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송강 정철과 서애 유성룡이 교외로 나갔다가 백사 이항복을 비롯한 심일송, 이월사를 만나게 돼 합석합니다. 함께 술을 마시고 얼큰해지자 소리에 대한 품격을 논하게 되지요.

먼저 송강이 “달 밝은 밤, 다락 위로 구름 지나가는 소리가 최고”라  하자 심일송이 "만산홍엽엔 바람 앞 원숭이 우는 소리가 제격”이라고 덧붙입니다. 이에 유서애가 “졸음이 밀려오는 새벽 창가에서 듣는 술독에 술 거르는 소리가 으뜸”이라 하고, 이월사가 “산간 초당 재자(才子)의 시 읊는 소리가 아름답다”고 하니, 이백사가 웃으며 화답합니다. “여러분의 소리 칭찬하는 말씀이 다 그럴듯하기는 하나 사람이 듣기 좋기로는 동방화촉 좋은 밤 가인(佳人)의 치마끈 푸는 소리가 제일일 것이외다." 좌중이 모두 따라웃었다지요.

듣기에 맛깔스런 재치와 익살, 풍성한 상상력의 원천인 은유적 표현이 넘치는 조선 시대의 육담(肉談). 누구나 원하고 갈구하던 욕망이지만 결코 밖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은밀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이지요. 주로 술자리에서 얘기하는 우스갯소리로 이어져 오다가 성종 때 비로소 문헌에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 서생원 집 막내딸이 시집을 갔다가 한 달 만에 친정에 왔는데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였다. 친정 어머니가 물어보았다.

“그래 시집살이가 고되더냐?”

그러자 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아픈 데라도 있는 게냐?”

“아니요.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뱃속에 뭐가 들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 그렇다면 큰일이로구나.”

어머니는 보통 변고가 아니구나 생각하고 급히 의원을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집 간 지 한 달도 안 된 딸의 몸에 태기가 있다면 딸의 운명은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아무리 진맥을 해 봐도 이상이 없었다.

“태기는 커녕 아무런 병도 없는데요.”

의원이 말하자 딸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신랑이 밤에 잘 때면 꼭 무만한 덩어리를 달고 내 몸 속에 들어오는데 나갈 때는 고추만해져서 나가거든요. 그 줄어든 몫이 어디로 갔겠어요? 그것도 한 달 동안 매일 밤 그랬으니.”

- 『고금소총(古今笑叢)』176화 ‘새 색시의 걱정’

 

# 경상도 안동 어느 마을에 헌걸스럽게 생긴 총각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이웃집에 쇠죽통을 빌리러 갔다. 마침 그 집 여자가 넓은 홑치마를 입고 마루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여자는 재작년에 남편을 잃은 과부였다. 여자 나이 이제 겨우 서른 하나였다.

여자는 총각이 마당으로 들어선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꼬대를 해대고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봉긋 솟아오르는 젖가슴이 건드리면 금세 터질 것 같았다. 총각은 침을 꼴깍 삼키며 발걸음을 멈췄다. 마침 여자가 몸을 뒤틀며 다리를 쳐들었다.

총각의 눈길이 눈처럼 흰 허벅지 살결에 꽂혔다. 그는 자신의 물건이 뱀 대가리처럼 빳빳하게 고개를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걸음조차 옮기기 힘들었다. 마침내 마루에 바싹 다가갔다.

과부는 여전히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총각은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여자의 넓은 홑치마를 걷어 올렸다. 하얀 속곳이 드러났다. 그는 바지를 벗고 자신의 물건을 천천히 옥문 안으로 들이밀었다.

“아이쿠, 이게 뭐야?”

그제서야 여자가 손을 앞으로 내저으며 눈을 떴다. 총각은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옆집 총각 아닌가?”

“...…”

“네 이놈, 이런 짓을 하고도 네 놈이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여자가 꾸짖었으나 목소리는 무척 가늘었다.

“죄송합니다. 쇠죽통을 빌리러 왔다가 아주머니의 허벅지를 본 순간, 그만 눈이 뒤집혀버렸어요.”

“이 총각 이제 봤더니 매우 엉큼하구나!”

“그러면 그만 뺄까요?”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네 멋대로 들어왔다가 네 멋대로 나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거라!”

여자가 총각의 허리를 세차게 끌어안았다. 총각이 물건을 더욱 깊숙이 들이밀자 여자는 끄억끄억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총각, 총각!”

여자가 울타리 밖에서 총각을 불렀다.

“총각, 오늘은 왜 쇠죽통 빌리러 오지 않아?”

- 『고금소총』

 

# 관서 지방 어느 촌의 보리밭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오디가 열려 있는 뽕나무를 발견했을 때는 마침 배가 슬슬 고프던 참이었다. 그가 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먹고 있는데 웬 처녀가 술상을 들고 보리밭으로 들어오고 이어서 총각이 따라 들어왔다. 둘이는 서로 술을 한 잔씩 나누더니 바로 어우러져 정사를 벌였다.

기분이 오른 처녀가 대뜸 서로 거기를 애무해 주자고 하자 총각도 동의하였다. 먼저 처녀가 총각의 그곳을 사랑해 주었다. 이어서 총각이 ‘그곳이 깊어 애무하기 어려우니 내 손가락을 넣었다 뺀 후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겠다’고 제의하자 처녀도 그렇게 하라 하였다.

그런데 총각은 처녀에게 넣었던 손가락이 아닌 다른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화가 난 처녀가 항의를 하자 총각은 그 손가락이 맞다고 끝까지 우겼다. 뽕나무 위에 앉아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던 나그네가 외쳤다.

“맞다! 그 손가락이 아니다.”

소리에 놀란 처녀 총각이 도망쳤다.

그 지방 이름은 비지촌(非指村)이었다.

- 송세림 편찬『어면순(禦眠楯)』

 

# 고려 말의 승려 선탄은 문장에 능숙하고 익살스러웠다. 그런 까닭에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계율을 지키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했다. 어느 날 관서 지방의 시 잘 짓는 기생과 마주 앉았다. 그러다가 선탄이 음란한 시 한 수를 지어 들려주자 기생이 웃으며 말했다.

“스님은 여자를 다룰 수 있으시나봐요?”

선탄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물론일세. 다만 하지 않을 뿐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야. 옛날 부처님의 큰제자인 아난도 마등이라는 여자와 통정을 한 적 있지.”

기생이 재미있다는 듯 계속하여 선탄을 희롱한다.

“그럼 스님께서도 음사의 재미를 아신다는 말입니까?”

“선가에는 극락세계가 있다네. 내가 그대의 치마를 벗긴 뒤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두 다리를 끼고 음호를 관통하면 극락의 재미가 그 가운데 있을 것이니, 이게 소위 말하는 극락세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말을 들은 기생은 차츰 마음이 동하여 군침을 삼킨다.

“스님은 까까머리인 주제에 아시는 것도 많습니다.”

선탄이 곧바로 응수한다.

“그대는 어찌 내 윗대머리만 알고 아랫대머리는 모르는가?”

그리고 창기를 덥석 끌어안았다.

“내 아랫대머리 맛이 어떤지 한 번 느껴보게나.”

그런 다음 옥문 앞에 당당하게 도달하여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기생이 혼자 중얼거린다.

“스님이 나를 속였구려. 이토록 사람을 죽이게 만드니 어찌 스님으로서 할 일이란 말입니까.”

그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통정을 다한 선탄이 태연하게 대답한다.

“불법이란 참으로 신통한 바가 있어 인도환생(人道還生)케 하는지라. 사람을 죽게 할 수도, 다시 살아나게 할 수도 있는 것일세.”

- 성여학 편찬『속(續) 어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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