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서비스를 만나다(5) _ 삼성디지털프라자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방법
삼성디지털프라자 문경중앙점은 서울도심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와 비교하면 소박한 규모와 외관을 지녔다. 2층짜리 작은 건물에 입점해 있고, 심지어 2층은 화장품 대리점이 위치해 있다. ‘디지털’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아주 아날로그한 모습이다. 배송을 기다리는 상품박스들을 지나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빼곡하게 삼성전자의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아니, 제품들이 쌓여 있다. 매장을 느릿하게 거닐면서, 구경하고 있노라면 직원이 다가와 친근하게 인사를 한다.

“노트북 좀 보러 왔어요.”

노트북을 보러 왔다는 나의 대답이 끝나자 마자 가볍게 나의 옷차림을 살피는 눈치다. 정장

에 넥타이를 한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다시 묻는다.

“어떤 일을 하시나요? 자주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세요?”

“출장이 많아서 자주 들고 다니는 편이에요.”

“현장이나 야외에서 한 팔로 들고 다니시거나, 서서 사용하시는 경우가 많나요?”

노트북을 자주 들고 다닌다는 대답을 듣고 난 후에는, 구체적인 사용패턴들을 꼼꼼하게 묻는다.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무슨 일을 하는지. 출장과 외근은 얼마나 잦은지 묻는다.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흔하게 받는 질문, ‘얼마까지 보고 오셨어요?’ 혹은 “예산이 얼마이신가요?”를 단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그는 나의 예산과 구매 여부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해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조언을 해주었다.

내가 노트북의 무게에 관심을 갖고 자주 질문을 하자, 차로 이동하는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비춰보면 굳이 무게에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준다. 더구나 30대의 남자에게 노트북 무게감은 큰 의미가 없고, 노트북의 사용 목적에 맞게 사는 것이 맞다고 일러 주었다. 설명을 듣고 난 이후에는 고사양의 비싼 노트북에 관심있게 살폈다. 그는 내가 쓰기에는 고사양의 비싼 노트북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이 훨씬 더 적합하다고 추천해주었다. 올인원PC에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할 때에는,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다.
“올인원 PC같은 경우에는 초등학교 이상의 아이가 있는 3인 ~ 4인의 가족들이 쓰기 좋아요. 모든 가족들이 무난하게 사용하는 적당한 사양의 컴퓨터에요. 선생님처럼 혼자 작업하시는 분들에게는 딱 맞는 PC는 아닌거죠.”

그는 나에게 일방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노트북을 산다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과 비교해서 나의 일상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 지 생생하게 그려 주었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는 PC에 관심을 보일 때에는, 나에게 맞지 않는 다고 솔직히 조언을 해주었다.

삼성디지털프라자 문경중앙점은 애플스토어처럼 세련된 분위기의 매장은 결코 아니다. 고객 경험을 위해 정교하게 계산되지도 않았다. 그저 삼성전자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가 구사했던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은 애플이 지향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원칙과 다르지 않았다.

Approach(다가가기) 고객에게 따뜻한 인사로 맞이한다.

Probe(조사하기) 고객의 필요를 이해하기 위해 예의 바르게 조사한다.

Present(제시하기) 고객이 오늘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Listen(들어주기) 고객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문제나 걱정을 해결한다

End(마무리하기) 다정하게 인사하며 다시 찾아 달라고 초청한다.
스토리텔링, 서비스를 만나다(5) _ 삼성디지털프라자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방법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 흔히들 츠타야 서점을 떠올린다. 카페와 같은 공간에, 주제별로 큐레이션된 상품들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츠타야서점의 방식처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는 없다. 회사마다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이 다르고, 고객도 다르다. 츠타야 서점은 그들의 주타겟인 프리미엄 에이지를 공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했을 뿐이다. 삼성전자는 츠타야 서점보다 훨씬 고객층이 넓다. 애플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제품은 훨씬 다양하고 고객도 다양하다.

다양한 고객들에게 삼성전자의 비전인 ‘미래사회에 대한 영감’을 주기 위해서 츠타야서점이나 애플스토어같은 공간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제품 속에는 이미 미래 사회에 대한 영감이 담겨 있다면, 공간경험이 아닌 고객과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개인의 미래에 대한 변화와 영감을 전달해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매장에 방문하는 이들을 단순한 Customer가 아니라 Person으로 보며, 구매를 위해 권유를하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해야 한다. 이 제품에 대한 스펙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내가 이 제품을 사용하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스토리텔링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제품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그려 주는 것이야말로, 삼성전자의 비전을 정확하게 구현한 고객경험이다.

덧붙임: 참고로 말하자면, 삼성전자디지털프라자 문경중앙점은 고객경험 모니터링을 위해 방문했었다. 그렇지만, 그 날의 경험 이후에 맥북을 구매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삼성전자의 노트북을 구매했다.

정도성

‘최고의 서비스 기업은 어떻게 가치를 전달하는가’ 저자

現) 멀티캠퍼스 전임강사

前) 삼성생명 고객지원팀 / 법인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