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일주일에 한번은 안락의자에 앉아라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설계를 하는 시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노트에는 이런 조언이 적혀 있다. “자신의 작품에 끈덕지게 붙어 있으면 스스로에게 기만당한다.” 이는 뒤로 물러설 틈 없이 계속 작업만 한다면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해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다빈치는 화가들에게 평면거울을 옆에 두고 주기적으로 작품을 비춰보라고 했다. 좌우로 거꾸로 보면 너무나 익숙해서 알지 못했던 작품 장점과 약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미 휘태거는 창조적 작업의 단계에서 작품을 좋거나 나쁜 것으로 가치를 규정하는 평가보다 잘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을 헤아리는 <분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분별>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스로 화가라고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화가는 캔버스가 놓인 이젤 앞에 있을 때 붓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전체 그림을 바라보기도 한다. 보통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술가들 작업실에는 대부분 오래된 안락의자가 있다.

필자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모든 리더들에게도 이런 안락의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락의자에 앉으면 전체 그림이 잘 보여서 잘 되어가는 부분과 잘 안되어 가는 부분을 잘 분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본인과 조직의 프로젝트 전체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자주 앉으면 예술가가 작업을 끝낼 수 없는 것처럼 리더도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젤 앞에서 작품을 만드는 일과 안락의자에 앉아서 진행 상태를 살펴보는 균형이 중요하다. 리더에게 안락의자는 자기성찰의 공간이다.

업무에 쫓기는 경영자들을 일대일 코칭 할 때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안락의자에 앉기를 주문한다. 코칭에 참가한 임원이야기다.  < A > 는  “매주 금요일 퇴근 전 한 시간씩 안락의자에 앉아 한 주간 업무 성과와 개선점을 리뷰했다. 매우 생산적이라서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  반면 < B > 는  “매일 두 번씩 안락의지에 앉는다”고 피드백을 했다.  다소 당황해서 질문을 하니 매일 출퇴근시간 승용차 안에서 리뷰와 자기성찰을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업무 프로젝트를 넘어서 자신  가치관을 점검하도록 한다. 코칭 과정에서 본인 리더 상을 정해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리더의 가치관과 신념을 알 수 있다. 즉 그들의 정체성을 이해하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 안락의자에 앉아 성찰하는 기준점이 된다.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일깨울 수 있어 좋고, 장점도 개발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

필자가  자주 쓰는 체크리스트에는 <얼굴에 미소 마음엔 평화> 라는 항목이 있다. 가끔 이것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안락의자에 앉아서 성찰을 한다. 물론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성찰의 시간에  엷은 웃음이 난다. 자신만의 리더상이나 업무 프로젝트의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자기성찰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특히 연말에는 더욱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어 새해에도 주기적으로 안락의자에 앉아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전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