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100미터 미인입니다!”


“정우엄마, 교회 청년부에서 난리 났었어요. 정우 여친 생겼다고!”

“아, 그래? 생겼어?”

“그게 아니라 정우 *톡 프로필 사진보고 엄마를 정우 여친 인줄 알고 해프닝이 있었어요.”

“그랬구나. 호호호.”

주변에서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다.  그냥 둘이 서 있는 사진이다.  가족 연말행사(?)로 뷔페에 갔는데 일찍 도착해 시간 때우느라 찍은 것이다.  주변 분위기 탓인지 제법 어울린다.  그래서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했다.

“야, 너네 누나야?”

“야! 무슨 말이야. 엄마야!”

아들이 초등학교 때 일이다.  당시 필자가 운영하던 가게가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옆이었다.  그래서 종종 출근할 때 아들이 운동장에서 놀고 있으면 필자가 큰소리로 불렀다.  그러면 아들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때 필자에게 붙여진 별명이 ‘100미터 미인’이다.

<미인>은 사전적으로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 라고 표기되어 있다.  웃자고 한 마디 덧붙이면 두 번째가 ‘미국 국적인 사람’ 이라고 나온다.  필자는 용모가 아름답거나 미국 국적인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왜 <100미터 미인>인가 싶을 것이다.  아주 쉽게 풀자면 100미터 즉 멀리서 보면 큰 키와 긴 머리 모양이 미인의 형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착각’ 이다.

“지수 씨! 집 구경 좀 시켜줘. 남들이 살고 싶은 전원주택에 살잖아.”

“언제 지수 씨 집에 가자. 꽃 핀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하게.”

“비 올 때가 이뻐? 눈 올 때가 이뻐? 가고 싶다.”

“그 집 벽난로 앞에 앉아 고구마 구워먹고 싶다!”

심지어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원 잔디위에서 퍼팅 연습하면 얼마나 좋을지” 라고 말한다.

멀리서 보면 무엇이든 아름답다.  꽃을 키우는데 얼마나 많이 잡초를 뽑고 벌레를 쫓아야 하는지.  아름다운 꽃과 푸른 잔디를 가꾸기 위해 매일 뜨거운 태양 아래 서서 물을 주거나 긴 장마 비에 꽃이 녹아들지 않도록 비닐을 씌우는지를 모른다.  벽난로에 고구마를 굽기 위해서는 장작을 구해 하나씩 뒤뜰에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게다가 타고 남은 재를 치우는 수고가 따른다.

영화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의 줄거리가 그렇다.  숲과 나무 그리고 아름다운 강에 둘러싸인 폴란드의 작은 시골 동네.  그야말로 평온 그 자체이다.  하지만 영화는 동네 안 은밀하게 숨겨진 실상(공포)을 알려 주고 있다.

필자가 키우는 야생화 중 장미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정원에 있을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넝쿨진 장미를 보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장미를 더 가까이 보고 싶어 가까이 오는 사람이 꼭 있다.  이내 “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 친다.  비로소 장미 줄기에 엉겨 붙은 진드기 떼를 보았기 때문이다.

2017, 라이프 트렌드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코 ‘욜로 YOLO’ 와 ‘휘게 Hygge’ 일 것이다.  여기서 욜로는 ‘인생은 한 번 뿐이니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휘게는 ‘편안함’과 ‘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갖는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에서 오는 행복’을 의미한다. 때문인지 요즘엔 <한 달 살아보기>가 열풍이다.  어쩌면 이 <한 달 살아보기>는 그 간 마음속에 가득 찬 욜로와 휘게의 로망(?)에서 나온 <도전>이 아닐까 싶다.

“지수 씨! 지난주에 남해 여행 다녀왔어! 자기 고향 너무 좋더라.”

“호호. 다행이예요. 저는 살아서 그런지 잘 몰랐는데. 다들 좋데요!”

개인이 타국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는 필요한 사증 즉 ‘비자 Visa’가 필요하다.  비자에는 여행비자와 거주비자가 있다.  필자는 여행 비자와 거주비자를 가진 사람의 차이를 말하고 싶다.  여행자는 당연히 여행지가 우선이다.  처음 보는 광경인데다 무엇보다 여행 기간이 짧다보니 더 소중해 보인다.  그러나 거주하는 사람은 여행자와 달리 ‘사는 것’ 이 목적이므로 ‘할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살아보기’와 ‘사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마치 <경유지>와 <종착지>같다.  경유지는 ‘지나치는 곳’이고 종착지는 ‘머무는 곳’이다. 그런데 경유지는 치명적인 중독성이 있다.  더러 ‘살아보기’라는 재미와 흥미로움에 마음을 뺏기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가 살아내야 할 의지가 요구되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무언가 생산(?)해내야 할 부담이 없는 곳 <종착지>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경유지가 종착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종착지가 경유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에도 계속 멀리서 바라만 볼 것인지.  직접 부딪히며 살아볼 건지 말이다.  선택 그리고 결정만 남았다.

부디 새해엔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가 되어 보자.  “직접 살아보니 생각과 달라 약간 실망” 이더라도 말이다.  “살아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는 말은 그만큼 얻은 것이 더욱 많다는 뜻일 게다.  당신도 필자도 멀리서 보니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저는 100미터 미인입니다!” Ⓒjslee3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