만하면 한번쯤 1등을 하고 줄 반장도 한다. 중학교에서도 전교 수석을 차지하고 고입때도 수석을 한다면 수재임에 틀림없다. 집에서는 말이 필요없고 학교에서는 서울대학에 당연히 합격할 것으로 믿을 정도면 특급모범생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아들을 둔 부모가 어느날 아침 얼굴이 샛노랗게 돼 가지고 헐레벌떡 찾아왔다.

"아들이 집을 나갔어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진학하기로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공부하던 고2 아들이 느닷없이 집을 나간 것이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아들의 돌발적인 행동에 母는 정신이상이라 할 만큼 이성을 잃고 있었다.

"기다려보십시오. 착한 아들이 딴 길로 빠지겠습니까?"

그로부터 한 달쯤 뒤에 나타난 母는 아들의 소식을 전했다.

"아들 찾았습니다. 어떤 목사님 집에서 입주 가정교사를 하고 있지 뭡니까."

아들은 서울대 진학, 전교수석유지, 착한 모범생, 선생님과 부모님, 친구 등 주위의 바람(기대감)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려 왔던 것이었다. 가끔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든가 달려오는 버스에 뛰어 들고 싶다든가, 수면제를 먹고 아주 깊은 잠에 오래오래 빠져들고 싶다든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는 아들.

집을 나간 날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정처없이 걷다보니 교회였고 거기서 노는 어린 아이들과 어울려 시간 보내다가 목사님 집 아들의 손에 이끌려 저녁을 같이 먹고 잠까지 같이 자게 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목사님 집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마음은 더 없이 편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사는 것인가? 를 반문하면서 대학진학에 대한 생각을 일단 접었다.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아보기로 한 것이었다.

父가 세무공무원, 母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집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특급모범생, 그 아들의 명은 기미(己未)년, 병인(丙寅)월, 갑자(甲子)일, 임신(壬申)시.

신왕(身旺), 식신(食神), 생재(生財), 대운(大運), 초운 을축(乙丑)은 7세부터 16세까지로 썩은 기운이다. 그럼에도 모범생일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도움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17세이후 갑자대운 10년은 일주와 같은 기운으로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도 잘못한 형국으로 누명을 쓴 것과 같은 형편에 놓이게 된다'는 뜻이 있다.

父母는 자신들의 명예에 집착하고 있었다. 주위의 기대, 아는 모든 사람들의 눈을 의식, 아들은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 고시를 거쳐 고급관료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부모의 쓸데없는 욕심이 자식을 망치려 들고 있었다. 명으로 봐서는 교수가 제격이다. 목사님도 좋다. 방송국 아나운서가 돼도 좋다. 아들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힘이 있다고 했다. 어려서 부터 전교 회장, 반장을 도맡아 했으므로 목청은 잘 발달돼 있다고 했다.

"아들은 목소리로 먹고 사는 직업이 맞다."고 해줬더니 왜 그러냐고 묻는다. 월상(月上) 병화(丙火)가 식신으로 조상이 물려준 재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다.

"아들을 망치고 싶지 않으면 아들의 입장이 돼보라. 아들을 이해하라. 아들의 고민에 대해,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아버지는 세무공무원으로써, 어머니는 선생님으로써 단 1개의 봉투도 받은적 없느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느냐?"고 꾸짖듯 물었다. 부모들은 "잘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뉘우치는 듯한 표정이 돼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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