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타이거,타이거….

온통 타이거다. 어딜가도 타이거 이야기다. ‘신드롬’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는 ‘타이거 우즈 피버(fever)’다.

우즈는 오는 25일 (현지시간) 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 오픈에 출격한다.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해 커트탈락한지 1년여 만의 정규전 복귀다. 패트릭 리드(미국)와 찰리 호프만(미국)과 함께 티오프를 할 예정이다. 팬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세져서 ‘황제의 부활’을 확신하는 수준에 이른 듯하다.

이에 못지않은 뜨거운 팬심을 드러낸 쪽이 오랜 동료들이란 게 흥미롭다. PGA 투어 8승과 2016년 리우 올림픽 골프 금메달을 따낸 저스틴 로즈(영국)는 “팬들과 마찬가지로 흥분된다”며 “우즈가 토리 파인스 골프장에서 어떻게 플레이를 할지 너무 궁금하다”고 했다. 로즈도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디오픈 챔피언 잭 존슨(미국)도 거들었다. “지금 잘나가는 젊은 선수들은 그의 경기를 꼭 지켜봐야 한다. 골프 코스에서 우즈만큼 나를 경악하게 만든 이는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 페덱스컵 챔피언인 빌리 호셜은 “그의 복귀가 이번 대회의 분위기를 10배정도 증폭시키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우리에겐 저스틴 토머스나 조던 스피스,리키 파울러,더스틴 존슨같은 최고의 플레이어가 있고 그들은 대회 때마다 엄청난 에너지를 불러온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우즈에는 이르치 못한다”고 단언했다.

그의 샷을 곁에서 지켜본 이들도 이런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즈의 샷 실력을 가장 최근에 확인한 이는 제이슨 데이(호주)다. 그는 지난 23일 우즈,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토리 파인스 남코스에서 연습라운드를 했다. 데이는 이 라운드가 끝난 뒤 "인상적이었다.보기 좋았다.우즈는 준비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우즈는 614야드짜리 파5홀에서 가볍게 2온에 성공했고,몇몇 홀에서는 동반자들보다 더 길게 드라이버 샷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그와 최근 골프를 쳤다. 오바마는 우즈와 라운드를 한 뒤 지인에게 “우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즈와 친목 라운드를 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he's a totally different person)’이라고 놀라워했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매킬로이는 “그와 다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게 너무 설렌다”고도 했다. 매킬로이는 우즈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스타골퍼의 꿈을 키웠던 ‘타이거 키즈’다.

이런 말들은 우즈에 가려 ‘2인자의 길’을 걸어야 했던 쇼트게임의 마법사 필 미켈슨(미국)의 '타이거 헌사'에 모두 흡수될지도 모른다. 미켈슨은 PGA 통산 42승이라는 빛나는 업적을 쌓았지만, 79승을 수확한 우즈의 절대지배력에 밀려 일쑤 빛을 잃었다. 미켈슨은 “지금 골프계를 뒤흔드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하지만 우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을 ‘과열’로 보며 경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게 균형감을 일깨운다. 평소 우즈에 비판적이었던 브랜들 챔블리(골프 평론가)는 “우즈가 최근 보여준 경기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 애초의 내 예상이 틀렸다”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기적을 바래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전 NBA스타였던 빌 말론도 “지금까지 받아온 외과 수술들을 종합해보면 우즈는 관절염을 앓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의 육체적 한계를 상기시켰다.

귀를 더 쫑긋하게 하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은 의학계 쪽이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다. “우즈의 네 번째 허리 수술이 스파이널 퓨전 서저리(spinal fusion surgery)가 맞다면 이 수술이 의미하는 것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통증이 만들어지는 허리 부위의 척추뼈 2개를 철제 지지대로 묶고 뼈 사이에 디스크가 짓눌리지 않도록 보조장치를 집어넣는 수술이다. 통증은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지만,그 사실만 믿고 격한 운동을 하면 수술받은 부위 아래,위쪽의 척추뼈가 대신 망가지게 돼 있다.”

우즈의 수술이 3번,4번 요추뼈를 묶는 것이었다면 그 아래 위인 2번,5번 척추뼈가 스트레스를 받게되고, 결국 또 다른 통증과 수술을 불러올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다. 또 다른 스포츠의학 전문의도 “우즈가 받았다는 척추유합술은 길게는 8~10년가량 효과를 보는 경우도 관찰된다”면서도 “이 경우는 척추관리를 정말 잘했을 때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마흔살이 넘은 나이에다 네 번의 수술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계는 명확하다는 것이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의 골도 깊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부풀어오르는 팬들의 흥분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을 듯하다.이미 현상이 되어버린 우즈의 컴백을 최대한 즐기는 일이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자세. 기대치를 낮출 것, 실패까지 받아들일 것, 영웅의 퇴장을 준비할 것 등이다. ‘골프황제’의 존재로 한 시절 행복했던 골프팬에게 필요한 ‘타이거 사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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