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오늘 약속 못 지키겠어."
"왜?"
"애 아빠의 출장이 취소됐거든."
"알았어. 그럼 다음 주에 봐."

男은 40대 후반, 女는 40대 중반.
중·고등학생 때부터 아는 사이.
결혼은 각자했고 자녀들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돼있다. 바람이 난 것이다. 男은 주택 건설·리모델링으로 돈을 좀 벌었다.

건설업으로 대기업이 되려는 희망을 갖고 정치가들에게 술대접하고 고향 국회의원과도 어울리고 있다. 최근 빌라를 지어 분양 중에 있다. 빨리 분양하기 위해서 여동생과 동창인 女에게 접근, 빌라 1채를 조금 싸게 팔면서 불장난이 시작된 것이다.

女는 공무원인 남편과 큰 불만없이 잘 살아왔다.
남편이 조금만 더 직급도 높고, 봉급도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늘상 있었지만...
새롭게 다가온 친구의 오빠는 키크고 잘 생겼고 돈 많고, 시원시원했다. 갈증을 채워줄 것 같은 오빠의 등장, 신천지가 전개되는 듯 했다. 은밀한 만남은 스릴이 있었다. 그 뒤에 오는 짜릿함, 흥분과 감동은 행복 그 자체라고 할 만 했다.

그러다가 女가 불륜의 씨앗을 잉태하게 됐다. 男은 갑자기 태도가 변했다. 빌라도 팔았고 재미도 봤고 더이상 골치아픈 현상으로 연결고리가 이어지기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해외 진출을 핑계로 멀리했다. 그때 女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입원했고 애는 다행스럽게도 자연유산이 됐다.

불장난이 식고 몇 년이 지나는 동안 男은 부도가 났다. 아내는 신경쇠약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자녀들은 결혼직전에 파혼당했다. 男은 얼마뒤 중풍에 걸렸고 자살을 시도했다. 女도 사정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청렴결백했던 남편은 귀신에 홀린듯 뒷돈 챙기다가 쇠고랑을 찼다. 전업주부에서 직업전선으로 내몰렸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일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애를 대학공부 조차 시킬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女는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이며 이중 삼중의 고통속에 놓이게 됐다. 친구를 불륜으로 이끌었던 오빠의 여동생은 유방암으로 여자의 상징을 도려내야만 했다.

아픔은 잘못됨에서 비롯된다. 선대(先代)의 악업과 겹치면 그 아픔은 무게와 넓이를 더하게 돼있다.

몰래 감추고, 잘못인지도 알면서, 나쁜짓하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 정치가, 공무원들의 세계는 가정의 이런 불륜과 패륜까지 더한데다 도둑질에, 예사롭게 범하는 위법까지 하늘이 보면 토하고 구역질 날 짓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모를 것이다"하고 저지르는 잘못이 너무 보편화 되니 잘못은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까지 여겨질 만큼 돼 가고 있다. 아무도 몰래, 지구상의 모든 행복을 혼자 다 가지려는 욕망의 끝엔 싸움, 전쟁, 패망, 불행, 고통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달을 일이다.

고통의 씨앗은 "나도 알고 너도 알고"뿌린다. 설령 "나도 너도 잊어 버렸다"고 치자. 그래도 하늘은 안다. 하늘 무서운 줄 아는 자가 지혜로운 자이며 바르게 잘 사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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